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인터넷 동호인 카페에서 생긴 일이다. 회원 한 분이 모친상을 당했다.오프라인 모임엔 자주 만날 일이 없지만 조문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면식 있는 회원에게 연락하고 장례식장 앞에서 회원들을 만났다. 그런 후 영안실을 찾았다가 상당히 난처한 일을 겪게 되었다.

 

​"근데 '산꼭대기' 상주 원래 이름은 뭐야?"

".......?"

".......?"

그렇다. 달랑 닉네임만 알고 있는데 막상 영안실은 실명으로 표시되어 있어 초상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전화를 해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고 빈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부조금은 따로 걷어서 봉투에 담았다. 안내를 맡은 청년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너댓 명이 와서 이름도 적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는 일, 그래서 펜을 들고 이름을 적으려다 보니 본명을 적으면 상주인 회원이 나중에 문상온 회원을 어떻게 알겠는가?

​늘 부르던 호칭으로 적어야 누가 문상을 왔는 지 알게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있게 닉네임으로 썼다. '감자탕'이라고. 뒤에 있는 회원도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아무개'.(이 회원의 닉네임)

데스크에서 안내하던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지만 다른 회원도 닉네임을 쓰게 되었다. ​'거북이 왕자'라고. 안내하던 청년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민망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막상 방명록에 닉네임을 적는 우리 일행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아직 이름을 적지 못한 회원분을 다그쳐 빨리 쓰라 했더니 이 회원은 계속 망설이고만 있었다. 이 회원의 닉네임은 '에헤라디야' 였다.

"아 빨리 쓰고 갑시다. 쪽팔려 죽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에헤라디야' 라고 쓰겠어요?"

"그래도 얼른 가자니까.."

결국 '에헤라디야' 회원은 다른 회원들 보다 작은 글씨로 조그맣게 '에헤라디야' 라고 적었다. 그때였다. 마지막 남은 회원이 자리를 박차고 영안실을 박차고 뛰쳐 나가는게 아닌가? 모두 큰소리로 그를 불렀다.

"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

"......."

"......."

영안실에 왠놈의 저승사자라니! 주변이 썰렁 싸해졌다. 결국 우리 일행은 밥도 못먹고 장례식장을 도망치듯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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