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브라이언 클라스(Brian Klaas)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국제정치학과 부교수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비교정부학 석사 학위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치 컨설턴트로도 활동 중인 그는 전 미네소타 주지사 마크 데이튼의 선거 캠프에서 정책 책임자·캠페인 부책임자를 담당했고 NATO, EU, 국제 NGO와 국제 정치인들의 조언가 역할을 하고 있다.
역자 서종민은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국제정치와 경제를 공부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번역과를 졸업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과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권력을 남용하여 악행을 저지른 권력자들의 사례를 수집하여 권력의 본질과 부패의 구조를 탐구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목차는 ‘1장 권력의 진화, 2장 권력을 향해 뛰어드는 사람들, 3장 권력이라는 망상, 4장 악한 리더를 감지하는 신호, 5장 나쁜 시스템의 부산물, 6장 모든 권력은 부패하는가, 7장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8장 권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9장 더 나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전략, 10장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법, 11장 감시받는 사람들, 12장 부패하지 않는 권력을 설계하기 위하여’로 되어 있다.
1. 누가 권력자가 되는가?
우리는 대개 어떤 사물 또는 사람이 실제로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집착한다. 권력도 다르지 않다. 지도자처럼 보이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기 더 쉽다. 우리는 정확히 잘못된 근거를 바탕으로 온갖 사람들에게 권력을 준다. 특히 백인 남성에게 권력이 집중된다.
미국의 총인구에서 백인 남성은 약 3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의 종합경제지 <포천>이 선정하는 500대 CEO 중 전체의 86퍼센트를 차지하는 431명이 백인 남성이다. 목록에 올린 흑인 CEO는 4명에 불과하다. 라틴계 또는 흑인 CEO 중 여성은 없다.
2020년 기준, UN 회원국 193개국 중 여성이 수장인 나라는 전체의 8퍼센트가 조금 넘는 16개국에 불과하다. 한 번이라도 여성 지도자가 이끌었던 국가는 단 58개국(전체의 30퍼센트)이다.(121~124쪽)
2. 권력자의 특징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위계질서에서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신경을 덜 쓴다. 주인은 노예에 대해 그다지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없다. 노예가 활달한 성격인지 또는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는 주인의 관점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노예에게는 주인을 아는 것, 주인을 이해하는 일이 구타를 피하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비대칭적인 권력관계는 종속자가 자신을 통제하는 사람에게 맞추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결과를 낳는다(당신이 상사의 생일은 알아도 상사는 당신의 생일을 모르는 이유가 이것이다).
또, 권력을 획득하면 더 나쁜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경향성은 수많은 연구에서 드러났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방해하고, 더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의사결정에서 덜 도덕적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타인에 대한 지배권이 우리에게 그토록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이유’를 과학적 증거가 명확히 알려주지 않을 때도 있지만 권력이 사람을 더 선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286~287쪽)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의 권력 연구는 권력자들이 자제력을 잃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 ‘권력에 취한다’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다. 자신이 강력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수록,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덜 쓴다. 타인의 기분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타인과 공감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칙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다. 켈트너는 이렇게 설명했다. “고조된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먹고 성관계를 가지거나, 도로의 규칙을 위반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사기 치거나, 절도하거나, 야비하게 이득을 취하거나, 상스럽고 속된 말 또는 무례한 방식으로 소통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278쪽)
3. 건축왕의 인간 동물원
저자는 이 책에서 권력을 남용하여 악행을 저지른 권력자들의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본다.
미국에서 노예제가 막을 내린 1865년, 벨기에에서는 레오폴드 2세(Leopold Ⅱ)가 왕위에 올랐다. 그는 재위 기간에 화려하게 장식된 공공건물과 공원들을 건설해 ‘건축왕(Build King)’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럽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서로 나눠 가지기 시작할 때, 레오폴드 2세는 콩고자유국을 점령했다. 이 새로운 영토는 벨기에 본국보다 76배 더 큰 거대한 아프리카 한 조각이었다.
