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옮길 수 없는 만큼 시간 걸려도 충분히 검토를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시니어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주변의 도움 없이도 여생을 잘 보낼 주거 공간이다. 나이가 들어 점차 기력이 약해지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분가한 자녀가 연로한 부모를 집으로 다시 모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대안을 찾게 되는 이유다. 보통 노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맞춤 주거 시설은 요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 양로원 등이다. 시설마다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잘 비교해 보고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
◆ 요양원
요양원은 의사의 처방이나 치료가 매일 필요하지 않고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시설이다. 대부분 자택에서 독립된 생활이 어려워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기 위해 입소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다소 어렵다고 해서 언제든지 원하면 요양원 입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요양원 입소를 위해서는 먼저 시설급여에 해당하는 노인장기요양등급 1~2등급을 받아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입소비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3~5등급이라도 특별사유를 제출하고 입소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도 연로한 어르신 중에 식사 준비 및 용변처리가 안 되거나, 치매나 중풍으로 인해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요양원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 요양병원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요양원 대신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빠른 치료와 퇴원이 목적인 대학병원·종합병원 등과 달리, 요양병원은 만성기 환자를 위한 병원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집중 치료를 한다. 대신 요양병원은 요양보호사가 상주하지 않아 필요시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므로 요양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간병비는 개인 간병이냐 공동 간병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공동 간병은 한 명의 간병인이 몇 명의 환자를 돌보는지 찬찬히 알아봐야 한다.
◆ 양로원과 실버타운
양로원은 의료나 요양이 아닌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몸이 불편할 경우 도움을 구할 의사나 요양보호사 등이 상주하지 않는다. 무료와 실비 양로원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65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노인장기요양등급과 상관없이 입소 가능하고, 한 숙소를 여러 명이 사용한다. 무료 양로원은 무연고자 혹은 기초생활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정부에서 100% 비용을 지원한다. 실비 양로원은 실비 보호 대상자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비용을 뺀 일정 생활비를 부담하고 입소할 수 있다.
유료 양로원은 실버타운을 말한다. 건강하고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는 만 60세 이상이 입주한다. 건강진단서와 의사 소견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가사 서비스와 식사가 제공되고, 수영장·헬스장·도서관·당구장 등 편의시설에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규모나 시설에 따라 입주보증금도 천차만별이다. 입주보증금은 퇴소할 때 돌려받을 수 있지만, 입소 전에 잘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요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은 잠시 머물다 좋은 곳이 생기면 쉽게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번 입소하면 적어도 6개월, 길게는 몇 년씩 있게 된다. 처음 선택이 노후 행복을 좌우하니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알아보고 현명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