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이다. 서예의 미적 요소에는 다른 예술에는 없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서예 작품에 쓰인 문자의 뜻이다 예술의 분류에서 본다면 서예는 평면 예술이고 보는 예술이다.
서(書)의 표현범위는 문자(한글, 한자), 사군자 서각(전각), 매, 난, 국 ,돌 등에 새긴 것 손으로 하는 기예(자수) 등이 있다.
서법(書法)은 선생에 의해서 배울 수도 있으나 그 정신(精神)과 흥미(興味)는 자기 스스로가 가져야 한다. 서(書)를 법(法)에 맞게 잘 쓰겠다는 참다운 정신(精神)이 없고 흥미를 갖지 않으면 글씨가 아무리 신묘함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참다운 글씨가 될 수 없다.
대구광역시 노인종합복지관의 대구노인복지관 서예교실은 평생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 인원을 다 수용할 수 없어 2개 반으로 나누어 수업할 정도다.
60개 활동 부서 중 하나인 서예반은 회원 수가 150명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학문이 뛰어나고 인품있는 실버들로 문화예술계에 많은 서예 작가를 배출했다.
글씨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마음을 안정(安定)하고 바른 정신을 가져야 한다. 한 점, 한 획이라도 필법을 쓰지 않는 곳은 없으니 필단(筆端:붓끝)에 전신정력(全身精力)을 모아쓰는 것은 일점일획(一點一劃) 이라도 법(法)에 어긋남이 있으면 완전(完全)한 서(書)를 이룰 수 없으므로 그 근원(根源)과 변화(變化)를 연구(硏究)하여야 서(書)의 진리(眞理)를 알 수 있다
서예 반에서는 서로가 존경하고 사랑하여 선후배 간에 상부상조하면서 전통을 자랑하며 이어왔다. 대구노인복지관 5개 부서의 학생 회장을 서예반 학생이 맡고 있다. 서예반은 근심 걱정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장수서예반이다.
명심보감, 가정의례 준칙, 서예인 등을 위한 한시, 한국 역대 명시, 중국 명시 등을 연구 보존하면서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사육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명인 등 조상의 발자취를 서예로 더듬고 있다. 이 또한 후손에게 계승하기 위함이다.
하춘동(75) 학생은 “친구의 권유로 서예반에 입문하여 3년 째 글을 쓰고 있습니다. 훌륭한 김정호 선생과 여러 선배의 가르침을 받아 난생 처음으로 대한민국 기로미술협회에 서예작품을 출품해 서예 부분 동상을 받았습니다. 자신감도 생기고 배움의 열정이 한걸음 더 정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경식(77)학생은 "사군자를 그려 병풍을 만들 준비를 합니다. 먹을 갈 때부터 향기를 맡으며 붓을 잡기 때문에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해 여가 활동, 정신건강에 마음을 수양하고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고 말했다
서예반 회원들은 아침마다 출근하여 선후배가 한결같이 악수로 인사를 나누며 커피를 한 잔씩 마신 다음, 각자의 자리에서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전국 중요 서예대전에서 각종 상을 매년 수십 명씩 받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초대작가로 수상한 회원이 19명이며, 서예 명장도 안태운 선생 외 2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서예 2반 이상노(73. 회장) 씨는 “언젠가 서예를 마치고 마무리 정리하는데 갑자기 머리 위로 먹물이 떨어져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습니다. 뒤에 있는 유재식(당시 93세) 회원이 먹물 통을 잘못 눌러 먹물이 포물선을 그리며 앞에 있는 내게 먹물 세례를 주었습니다.” 라며 예전 일을 회상했다.
샤워장으로 달려가서 대충 씻고 집에 가서 옷을 세탁했는데 러닝에 묻은 자국은 지워 지지가 않더라고 한다. 그 옷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며 “먹물 세례를 준 사람은 지금 고인이 되었지만, 그때 러닝 셔츠에 그려진 먹물 그림을 보면 고인을 한 번 더 추억하게 됩니다”며 아련해 했다.
소헌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 획(劃)과 운(運)에 따라 먹의 빛깔이 달라지는 서예, 거기에는 선(線)의 예술, 즉 동양 고유의 예술이 갖는 정적(靜的)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온 정력을 섬세한 붓끝에 움직이면 모든 수심(愁心)과 잡념(雜念)이 없어지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 이 서예야말로 정심(靜心) 정려(靜慮)의 정신 통일과 인격 수양에 가장 알맞은 취미생활이요 예술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