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에 일고 있는 ‘변강식 신드롬’
파크골프장에 일고 있는 ‘변강식 신드롬’
  • 류영길 기자
  • 승인 2022.08.1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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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는 파크골프. 재작년인 2020년은 파크골프 동호인들에게도 암울한 한해였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파크골프장이 자주 문을 닫았고 대회도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크골프 스타 변강식

새로운 스타 탄생

코로나의 터널을 헤쳐나와 작년부터 다시 파크골프장이 개장되었고 미뤄졌던 파크골프대회도 재개되었다. 2021년 5월 대구 강변파크골프장에서 대구시파크골프협회장기 파크골프대회가 동호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각 구·군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다 모였다. 치열한 각축전 끝에 놀라운 한 선수가 탄생했다. 그것은 파크골프계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변강식. 36홀 104타. 실로 경이로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대구 강변파크골프장에서 이룬 성적이기에 더욱 그렇다. 파크골프 36홀 기준타는 132타이므로 그의 타수는 28언더파인 셈이다.

대구 챔피언에서 전국 챔피언으로

대한파크골프협회장기 전국파크골프대회에 참가한 대구선수단. 왼쪽에서 일곱 번째가 변강식 선수.
대한파크골프협회장기 전국파크골프대회에 참가한 대구선수단. 왼쪽에서 일곱 번째가 변강식 선수.

5개월 뒤인 2021년 10월 강원도 화천에서 전국대회가 열렸다. 대한파크골프협회장기 전국파크골프대회. 대구 대표의 일원으로 출전한 변강식 선수는 105타로 우승, 동호인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그의 선전에 힘입어 대구선수단은 이 대회에서 17개 시도 중 종합 준우승을 달성하였으며 변강식은 대번에 전국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마지막 파5홀에서 홀컵까지 3m를 남겨놓았는데 컵인이 되면 이글로 우승이 되고 실패하면 백카운트 판정으로 준우승에 밀려나는 긴장된 상황에서 극적으로 컵인을 성공시켜 주위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는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낯선 구장에서 일궈낸 기적과도 같은 쾌거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후 개최된 진안홍삼배 전국어울림파크골프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전국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파크골프 입문 4년만에 대구에서 1등의 자리에 세 번 오른 변강식 선수
까다롭기로 소문난 대구 강변파크골프장에서 36홀 104타로 우승한 변강식 선수

협회를 이끌며 선수로 활약

연이은 그의 우승에 사람들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몇 살일까? 몇 년이나 쳤을까? 어느 구장 사람일까? 그는 60년생 쥐띠이며 골프를 치다가 파크골프로 넘어온 지 4년이 되었으며 현재 대구서구파크골프협회장을 맡고 있다. 금호강변 매천대교 아래 비산파크골프장이 그의 아지트다. 부인 박희남 씨도 파크골프 실력이 수준급이다. 금년 하반기 대구시 파크골프 대표선수에 선발되어 앞으로 부부 선수로서 그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부인 박희남 씨도 파크골프 실력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인 박희남 씨도 파크골프 실력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변 회장의 실력은 거듭하여 검증되었다. 금년 5월, 또다시 대구시파크골프협회장기대회에서 104타로 우승. 코로나 직전 이 대회에 우승한 것을 합하면 같은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그는 명실상부한 대구의 간판선수가 되었다. 대구 사람들은 '대구에서의 1등은 곧 전국 1등'으로 인정하고 있다.

파크골프를 좀 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선수의 대열에 들어가 상을 한번 타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동호인들이 선수선발전에 나선다. 그러나 파크골프는 누구에게나 될 듯 말 듯한 운동이지 생각대로 되는 운동이 아님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서 연거푸 1위에 오른 변강식 선수를 대단한 존재로 바라보며 그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운동도 사랑하고 지역도 사랑하고

그가 아끼는 비산파크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한 변강식 선수
비산파크골프장에서...변강식 회장

그는 경남 거창 가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대구로 나와 사실상 대구 서구 평리동이 안태고향이나 다름없다. 줄곧 서구에서 살면서 건축업과 섬유업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해왔으며 지금은 주유소와 타이어점을 경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 왔다. 대구 서구 자연보호협의회 회장, 서구생활체육회 부회장, 서구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강원도 화천군의 초청을 받아 파크골프아카데미 특강을 하고 있는 변강식 회장
강원도 화천군의 초청을 받아 파크골프아카데미 특강을 하고 있는 변강식 회장

전국을 제패한 후 그는 더 바빠졌다. 협회도 이끌어가야 하고 쇄도하는 동호인들의 라운드 요청도 받아줘야 한다. 요즘은 파크골프아카데미 강사로도 불려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는 멀리 강원도 화천군의 초청을 받아 특강을 다녀왔다.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동호인들에게 전수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긴다.

