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의 분천역은 여름에도 크리스마스다. 더위에 지친 산타가 루들프를 데리고 분천역으로 휴가를 왔나 보다. 눈내리는 겨울을 재현한 깜찍한 공간들과 체험공간이 이색적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펼쳐지는 분천역 산타마을은 갈 때마다 축제 분위기다.
분천역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원주, 제천을 지나 분천, 철암을 거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O-Train, 자동차로 분천역까지 왔다면 백두대간협곡열차가 딱이다.
푸른 물결이 휘감아 도는 백두대간과 낙동강 상류의 여름 풍광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기차 안은 여유와 낭만이 넘친다. 뜨거운 아스팥트 대신 느리게 움직이는 철길을 선택하면 일상을 벗어난 즐거움이 더한다.
낙동강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체르마트길은 가벼운 차림으로 걸어도 좋은 트레킹 코스다. 비동승강장에서 양원역까지 약 2.2km 구간이다. 한국과 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맺으며 이름을 얻었다.
분천역 철길을 왼편에 두고 마을길을 걸으면 환하게 열린 하늘과 강이 펼쳐진다. 비동승강장으로 가는 포장도로다. 콧노래를 불러도 좋은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원역을 출발해 걸어온 사람들과 정겨운 인사도 나눈다. 기차 외에는 교통수단이 없었던 마을 주민들이 걸어다녔을 옛 시절을 상상하며 걸어도 좋은 길이다.
양원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로 불린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지은 산골마을 간이역이다. 백두대간협곡열차가 정차하고 승부역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세평 하늘길'을 걸어온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면서 활기가 넘친다. 양원역에서 분천역까지 돌아 갈 길이 부담스럽다면 분천역에서 백두대간협곡열차를 타고 철암까지 왔다가 양원역에서 내려 체르마트길을 걷는 코스도 좋다.
아직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낙동강의 비경과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함께 만나는 분천역과 봉화를 중심으로 잡아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