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불산 아침 산책에 나섰다. 그동안 장마 탓도 있고, 이런저런 연유로 아침 산책을 게을리했다.
무더위에 잠을 설친 남녀 시니어들이 벌써 오솔길을 오르내리고 있다. 빗물에 씻긴 돌들이 선명하게 무늬를 드러내고 군데군데 달개비꽃이 청초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해가 뜨면 곧 사라지는 달개비꽃을 두고 이해인 시인은 ‘반딧불처럼 빠르게 지나가서 잡을 수 없던 나의 시어들’이라고 했다. 시성 두보는 ‘대나무에 피는 꽃’이라고 하며 수반에 꽂아두고 완상했다고 한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열리는 것은 정해진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사물의 운명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하는 것 같지만 대자연에 순응하는 사물의 본성이다. 사물과 비교하면 사람은 비교적 자유로이 들고 나고 하는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많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라는 말은 주위로부터 고립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한다. 포모로 인해 과도하게 소셜미디어에 집착하거나 오픈런에 열중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조모(JOMO, Joy of Missing Out)는 단체로부터 떨어져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사람과 자연을 대하면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즐거움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직장인들은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병가로 독서나 음악 감상을 하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조모를 맛보기도 한다.
여름 휴가는 자연스레 포모에서 벗어나서 조모를 즐길 수있는 기회다. 잠시나마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카페에서 벗어나 대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새롭게 느끼고 누려 볼 기회다.
오랜만에 보는 대불산 달개비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쟤, 오랜만에 나왔네.”
“그래, 한동안 바빴나 보지.”
포모와 조모, 떨어지기 싫은 두려움과 떠나는 즐거움을 거듭하면서 우리는 서서히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