변강식 선수는 운동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평소에 배드민턴과 헬스를 꾸준히 해왔으며, 태권도, 합기도는 4단 보유자다. 골프는 30년간 쳤다. 그는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고 노후에도 게속할 수 있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찾다가 파크골프를 접하게 되었다 한다. “한번 해 보니 너무 재미있고 우리 세대에 가장 알맞은 운동이라 생각하여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우승 비결은 편안한 마음가짐

1등이 체질인 듯 어쩐지 편안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대구시파크골프협회장기대회 3회 연속 우승한 변강식 선수

우승의 비결을 묻는 말에 “꾸준한 연습과 철저한 자기관리,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덧붙였다. “1등을 한다기보다 즐기면서 편안하게 치다 보면 생각 외로 좋은 성적이 나오죠” 그의 진짜 우승 비결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특유의 평정심과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나오는 강한 멘탈이 그를 파크골프 입문 1년만에 최고선수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36홀 3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코스마다 상황이 다 달라서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지요. 앞엣것은 잊어버리고 뒤엣것에 빨리 적응해야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파크골프는 자기와의 싸움이며 무너지려는 순간을 스스로 극복해야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변강식 타법이란 무엇인가

그는 골프에서 익힌 감각을 파크골프에 접목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파크골프가 일반골프와 다르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자기만의 타법을 체득했다. 그의 스윙은 간단하면서도 편안해 보인다. 파5홀을 제외하고는 백스윙을 작게 하고 팔로우스루는 길게 하는 파크골프의 기본원리에 충실하다. 거기에다 잔디가 길어 공이 잘 구르지 않는 구간에서는 살짝 띄워 치는 기술을 가미하고 있다.

변강식 선수의 스윙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변강식 선수의 스윙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요즘 동호인들 사이에 ‘변강식 타법’이란 말이 유행하더라 하니 허허 웃었다. “공도 적당히 때려야 정확하게 가지 세게 때린다고 멀리 가진 않습니다.” 그는 스윙의 크기보다 임팩트에 신경을 더 쓴다. 그는 공을 잘 치는 사람이기보다 공을 유효적절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공을 띄우기도 하고 굴리기도 한다. 풀무치가 푸르르 날듯이 공이 잔디 위를 훌쩍 뛰어 넘게 하기도 하고 공에 회전을 주어 착지 후 멀리 굴러가게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임팩트 순간에 조정한다는 것이다.

파크골프 무한경쟁시대 돌입, 그는 과연...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파크골프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사진은 대구 위천파크골프장 모습.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파크골프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사진은 대구 위천파크골프장 모습.

파크골프의 전성기는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이다. 그리고 파크골프의 은퇴시기는 걸음을 걸을 수 없을 때라고 한다. 환갑을 지낸 지 몇 해 되지 않은 변강식 선수는 파크골프장에서는 아직 연소자다. 고희를 훌쩍 넘긴 수많은 역대 챔피언들도 현역 선수로 여전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바야흐로 파크골프 군웅할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최근 골프 치는 사람들이 파크골프로 많이 몰려오고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파크골프를 비웃던 변강식 선수의 친구들도 파크골프장으로 넘어오고 있단다. 실력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게다가 구장의 난이도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대회에 연승한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대회는 한 두 타로 승부가 나는 초접전 상황이 펼쳐지기 일쑤다. 전국대회 10위권 안에만 들어도 큰 박수를 받을 일이다.

파크골프의 인기만큼이나 파크골프의 판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전국체전 종목에 파크골프도 들어갈 것이고 대통령배 파크골프대회도 생길 거라고 한다. 대한파크골프협회는 내년에 세계대회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변강식 선수가 승승장구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는 파크골프 동호인들 사이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고 지금 파크골프장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변강식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다. 파크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강한 이미지를 가진 그의 이름을 쉽게 기억하고 그의 이름이 또 언제 순위의 1번 자리에 오를지 지켜보고 있다.

선수로서의 명성보다 임원으로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변강식 회장은 선수로서의 명성보다 동호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선수로서의 명예보다 봉사자로 보람을 누리고 싶습니다”

이처럼 동호인들 생각엔 그가 각종대회를 휩쓸 것 같은 기세인데도 변강식 선수 본인은 의외로 담담하다. 욕심이 없고 겸손하다. “대회는 몇 개만 골라서 나가고 봉사하는 일에 더 신경써야죠. 저는 봉사하는 걸 즐거워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