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이별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떨어지는 매화꽃을 보며 사뿐히 즈려밟고 싶어
매화꽃은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내며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다. 매화는 창연한 고전미가 있고 말할 수 없이 청고(淸高)하여 가장 동양적인 인상을 주는 꽃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정원수로 많이 심으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한다.
대구 지역은 매화꽃이 3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하순경에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계절과 이별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인지 낙화하는 매화꽃을 보며 사뿐히 즈려밟고 싶었다. 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듯이 벚꽃이 활짝 웃으며 손짓한다. 이 꽃도 시간의 향기에 절여지는 순간 즈려밟는 꽃잎이 될 것이다. 진달래꽃의 계절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 진달래 꽃 >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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