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복지관 일자리 사업 참여 어르신들과 추억의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검정 교복으로 갈아입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첨성대로, 불국사로 단풍 구경을 했다. 수백 명의 노인들이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발걸음도 가볍게, 하하 호호, 깔깔 깔깔 웃음소리 가을 하늘 가득했다. 그들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니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어 간다
<감정이 늙지 않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 책의 저자는 30년 동안 노인들의 몸과 마음에 대해 연구한 일본 노인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와다 히데키 교수이다. 그는 매일 다양한 질환의 노인들을 진료하면서 수많은 뇌 사진을 보았다. 그래서 노인의 뇌 기능 등을 오랜 세월 관찰을 통해 얻은 결론은 인간의 본질적인 노화는‘감정의 노화’와 관련하여 시작한다는 사실이었다. 뇌에서 감정 기능과 자발성, 의욕을 담당하는‘전두엽’이라는 부분부터 두뇌의 노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감정이 노화하여 의욕과 자발성, 호기심이 저하되면 몸을 움직이지 않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뇌를 활용할 수 없게 만들어 다른 기능의 노화도 촉진 시킨다는 것이다.
감정이 늙어가는 것에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 나의 감정은 어떤 상태인지 점검해 보자. 첫째는 웃음이 사라진다. 예전처럼 쉽게 웃지 않게 되고 웃는 횟수가 줄어든다면 의심해 볼 일이다. 둘째는 눈물이 메말라진다. 감정표현이 줄어들어 슬픔이나 감동을 쉽게 느끼지 못하게 된다. 셋째는 신나는 일이 없어진다. 일상에서 신나는 일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 줄어든다. 넷째로 표정이 어둡고 공격적이며 사나워진다. 그래서 무표정해지거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바로 숨겨야 할 노인 본색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감정의 노화를, 늙음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을까?첫 번째는, 많이 웃기이다. 웃을 일이 없더라도 억지로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 우리 뇌의 활동은 착각 현상을 일으켜 억지웃음을 진짜 웃음으로 인식하고 엔도르핀, 엔케팔린, 도파민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므로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여 주는 효과도 있다. 웃음 치료로 암도 고쳤다는 사람도 있다. 두 번째는 많이 울기이다. 눈물은 감정을 해소하는 자연스러운 치유 방법이다. 마음껏 울고 나면 소화력도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눈물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배출되고, 면역력은 향상한다고 한다. 세 번째는 많이 놀리기이다. 자신 안에서의 놀림은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뇌를 활기차게 만든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뇌는 더 많은 신경 연결을 형성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보완하면서 발전한다. 끝으로 많이 즐기기이다. 즐거운 경험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높여 준다.
지능이나 체력보다‘마음’이 중요하다
따라서 감정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활기차게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감정을 풍부하게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몸도 마음도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감정이다. 감정이 풍부하다는 것은 다양한 감정을 자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웃고, 많이 울고, 많이 새로워하고, 많이 즐기는 것이 좋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일수록 노화가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높다. 여성이 오래 사는 이유도 공감력과 감성이 뛰어나고 자기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인간의 노화는 지력이나 체력에 앞서 우선 감정에서 시작된다.
‘걷지 않는 사람,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삶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을 전두엽이 노화해서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오늘부터 자신의 감정을 풍부하게 하는 작은 실천들을 시작해 보자.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고, 작은 일에서도 기쁨을 찾는 연습을 해보자. 계절을 느끼거나, 꽃이 피는 것을 관찰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찾아 나선다거나, 새로운 취미나 새로운 경험을 가지거나, 새로운 장소를 방문·여행하는 것 등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감정을 늙지 않게 만든다.
김창규 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