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향 정기연주회, 베토벤, 차이콥스키로 늦가을 정취 만끽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베토벤, 차이콥스키로 늦가을 정취 만끽
  • 정양자 기자
  • 승인 2022.11.03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 11. 18 (금) 19:30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제489회 정기연주회'를 오는 11월 18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연다.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협연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으로 깊어가는 가을의 쓸쓸함과 낭만을 더한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제489회 정기연주회' 안내. 대구시 제공
대구시립교향악단, '제489회 정기연주회' 안내. 대구시 제공

1부에서는 ‘카리스마를 겸비한 지적인 음악가’로 호평받은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들려준다. 1805년부터 1806년에 걸쳐 완성된 이 곡은 베토벤의 전작과 달리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지녔다. 관현악 편성만 놓고 보면 이전의 베토벤 협주곡과 큰 차이가 없지만, 관현악법과 피아노 기법은 전작에 비해 발전적이고, 특히 피아노의 부드러운 낭만성과 거장적인 면모를 모두 볼 수 있다.

또, 이 협주곡을 통해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려는 의욕과 시도를 보인다. 예를 들면 종전의 협주곡 제1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주제 선율을 제시하면 독주 피아노가 이를 받아 연주했지만, 이 곡에서는 독주 피아노가 제1주제를 연주한다. 또 제2악장을 마친 후 곧장 제3악장으로 연결되면서 음악적 흐름이 이어진다. 가장 큰 변화는 독주 피아노가 점점 생생하게 그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며, 관현악 역시 훨씬 충실해졌다는 점이다.

오케스트라와 독주 피아노의 화려한 음형이 돋보이는 제1악장, 즉흥곡 같은 분위기의 제2악장,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대화로 전개되는 제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연은 1807년 3월, 빈의 로브코비츠 후작 사택에서 베토벤의 독주로 이루어졌다.

협연을 맡은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2009년 스위스 취리히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 우승과 함께 대회 최초로 모든 특별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자리매김하였다. 2005년 쾰른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2008년 홍콩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였다. 뉘른베르크 심포니, 밤베르크 심포니, 베른 심포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비엔나 챔버 오케스트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WDR 방송 교향악단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바 있다. 또한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루체른, 몽트뢰, 부소니 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에도 초청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쾰른 국립음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그는 완벽한 소리에 대한 갈증으로 테크니션 슈테판 크뉴퍼를 사사하며 스타인웨이 오스트리아에서 피아노 테크닉을 공부하였다. 이후 스타인웨이 함부르크 공장에서 피아노 제작과정에 직접 몸담았다. 2015년부터 ‘베토벤 트리오 본(Beethoven Trio Bonn)’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부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여섯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 제5번이 장식한다. 화려한 선율과 극적인 진행으로 교향곡의 묘미를 극대화하였고, 독특한 민족적 색채가 두드러진다. 이 곡을 만들 1888년 무렵, 차이콥스키는 인생의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 서유럽을 떠돌던 긴 방랑 생활을 마치고,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이 곡을 완성해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다.

곡은 마치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하듯 매우 강렬하다. 여기에 내적으로 침잠하는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고, 애절하면서도 달콤한 선율은 무척 세련됐다. 이 외에도 구성의 교묘함, 관현악의 현란한 묘기, 화려한 음색 등은 이 곡의 가치를 더한다. 제1악장에서는 전곡을 관통하는 ‘운명의 동기’와 폴란드 민요풍의 리듬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제2악장에서는 대중음악에 종종 차용된 적 있는 익숙한 선율이 흐른다. 제3악장에서는 독특하게 왈츠를 시도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제4악장에서는 금관악기의 거친 연주 속에 힘찬 행진곡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자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쓸쓸하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열정적인 두 거장의 작품을 준비했다. 베토벤이 들려주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깊은 대화에 귀 기울이고, 차이콥스키가 보여주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클래식 명곡과 함께 사색의 시간을 즐겨보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대구시향 '제489회 정기연주회'는 일반 R석 3만원, S석 1만 6천원, H석 1만원으로, 공연 당일 오후 2시 30분까지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 인터파크(1661-2431)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예매 취소는 공연 전일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모든 할인의 중복 적용은 불가하며, 공연 당일 티켓 수령 시 반드시 할인에 따른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공연문의는 대구시립교향악단(053-250-1475)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