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미소 깨 볶는 즐거움·… 어르신들의 '고소한 일자리
"적잖은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늦가을 기운이 물씬 풍기는 지난 3일 오전10시 대구 남구시니어행복센터 내(內)에 있는 참기름 제조 '깨가쏟아지는가게’ 작업장을 찾았다. 작업장 입구에 들어서자, 2명의 80대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곳에선 늘 고소한 참깨 냄새가 풍긴다.
67m²(17평) 정도의 사무실과 작업장 안에는 참깨를 볶는 볶음기, 이물질을 제거하는 연소기(燃燒器), 참기름을 짜는 착유기(搾油機) 등이 먼저 눈에 띈다. 어르신들은 출근해 작업장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 판매 분량에 맞게 깨를 씻는 일과 볶음기의 온도를 맞춰 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위이잉~~ 탁탁’ 참기름이 만들어지기 전(前) 참깨 볶는 소리. 순간 작업장에 고소한 온기가 돌고, 양날 쇠 주걱이 뜨겁게 달아오른 기계 솥 바닥 안을 바쁘게 돌아가, 좁쌀보다 작은 참깨가 노랗게 변하기 시작한다. 약 30분 여분이 흐르자, 참깨를 볶는 솥에서 ‘삐...삐...’하면서 버저(buzzer) 소리가 난다. 한 다섯 번 정도 소리가 나자, 다른 작업자 어르신이 버튼(button)을 누르자, 참깨가 대야로 우수수 흘러내린다. 다음 과정으로 볶으면서, 생긴 분진(粉塵)을 제거하기 위해 연소기에 볶은 깨가 들어간다. 두 번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깨가 말끔해졌다. '깨가쏟아지는가게’는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착유(搾油) 한다.
미리 짜 놓은 기름은 팔지 않고, 단 한 번만 착유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킨다. 착유 온도는 60도 안팎. 태우지 않고 ‘건강하게’ 낮은 온도로 고소한 참기름이 유리병으로 흘러내렸다. 덕분에 고소한 참기름 맛은 배(倍)가 된다고 어르신들은 웃으며 이야기한다.
지난 2015년 문을 연 ‘깨가쏟아지는가게’ 사업장은 대구 남구지역 어르신 자립을 위해 대구 남구시니어클럽(관장 김상희)이 만든 시장형사업단이다. 현재 참여자 어르신들은 5명이다. 참여자 어르신들은 바쁜 하루를 보낸다. 평균 하루 참기름 생산량은 45~50병 정도. 가격은 참기름 1병(360ml) 9천 원, 볶음 깨는 5천 원이다. 또한 명절에는 맛과 품질이 우수한 참기름 선물세트를 준비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격일로 한 달 7~8일간, 45시간에서 52시간 정도 일한다. 꼼꼼한 위생관리는 기본. 참여자들은 출근 후 근무복을 입고 하루를 시작하며, 먼저 작업장 위생 상태와 설비, 설정 온도를 확인한다. 기계는 솔, 에어 컴프레서(air compressor)로 매일 청소한다. '깨가쏟아지는가게’는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 조리 단계까지 까다로운 안전성 인증을 거친 위생적인 환경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1년에 2회에 걸쳐 식약청 지정기관에서 식품품질검사을 받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이 경력을 살려 직접 생산, 판매,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 주변에 인기가 높다. 생산품으로는 엄선한 중국산 재료로 만든 참기름과 볶음깨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통깨 특 A+ ‘깨가쏟아지는가게’ 사업단이 고집하는 이유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값이 더 싼 수단산(産)이나, 인도, 파키스탄산 통깨도 있지만, 맛과 품질면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깨가쏟아지는가게'는 어르신들이 직접 양질의 통깨를 골라 정성을 다해 당일 통깨를 한 번만 짜서 바로 밀봉해, 그 신선도와 고소함이 탁월하다. 또한 이곳을 이용하는 인근 손님들과 가게들은 "참기름 뚜껑을 열면 기름에 냄새가 약간 나기도 하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참기름은 뚜껑을 열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고 한다.
퇴직 전(前) 기계 관련 일을 하고, '깨가쏟아지는가게’ 사업단에서 3년간 근무 하고 있는 이선길(79) 어르신은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어 감사하지요”라며 “출근이 오전 10시까지인데, 출근하는 날에는 서둘러서 일찍 나온다”라고 하고 "일터에 나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웃으며 용돈까지 벌 수 있으니 지금은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일감이 더 많았으면 한다"며 활짝 웃었다.
사업단이 출범할 때부터 줄곧 일하고 있다는 김임수(82) 어르신은 “참기름을 짜느라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하면 기분이 너무나 좋다”하며 “땀 흘려 번 돈으로, 병원비로 쓰고, 손주들 용돈도 챙겨줄 수 있으니 더 좋다, 일을 하다 보면 일에 집중하게 되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 씩씩하게 일하고 싶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배주원 남구시니어클럽 시장형 담당 팀장은 "현재 '깨가쏟아지는가게'는 어르신들이 만드는 가게 참기름을 맛본 사람들은 믿을 수 있고. 맛과 고소한 향이 오래가 대 만족이다. 또한 맛좋고, 깨끗한 기름이라고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소형마트, 식당 등 단골들과 납품처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깨가쏟아지는가게'의 참기름은 발암물질(벤조피렌)을 원천 차단하고, 첨가물(산화방지제, 방부제 등)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우리 사업단은 6개월마다 식품 품질 검사를 한다”라고 하고. "꾸준한 홍보와 판로 개척으로 어르신들에게 많은 일자리가 생기도록 남구시니어클럽은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남구시니어클럽은 공익활동형 '전통시장지킴이사업'외 12개 사업단 1,540명 사회서비스형 '시니어소방안전'외 8개사업단 489명, 시장형 '깨가쏟아지는가게'외 11개사업단 114명, 총2,143명의 어르신들이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모집은 매년 12월 남구시니어클럽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신청 기간 내 남구시니어클럽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시장형 '깨가쏟아지는가게’ 참여자 활동 조건은 1일 7시간, 월 7~8일 정도 일하고 급료를 받는다. 문의 053-471-8090, '깨가쏟아지는가게’ 053-474-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