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부모님을 모실 요양원을 선택할 때면 어떤 기준에서 무얼 눈여겨봐야 하는지 막막하다. 시설이 큰 규모가 좋을지, 아니면 소규모의 가정적인 분위기가 맞는지. 또 도심에서 떨어진 환경이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는지, 왕래하기 좋은 가까운 곳이 나을지.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금정총림범어 연화원의 박남철(58) 원장을 찾았다.

◆ 법적 기준 넘는 많은 요양보호사가 근무하며 돌봄

“요양원을 선택하는 것은 보호자의 몫입니다. 대부분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합니다. 지역에 따른 특성도 있고, 요즘에는 환경적인 요소도 고려하고 어떤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운영하는지 꼼꼼하게 따집니다.” 박 원장의 얘기다.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잘 돌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화원은 소규모 노인요양시설로 18명 시설에 지금 16명의 어르신이 생활하고 있다. 어르신 2.3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가 법적 기준인데 8명의 요양보호사가 2~3교대로 근무하며 어르신을 돌본다. 생활하는 어르신은 대부분 80대로 치매와 같은 노인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많게는 10가지의 약을 먹는 어르신도 있어 매일 요양보호사가 확인하며 교대할 때도 챙기도록 한다.

전철역과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보호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인근에 시민공원이 있어 화창한 날이면 어르신을 모시고 바람과 햇빛, 자연이 주는 따사로움을 느끼도록 산책하고 간식을 먹기도 한다.

◆ 1인, 2인실로 구성되어 친밀감 높여

연화원은 소규모 요양시설로 1인실과 2인실로 구성되어 있다. 대규모 요양시설이 4인실 위주인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친밀감과 높고 가족적이다. 층마다 거실이 있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한데 모여 즐길 수 있고 식사도 함께한다. 지병이 있는 분이 있기에 거기에 맞춰 식단을 짜고 ‘한우데이’ 같은 특식 행사도 연다.

특히 어르신의 생일날이 되면 찰밥과 미역국, 오색나물, 조기, 잡채, 케이크로 생일상을 차린다. 함박웃음으로 생일상을 받는 어르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호자에게 보낸다.

“올 3월에 입소한 한 어르신은 치매 증상으로 ‘배회’를 합니다. 요양병원에서는 배회를 막기 위해 손발을 묶어 두었다고 하는데, 인지장애가 와도 감각이며 감정은 살아 있습니다. 우리 연화원에서는 그분의 증상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늘 새벽이면 일어나 배회하는데 못하게 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에, 힘들더라도 구속하지 않고 담당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주의 깊게 지켜봅니다. 그 할아버지의 생신이 지난 10월 3일이었습니다. 모두 모여 축하하며 케이크를 자랐습니다. 그날은 어르신이 주인공이지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보냈더니 보호자가 눈물을 흘리며 전화가 왔습니다. 너무 감사하다고요. 그런 게 큰 보상이지요.”

박남철 원장은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알아주는 전문가다. 명품 요양원을 만들기 위해 그는 어려운 말보단 쉬운 말로 요양보호사들과 소통한다. ‘부모님을 모시는 자식의 마음으로’ 어르신을 대하라고 얘기한다. 치매를 가진 어르신을 돌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요양보호사들에게 격려와 긍지를 심어주는 일을 아끼지 않는다. 기저귀를 감추는 어르신부터 2인실에서 두 사람이 언쟁을 벌여 말려야 하는 일까지. 요양원도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기에 소소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박 원장은 그 어르신도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연화원에는 침대마다 커튼이 있다. 옷을 갈아입을 때나 기저귀를 바꿀 때 어르신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박 원장만의 작은 보살핌이자 배려다.

◆ 직원이 즐거워야 어르신도 즐겁게 생활

연화원에서는 연말이면 간담회를 연다. 참가한 직원들은 내년 목표를 세우고 발표한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따기, 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진학하기…. 저마다 꿈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1년 뒤 그 목표를 달성한 직원에게는 보상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일학습병행사업’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직원들은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사실 요양보호사의 경우에는 합격률이 낮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 연화원에서는 2명 모두 100% 합격했습니다. 내 나이 육십에 무슨 공부냐고 했던 직원이 달려와 합격 소식을 전하던 모습은 제게도 다시금 사회복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고용노동부에서 주는 지원금도 받았습니다. 직원이 즐거워야 생활하는 어르신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옮겨집니다. ‘즐거운 요양원’이야말로 노인요양시설의 최적 조건입니다.”

좋은 요양원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낙상, 욕창, 냄새, 신체구속을 없앤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르신이 스스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도록 기다려 주는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어르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는 노인요양시설은 환자 개인의 존엄성과 편의를 위해 만들고 운영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