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몸집이 크고 목이 길며 다리가 짧은 철새로 추운 겨울 먹이를 찾아 10월경 우리나라로 와서 2월쯤 가는 겨울철새이다. 4만Km정도의 먼 거리를 날아야하는 기러기는 철따라 V자 대형을 유지하며 삶의 터전을 찾아 긴 여행을 한다. 대형의 맨 앞에선 리더의 날개짓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여기엔 기러기만의 지혜와 철학이 숨어있다.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내는데 이것은 실제 우는 소리가 아니라,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고 기러기 간의 의사소통과 통제를 하는 수단이라고 한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선두는 구성원 전체가 공동으로 번갈아가며 자리를 하게 되고 어느 기러기가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한두 마리도 함께 이탈해서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회복을 기다려서 함께 무리로 돌아간다. 코뿔소는 시력이 좋지 않고 등에 진드기를 달고 다닌다. 이런 코뿔소와 공생관계를 이어가는 할미새는 코뿔소의 등에 붙어있는 진드기를 쪼아 먹으며 코뿔소에게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즉시 알려준다.
인간도 사회의 그물망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바람개비가 바람이 불지 않으면 혼자서 돌지 못하듯이 사람도 혼자는 살 수 없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하여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만 완전해질 수 있다고 했다. 가족, 친구, 직장인 등으로 일터에서, 놀이터에서, 때로는 경쟁자로서, 때로는 보호자로서....이렇게 각기 다른 여러 형태의 만남과 관계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쌓아가며 자기의 삶을 조금씩 완성해 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공생관계를 이어간다.
관계 속에서는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과 상처를 치유해 주는 사람이 함께 공존한다. 슬픔도 주고 기쁨도 주면서 공생관계를 함께 한다. 슬픔은 피하고 기쁨만 바람은 내 욕심이다. 그런데 사회의 발전과 변화가 빠른 생활 속도에 익숙해지면서 우리에게 ‘여유와 휴식’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그래서 휴식을 낭비로 여기며 삶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앞뒤 돌아보지 않고 일에 취해 사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돈벌이로 건강을 해친 다음 번 돈을 몽땅 병원에 가져다주는 어리석음이 가족 또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놓치게 할 수도 있다.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의 의미도 여기서 찾을 수 있겠다. 내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생동반자가 평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젊은이들은 사회활동이 활발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인터넷 등으로 쉽게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 그런데 노년은 사회활동이 둔화되고 인터넷도 서투르고 신뢰의 문제 등으로 사회와의 소통이 무척 어렵다. 넘칠 때는 모른다. 건강할 때도 자칫 잊고 산다. 모자랄 때, 아플 때,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활동이 어려울 때 절실히 알게 된다. 따라서 항상 새로운 관계로 폭넓게 사귀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년에 사회망을 넓게 가짐은 외로움에서 벗어나 유익한 시간 관리와 함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나이 중심 수직적 상하관계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회망을 넓혀가자. 행복과 즐거움은 관계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아집과 고집을 내려놓고 함께 어울리고, 함께 채워주고, 함께 나눠주고, 함께 위로하면서 동등한 관계로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