1880년대 말, 존 던럽(John Dunlop)이 세발자전거용 고무 타이어를 발명한 후 고무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레오폴드 2세는 콩고 식민지 전역에 자생하는 고무나무를 이용하면 전 세계의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레오폴드 왕의 야만적인 계획을 주로 실천에 옮긴 이들은 벨기에 군인과 탐욕스러운 용병이 한데 뒤섞인 무장집단, 포스 퍼블리크(Force Publique)였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을 강제로 고무 추출에 동원했는데, 추출 시 온 몸 곳곳에 잔뜩 묻은 고무나무의 수액이 점차 단단해져 결국 떼어내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저항하는 이들은 누구든 가차 없이 응징을 당했다. 레오폴드 2세의 무장 병력은 붙잡을 수 있는 모든 여자를 붙잡아 인질로 삼았다. 그리고 일정량의 고무를 벨기에에 공급하면 여자들을 풀어주겠다는 메시지를 마을 지도자를 통해 남자들에게 전했다. 남자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여자들은 살해당했다. 남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정글을 헤치고 오면, 포스 퍼블리크의 병사는 가장 매력적인 여자를 골라 강간했다. 마을 사람들은 마침내 할당량을 채운 뒤에도 ‘한 명당 두 마리의 염소를 주고’ 여자들을 다시 사 와야 했다. 마을 사람들이 계속해서 저항하면 병사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을의 모든 주민을 학살해 주변 마을에 본보기로 삼았다. 벨기에 관리자들은 병사들이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증거를 요구했다. 각 시신의 오른손을 잘라 보내는 것이 표준적인 방법이었다. 포스 퍼블리크의 어느 병사는 자신의 정원 화단에 스무 개의 사람 머리를 장식으로 두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벨기에 본토에서는 ‘이국적인’ 콩고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레오폴드 2세는 1897년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전시하기 위해 콩고 사람들을 ‘수입’했다. 국왕은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267명의 남자, 여자, 어린이들을 전시했다. ‘문명화’의 다양한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갓 지은 마을 세트장에서 콩고인들은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강제로 보여주어야 했다. 건축왕이 인간 동물원을 건축한 것이다.
레오폴드 2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0만~1,200만 명의 콩고인이 목숨을 잃었다. 콩고자유국에서 레오폴드 2세는 폭군이었다. 그의 악행은 알려지지 않았다. 가치가 있는 것은 고무였다. 정치학자 브루스 부에노 드 메스키타(Bruce Bueno de Mesquita)가 논했듯, 이는 인종차별주의자 괴물이 한 시스템에서는 억제되고 다른 시스템에서는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세계 최악의 자연실험이었다.(208~214쪽)
4. 권력자를 감시하는 방법
1) 책임감을 자주, 강하게 상기시키는 장치를 만든다
권력이 남용될 수 있을 때마다 그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상기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요소는 때때로 최후 수단의 편지처럼 계획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계획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비참한 일들이 생겨 책임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예컨대 외과 의사는 자기 수술대에서 사망한 환자의 기억에 시달린다. 많은 외과 의사가 이런 경험이 끔찍할수록 더 생산적인 방법으로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고 말한다. 메스를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중요하므로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
권력이 따르는 어느 자리에 최초로 오른 개척자나 역사적으로 차별을 받아온 집단을 대표하여 공식적인 휘장을 짊어진 사람들에게 책임의 자리를 가끔이 아니라 언제나 올바른 길을 되새겨준다. 이처럼 무거운 부담은 권력자들이 한층 더 깨끗하고 선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이들은 자기 일이 자신에 관한 일만은 아님을 알고 있다.(356~357쪽)
2) 감독의 초점을 지배자에게 맞춘다
현대의 감시 시스템은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 있다. 이를 반대로 뒤집어야 한다. 기업 본사에서 가장 많은 감시를 받는 사람들은 대개 사원들이다. 우리는 잘못된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 모든 감시는 꼭대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사람들은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배를 ‘하는’ 사람들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이’ 계속해서 감시받고 있는 듯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399~400쪽)
3) 무작위성을 활용해 억지력을 높인다
만인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기회가 수두룩한 사람들에 대한 무작위 청렴성 시험은 대개 정당한 이유가 있다. 여기에 더해 저널리스트들의 감시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피할 수 있는 권력 남용을 억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오웰의 <1984년>을 재현하지 않도록 모든 감시는 최소화돼야 하며,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야 하고, 가능한 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보다는 무작위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억지력의 제단에 우리의 자유를 바쳐서는 안 된다(413쪽).
권력과 권력자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불확실성의 시대에 리더를 선택할 때 함정에 빠지지 않을 지혜와 지도자의 권력이 부패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