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노년 알쓸신잡] ⑦늙는다는 착각
[김창규의 노년 알쓸신잡] ⑦늙는다는 착각
  • 시니어每日
  • 승인 2023.06.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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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나이를 잊고 즐겁게 활동하는 시니어들. 중구노인복지관 제공
나이를 잊고 즐겁게 활동하는 시니어들.  중구노인복지관 제공

“사는 일이 너무 바빠/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청춘도 이와 같이 꽃만 꽃이 아니고/나 또한 꽃이었음을/젊음이 지난 후에야/젊음인 줄 알았네/인생이 길다 한들/천년만년 살 것이며/인생이 짧다 한들/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6월 같은 사람들아/피고 지는 이치가/ 어찌 꽃뿐이라 할까 (6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대한민국이 젊어진다. 2023년 6월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됨으로써 현재 나이보다 1~2살 어려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출생한 날부터 나이를 한 살로 치고 매년 한 살씩 많아지는‘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식 나이 계산은 우리 민족의 생명존중사상이 담겨있는 문화이지만,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 문서나 공공기관에 개인정보를 제출할 시에는 ‘세는 나이’가 아니라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어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실시한 국민 의견 조사에서 ‘만 나이 통일’에 대해 81.6%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첫째, 다양한 나이 계산법으로 인한 혼란과 불편의 해소. 둘째, 기존의 한국식 ‘세는 나이’ 계산법으로 인한 서열문화의 불편함. 셋째, 국제적 기준과 통일. 넷째, 체감 나이의 하향 등이 있었다. 앞으로 만 나이로 통일됨에 따라 의료와 사회복지 그리고 행정서비스 제공 시에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만 나이 계산법은 올해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이번 출생 연도에서 출생 연도와 1을 빼면 현재 나이가 된다. 예를 들어 6·25 전쟁이 일어난 해에 태어난 1950년생이면 2023-1950-1=72세가 된다. 생일이 지났으면 이번 연도-출생 연도=현재 나이가 된다. 국민연금 수급 시기 및 정년은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다고 해서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종전에도 법령상 나이는 만 나이로 계산해 왔기 때문이다. 허허!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나이 계산 방법에 따라 젊어지고 늙어지고 한다니, 정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노화에 대한 편견

이처럼 나이를 되돌리게 하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1979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앨렌 랭어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이른바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이다. 자식들과 동거하거나 요양원 시설 입소 노인 중 70~ 80대 노인 8명을 1주일간 1959년대에 분위기로 꾸며 놓은 외딴 수도원에서 20년 전으로 돌아가서 살게 했다. 단, ‘당시 자기 모습으로 1주일을 보낼 것, 가족과 간병인의 도움 없이 직접 할 것’이라는 2가지 규칙을 지켜야 했다. 이처럼 실험에 참여하는 동안 노인들은 대화 주제는 물론 실제 생활마저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했는데, 이 연구 결과는 아주 뜻밖으로 나타났다. 처음엔 연구진이 제시한 여러 요구에 대해 손을 내저으며 할 수 없다던 노인들은 1주일이 지나자 ‘옮기지 못한다’던 짐을 스스로 옮겼고, 대화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됐다. 또한 실험 전보다 활력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청력· 기억력· 체중· 악력 등과 같은 수치나, 관절염 같은 증상도 신체 나이 50대 수준으로 향상됐다. 그 이후 참여 노인들은 자발적으로 운동도 하고 서로를 도와 집안일을 했다 한다. 마음의 시계를 20년 되돌린 것만으로, 신체 나이도 20년 되돌아간 것이다. 반면에 나이를 더 늙게 만드는 실험도 있었다. 2011년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이 75세 이상 60여 명을 대상으로 병원 요양실, 요양원 등 가상현실 공간을 경험케 했다. 실험은 단 15분간 짧게 진행되었지만, 참여 노인들은 우울감을 경험했고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더 젊게 만들게 하고, 더 늙게 만드는 유사한 실험들은 세계 각국에서 여러 차례 진행되었는데 연구 결과 또한 비슷하게 나타났다.

나이 듦과 늙음의 차이

젊게 살려면 ‘늙는다는 착각’으로부터 깨어나야 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노화에 대한 편견이 있다. 즉, 나이 들면 보호받아야 하고, 활동적인 운동은 자제해야 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등등이다. 나이 들수록 이런 노화에 대한 편견은 노년의 자립 의지를 잃어버리게 하고, 점점 의존성과 통제력· 상실감이 깊어지고, 급기야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해내지 못하게 되는 절망 노년에 이르게 한다. 늙었다는 말을 자주 반복해서 얘기하는 것은 노화에 부정적인 사고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체적 능력에 한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나이 듦’이 반드시 ‘늙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로 ‘노화에 대한 편견’이야말로 사람을 ‘더 젊게 만드는 비법이자, 더 늙게 만드는 주범’이다. 젊게 살고자 한다면 이 편견을 취하거나 버려야 한다. 스스로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 관념에 항복하지 않는 것, 노화에 대한 편견에 의문을 제기하며, 끊임없이 삶의 가능성을 실천하는 노년이야말로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온전히 영위하는 특권을 누리게 한다.

‘지나간 청춘만 꽃인 줄 알았더니 지금도 꽃이라,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김창규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 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