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참여가 노인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연구 결과 제시
국가별 큰 차이 없는 일관성 보여줘
취미 활동이 젊은 뇌 유지에 도움
시니어 인구 증가로 이들에 대한 건강을 지원하고 증진하기 위한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구조도 점차 복잡하여짐에 따라 육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 문제도 커지고 있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따로 떼어 내어 생각할 수 없다. 둘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정신 건강 상태가 신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있는 ‘고산평생학습센터’에서는 생활 스포츠, 미술/공예, 외국어, 컴퓨터/통신, 음악/악기, 요리/차/패션, 인문 교양 등 주민들의 취미 생활을 위한 여러 강좌를 개설하고 있었다. 6일 10시부터 11시 50분까지 진행된 ‘하모니카 중급’(기현주) 교실을 찾았다.
강의실에서는 15명의 수강생이 기현주 선생의 지도로 열심히 하모니카를 불고 있었다. 수년째 하모니카 과정 수업을 듣고 있는 김광옥(75, 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퇴직 후 하모니카를 시작해서 인생 2모작을 즐겁게 살고 있다. 노후에 찾아온 우울감을 해소하고 즐겁고 유쾌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회원 10명으로 이루어진 ‘안단테 앙상불’ 하모니카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월 1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미 생활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취미 활동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취미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정신 건강에 미치는 과학적 근거를 찾아보았다.
▶ 네이처 의학 연구
작년 9월에 ‘네이처 의학’지에 게재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행동과학 보건학과 막(Mak) 박사의 논문 “16개국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의 취미 참여와 정신 건강”에 대한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 연구는 65세 이상 남녀 9만 3천263 명을 대상으로 취미 활동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장기 추적 조사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했다.
UCL 팀의 연구에서, 취미가 우울증 증상을 감소시키고, 스스로 느끼는 건강 상태를 향상하고,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 또한 높게 만든다고 확인했다. 삶의 만족도가 취미와 가장 일관된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별 취미와 정신적 웰빙 간의 관련성은 상대적으로 일관성을 보여주었으나, 세계 행복 지수 점수와 기대 수명이 높은 국가에서 관련성이 조금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미 생활을 통하여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감정이 향상되고, 삶의 목적을 찾고, 일상의 문제에서 자신감을 제공하는 것으로 삶의 만족도가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신체 활동, 문화 예술, 사회 참여 같은 취미 활동을 하는 시니어 비율은 국가별로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덴마크가 96%로 제일 높았고. 그다음으로 스웨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순으로 모두 90%가 넘었다. 취미 비율이 80%가 넘는 국가로는 체코, 벨기에. 에스토니아, 프랑스 순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78%이고, 중국, 스페인, 이태리, 미국 등은 취미 활동 비율이 그보다 낮게 조사되었다. 노인 인구의 경제 활동 비율은 중국과 일본과 같은 동양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슬로베니아,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체코,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상당히 낮았다.
▶ 권장하는 취미는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현재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취미·여가 활동이었다. 80% 이상이 여러 가지 형태의 취미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8월 4일에서 7일 사이, 응답자 천 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에 의하면 60세 이상인 경우, 배우자에게 취미로 권장하는 스포츠 활동의 순서는 헬스/ 에어로빅/ 요가/ 필라테스/ 수영, 스포츠 경기 시청, 달리기/ 조깅, 자전거 타기, 스포츠 경기 관람, 테니스, 스쿼시, 댄스 스포츠/ 골프, 당구/ 포켓볼, 스키였다. 일반적인 취미 오락 활동으로는 독서, 화단/ 꽃 가꾸기, 등산, 요리, 어학/ 기술/자격증 취득 공부, 생활공예, 미용, 유튜브·SNS 관리 및 콘텐츠 제작/ 업로드, 만화/ 웹튠 보기, 낚시, 게임 등의 순서로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문가 의견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윤운은 정신건강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취미생활이라고 해서 꼭 거창하거나 돈이 드는 활동일 필요는 없습니다. (중략) 무엇보다 취미 생활의 본질은 성과나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고 나아가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자신에 대한 관찰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악취미가 무취미보다 낫다’는 일본의 속담, 인간의 진짜 성격은 그의 오락에서 알 수 있다(The real character of a man is found out by his amusements.)는 화가 레이놀즈의 말처럼, 취미생활을 통해 긴장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정신의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인 전유진 박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취미 활동이 정신 건강에 좋은 측면이 여러 가지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 자체, 현재 그 순간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평소에는 목표 지향적인 활동을 하며 결과에 따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평가하지만, 취미 활동은 그냥 하는 ‘놀이’에 가깝다. 그 순간에 충실하니 어린아이의 눈으로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관심사를 나누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연결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게 쉽지 않은데 취미를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 배우자·부모·직장인 등 정해진 여러 역할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유연하게 자신의 여러 모습을 표현하며, 다양한 인지기능을 사용하여 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UCL 연구 결과는 관측 데이터의 사용으로 인과관계를 확립할 수 없는 제한성이 있으나, 취미 참여가 노년층의 정신적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시니어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