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임영창은 한신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신학석사와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젊어서는 농촌목회에 뜻을 두고 무안용학교회를 섬겼으며, 목회를 하는 과정 속에서 병원에 교인 문병을 갔다가 우연히 죽음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죽음학 공부를 통하여 그동안 풀지 못했던 목회적, 신학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었다. 전남도립대학에서는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기도 하였으며, 현재는 화순만나교회를 섬기고 있다.
저자는 죽음의 사슬에 매여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죽음을 극복하는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목차는 ‘프롤로그, 제1장 죽음과 두려움, 제2장 두려움으로부터 해방, 제3장 죽음과 지혜, 제4장 지혜와 죽음 극복, 제5장 웰다잉에서 웰리빙으로, 제6장 영혼과 죽음 이후의 세계, 에필로그, 부록, 참고문헌’으로 되어 있다.
1. 죽음의 무기, 두려움
죽음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은 ‘두려움’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은 자기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두려움으로 인간을 끊임없이 공격함으로써,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고통과 괴로움으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도록 해왔다.
셸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1) 죽음의 필연성 – 반드시 죽는다. (2) 죽음의 가변성 – 얼마나 살지 모른다. (3) 죽음의 예측 불가능성 – 언제 죽을지 모른다. (4) 죽음의 편재성 –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유형별로 나누면 첫 번째는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고, 두 번째는 죽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며, 세 번째는 죽음 이후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다.(40~61쪽)
2. 우리나라의 죽음 교육
우리나라는 죽음 교육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분위기여서, 죽음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죽음 교육을 꺼리는 이유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우리나라의 문화는 대체로 죽음에 관련된 일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조선왕조 600년 동안 내세관이 없는 유교가 지배하면서 그 전통이 우리 삶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그 문화적 영향이 지금도 우리 사회에 미치고 있다.
(2) 우리나라의 교육이 갈수록 입시교육이나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인성 교육의 일환인 죽음 교육은 말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3)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물질적인 성취로 죽음을 방어하려는 경향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사람들이 경제적 부의 축적을 삶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되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4) 현대사회는 종교의 영향력이 점점 작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종교의 영향력 쇠퇴가 죽음을 일상에서 소외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89~92쪽)
3. 죽음 앞에서 삶의 지혜를 말하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일생 동안 제때 하지 못했거나 부족했던 것들, 그래서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것들이 정작 인생에서 중요한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알려주는 지혜는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살아 있을 때 하지 못했거나 이루지 못한 일을 아쉬워하는 내용이다. 사는 동안에는 그 가치를 알지 못했는데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참된 가치로 ‘사랑과 감사와 나눔, 그리고 용서와 행복’ 등이 그것이다.
(2) 살아 있을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의 순간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공부와 죽음 이후의 세계, 즉 영혼의 세계에 대한 가르침과 깨달음이다.
(3) 살면서 자신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한 것과 열정적으로 살지 못한 것,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자기의 꿈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 등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이 알려주는 지혜에는 물질적인 욕심을 채우는 것, 그리고 지식이나 명예·권력에 대한 갈망은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갖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하지만 죽음의 자리에서 보면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물질이나 권력, 명예나 욕심은 필요 이상으로 추구할 만한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나 죽음 앞에 설 때, 후회하지 않고 아쉬워하지 않으며 만족과 감사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는 동안에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에 대하여 후회하고 아쉬워한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그것을 깨닫기 원한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알려주는 지혜를 찾아나서야 한다.
(4) 죽음에 대해 미리 알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죽음을 앞두고, 사는 동안 깨닫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했으며 눈감아 버린 소중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가르쳐 준 지혜의 안경을 쓰고 나의 삶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죽음의 자리에 서 있을 자신을 그려보고 인생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죽음 이후의 세계’로는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데 필수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123~125쪽)
4. 죽음 체험으로 삶을 돌아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나 죽어가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지혜가 있다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또 하나의 ‘죽음의 자리’가 있다. 바로 죽음 체험, 즉 임사체험(臨死體驗, Near-Death Experience)의 자리이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케네스 링(Kenneth Ring)은 임사체험자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1) 삶에 대한 인식이 고양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그 이전과 다르게 큰 기쁨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2) 자아존중감이 커지게 된다. 임사체험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면서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행복감을 더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3)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봉사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봉사·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이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해진다고 한다.
