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식사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냉장고를 뒤적인다. 얼마나 다행인가, 몇 가지의 자투리 채소가 야채칸에 남아있다는 것이.
굳이 시장에 갈 필요는 없다. 있는 재료를 손질해 음식을 만든다. 무를 채썰고, 달래도 손질한다. 호박과 새송이버섯은 볶고, 달걀도 부친다.
간편하게 비빔밥을 차린다. 나물의 주재료는 ‘무’로 정했다. 무는 소화제, 비타민 보급, 신진대사 촉진 등 그 효능이 무궁하다. 춘곤증에 좋다는 달래와 몸에 좋다는 버섯과 호박도 곁들였다.
문헌에 보면 비빔밥을 ‘골동반’이라고 했다. 조선 시대 초기부터 ‘골동’이란 단어가 쓰였고, 여기에 음식 이름이 붙어 ‘골동반’이 되었다. 섞을 골’, ‘비빔밥 동’으로 ‘이미 지어놓은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을 의미한다. ‘부븸밥’이라 했던 것을 20세기 이후부터 비빔밥으로 부르게 되었다.
비빔밥이 생긴 배경도 여러 가지이다. 궁중에 임금을 뵈러 종친이 오면 가볍게 먹는 식사로 비빔밥을, 임금이 몽진하였을 때 마땅한 음식이 없어 밥에 나물 몇 가지를 올렸다는 ‘임금 몽진 음식설’도 있다. 농번기 때나 동학군이 그릇 하나에 여러 가지 음식을 담아 섞어서 먹고, 제사를 마치고 그릇 하나에 여러 제물을 받아서 비볐다는 ‘음복설’, 묵은해의 남은 음식을 없애기 위해 묵은 나물과 밥을 비벼 먹었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어쨌거나 비빔밥은 식재료의 장단점을 고루 보완해 주는 최고의 음식이다. 한데 어울려 부족하지 않도록 영양을 보충해 준다. 특히 나물을 데쳐서 사용하면 식감도 좋아 어르신들께 좋은 장수식품으로 추천할 만하다. 먹을거리에 이만한 궁합도 없을 것이다.
쓱쓱 비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여러 재료가 함께 어울리니 영양가 역시 '따 놓은 당상'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