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숲속 매미의 노랫소리에 더위가 조금은 묻히는 듯하다. 더위를 피해서 새벽길을 걷다보면 운이 좋은 날은 고목나무나 풀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날개 없는 매미의 애벌레를 볼 수가 있다. 이것이 우화(羽化)이다.
우화(羽化)는 곤충의 애벌레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자를 보면 '깃이 돋다' 는 의미인데, 날개가 없던 애벌레에서 날개가 돋아나는 과정을 운치 있게 표현한 단어다. 매미의 우화는 천적을 피해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7년간 땅속에 있다가 우화에 성공하면 땅위에서 보름을 산다.
우화(羽化)는 생명체의 변화가 진행되는 신비로운 탄생과정이다. 밤에 몇 시간 동안에 걸쳐 조용히 진행된다. 애벌레매미는 허물을 벗고 날개를 말리고 몸을 굳히면서 성충매미가 되어간다. 그리고는 눈부시게 찬란한 아침을 맞이한다.
최초 날개 짓을 시작하는 연초록색 생명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보는 매미색깔로 채색된다. 우화과정은 가장 위험한 무방비의 시간이기에 더욱 긴장되는 때이다. 이때 딱정벌레나 새들의 공격을 받으면 속수무책이다. 긴긴 인내와 시련을 거쳐 세상에 나와서는 이슬과 나무의 진액을 먹고 짧게 살다가 죽는 것이 매미의 일생이다. 매미의 생은 매우 짧다.
매미가 되면 사람들에게 멘토링 대상이 된다. 사극(史劇)에서 임금과 신하가 참여하는 어전회의 때 쓰고 있는 모자를 보면 매미의 모양이 등장한다. 임금이 썼던 익선관(翼善冠)은 날개 익(翼)에 매미 선(蟬)자를 써서 매미의 모은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고, 신하들이 썼던 ‘오사모(烏紗帽)’는 매미의 펼친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관모였다.
중국 진나라의 시인 육운(陸雲)은 매미의 오덕(五德)을 이렇게 나타내었다. 곧게 뻗은 긴 입 모양이 마치 선비의 갓끈 같다고 해서 ‘문(文)’이요, 이슬과 수액만을 마시며 산다 하여 ‘청(淸)’이요, 밭곡식을 축내거나 과일을 해치지 않아 염치가 있다는 뜻에서 ‘염(廉)’이요, 제 살 집조차 짓지 않을 만큼 검소하다 하여 ‘검(儉)’이요, 철에 따라 허물을 벗고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고 있다 하여 ‘신(信)’이다. 임금과 신하들이 매미를 따라 오덕을 본받으니 매미는 이미 사람의 스승이다.
한여름 밤에 시끄러울 정도로 매미가 노래하면 우리들은 인내를 가지고 즐겁게 들어주자. 매미에게는 크게 울어야 짝을 찾고 교미를 통해 후손을 만들고 생을 마감해야하는 절박함이 있다. 매미의 세레나데를 들으면서 매미가 가르쳐주는 가치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학문(文),청렴(淸),염치(廉),검소(儉),신의(信)를 갖춘 수준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목표를 두자.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수준 높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는 매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매미의 우화(羽化)는 사람에게도 적용되어 사람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을 이르는 말인 우화등선(羽化登仙)도 같은 과정과 뜻이다. 소동파(蘇東坡)시인의 적벽부(赤壁賦)에 '훌쩍 세상을 버리고 홀몸이 되어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만 같다(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에서 우화등선의 심리학을 읽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