(4)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생겨서 모든 생명이 가치 있음을 알고 지구의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절하게 행동하게 된다.
(5) 물질주의와 경쟁주의에서 이탈하여 정신적 가치와 소박한 삶, 협동과 상생을 추구하는 사람이 된다.
(6) 영성의 심화를 추구하고 경험하며 신에 대한 믿음이 더욱 공고해진다. 임사체험 후 한층 영적인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7) 지식에 대한 강한 갈증을 느껴,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8) 삶의 목적의식이 분명해지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사후생’을 확신하며 살아가게 된다.
(9) 의식의 변화는 물론 몸에도 변화가 나타나며, 일부는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125~128쪽)
5. 인류의 역사에서 죽음이 가르쳐 준 지혜
(1) 죽음의 지혜 1 - 겸손하라
인류의 역사에서 죽음이 가르쳐 주는 첫 번째 삶의 지혜는 ‘겸손’이다. 인간에게 죽음이 찾아올 때, 그것은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죽음은 재산이 많고 적음, 신분의 높고 낮음, 지식의 있고 없음은 물론 도덕적 선과 악에도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온다. 그런 연유로 죽음은 절대적으로 공평하다.
그러므로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현실에서의 자기 성취에 취해 오만하고 방자한 태도로 살아서는 안 된다. 죽음의 공평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겸손을 익히고 따르도록 해준다. 많이 배웠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 권력을 쥐었다 해도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사람이며, 따라서 죽음은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세상을 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2) 죽음의 지혜 2 – 탐욕과 집착을 버리라
인류 역사에서 죽음이 가르쳐 주는 두 번째 지혜는 소유와 관련이 있다. 죽음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기에 죽음은 사람들에게 탐욕과 집착을 버리라는 깨우침을 준다.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세상을 떠난다. 내가 소유한 그 어떤 것도, 죽음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모두 이 세상에 남겨 두어야 한다. 세상에 남겨지는 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사는 동안 탐욕을 부리고 집착하여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 할지라도 영원히 그것을 간직할 수는 없다.
죽음은 우리가 사는 동안 얻은 것들을 움켜쥐기보다는 그 자리에 내려놓고 사람을 불러 모아 나누게 한다. 이렇게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나눔을 실천할 때, 우리는 평안과 기쁨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죽음이 가르쳐주는 두 번째 지혜이다.
(3) 죽음의 지혜 3 –시간은 소중하다
세 번째 지혜는 ‘시간의 소중함’이다. 죽음은 이 세상에서 허락된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따라서 죽음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살아 있는 지금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진탁 교수는 《마지막 선물》에서 한 무명작가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원했던 눈부신 내일이다.” 이 말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도서관에 걸려 있는 명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133~143쪽)
6. 죽음 이후의 세계
‘죽음 이후의 세계’ 존재 유무에 대한 의문점 해소에 되움이 되는 연구가 최근에 의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의학 연구 분야 중 죽음학의 한 영역인 ‘사후생’ 연구이다.
이러한 의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적 세계,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는 ‘종교적인 믿음의 세계’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이다. 이는 과학적인 자료와 실험 결과를 중요시하고 이를 근거로 판단하는 의사들의 연구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사후생’ 연구는 영혼과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존재 유무, 그리고 그 의의에 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다. (2) 죽음 이후의 세계는 존재한다. (3) 죽음은 파괴자가 아니라, 존재의 완성자이다. (208~211쪽)
죽음에 대한 공부는 죽음을 앞둔 사람은 물론 지금 여기를 사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공부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실체를 분명하게 아는 것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장 좋은 가르침이자 진리가 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삶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 여생이 행복하고 평안하며 풍성하기를 원한다면, ‘두려움의 극복과 죽음이 주는 지혜’를 이 책에서 찾아 삶의 에너지원으로 만들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