“본인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어느 청문회장 에선가 한 발언이다. 당선인은 이제 곧 만인지상의 자리에 앉게 된다. 당선인의 발언 취지는 조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며 누구를 지칭하지는 않지만 윗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이 발언의 내용이다.

삼권분립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고 정부조직상 행정부에서 제일 높은 자리다. 아직 대통령의 직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법률상 현직 대통령에 버금가는 자리에 있다. 그런 대통령이 몇몇 자리에까지 내편의 사람을 챙겨야 할까. 능력과 자질을 살펴보고 검증이 된다면 사람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해 주어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 말하고 있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와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터 잡아서 인사를 집행하면 된다.

근자(近者)에 어떤 기관의 장(長)을 임명함에 있어서 당선자 측의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주장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직 조직만을 생각한다고 공언한 당선인이 아닌가. ‘새 술과 새 부대’를 들먹이는 자체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부정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누가 새 술이며 무엇이 새 부대란 말인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이 그들의 안목에는 헌 술이고 헌 부대란 말인가.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인사를 만사라 했다. ‘새 술과 새 부대’의 논리는 조직을 안중에 두지 않은 말 그대로 ‘내 사람’ ‘내 편’을 요구하는 공개적인 편 가르기가 아닌가 싶다. 누구라도 능력이 검증되면 조직의 수장(首長)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내편의 사람이라고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의 모든 조직은 매일매일 새 술이고 새 부대로 변화하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드리는 마음이야 당선인을 지지했던 다수와 같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의 숫자가 버금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 술도 헌 술도, 새 부대도 헌 부대도 구분지어지는 일 없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술이요 부대라면 얼마나 좋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