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을사(乙巳)년으로 뱀(巳)의 해다. 천간(天干)으로 두 번째인 을(乙)과 지간(支干)으로. 여섯 번째인 사(巳)과 합쳐진 것이다. 육십간지(六十干支)로 헤아리면 42번째다. 방위로는 동쪽이며 색으로는 청색이다. 따라서 을사년은 뱀의 해 중 으뜸으로 청사(靑蛇)의 해다.
뱀은 유린목 뱀아목에 속하는 파충류의 총칭이다. 원시 도마뱀들 중에서 앞뒤 다리가 전부 퇴화하고 몸이 가늘어지는 등 독특하게 진화한 파충류다. 전 세계 숲·사막·호수·개울·들판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눈꺼풀이 없으며 주로 단독생활을 한다. 냉혈 동물로 체온 유지는 외부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볕이 잘 드는 곳 등, 체온을 올리는 장소를 찾아다닌다. 눈은 퇴화, 혓바닥으로 주위환경 등 온도를 감지한다.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등 선입견이 징그럽고 혐오감을 주는 외형으로 인해 사람에게 발견되면 대부분 죽임을 당한다. 요즈음은 멸종을 막기 위해 일부 종은 보호종으로 지정하거나 관상을 위해 동물원이나 애완용으로 가정에서 키우기도 한다. 야사에 따르면 뱀의 차가운 성질을 이용, 어느 임금님이 여름철을 대비 대청마루 밑에다 뱀을 집단으로 키웠다고 전한다. 후일 왕이 죽자 신하들은 고민 끝에 제주도에 전부 묻었다고 한다. 한데 뱀을 땅에 묻는다고 죽지는 않는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 이전까지 없었던 뱀이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한국에서 뱀의 구별법은 다음과 같다.
붉은 바탕에 검은 점이 있으면 능구렁이, 갈색바탕에 작은 무늬 또는 세로 줄무늬가 있으면 무자치나 누룩뱀, 큼직한 호피 무늬가 있으면, 살무사나 쇠살무사, 초록색과 주황색을 띠고 있으면 유혈묵이, 검은색이나 누런색을 띠고 몸이 길다면 구렁이, 검은색과 희색 가로 줄무늬가 번갈아 있으면 바다뱀이다. 특히 살무사 종류는 화살촉 모양의 머리와 세로 동공을 가졌다. 다른 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으며 살무사(또는 살모사 즉, 어미를 잡아먹는 뱀이란 뜻)란 명칭처럼 치명적인 독을 지녔다. 살모사란 단지 명칭일 뿐 새끼가 태어나는 모습이 마치 어미의 몸을 파먹고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데다, 출산 직후 어미 뱀은 기력을 잃고 축 늘어져 있고, 갓 태어난 새끼 뱀은 어미 곁을 떠나지 않고 그 옆에서 입을 쫙 벌리는 모습을 보고 오해하여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뱀은 팔다리를 버림으로써 독특한 생활방식을 터득했다. 그중 하나가 치명적인 독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뱀이든 뱀에 물리면 응급처치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신경독을 지닌 코브라나 혈액 독을 가진 독사 종류라면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신경독은 신경 마비로 잠자는 듯 사망하지만 혈액독은 혈액에 작용하기 때문으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클레오파트라가 코브라를 이용해서 자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을사년에 일어났던 큼직한 사건 중 둘을 꼽으라면 그 첫 번째가 1545년(명종 원년)의 을사사화다. 왕실의 외척인 윤임을 중심으로 한 대윤과 문정왕후와 윤원형을 중심으로 한 소윤의 반목으로 일어난 정치적인 사건이다. 이로 인해 대윤 일파가 모조리 숙청당하고 소윤이 득세한다. 을사사화 자체는 대윤, 소윤 대신들 내부의 대결이며 그와 동시에 파평 윤씨 내부의 대결이었지만, 을사사화 이후로 벌어진 사건들에서 대윤에 협력했던 사림이 죄도 없이 피해를 본 것으로 인해 사화라 불린다. 이전까지는 두 파벌 간의 세력이 막중 지세였다. 하지만 1545년 7월, 인종이 재위 8개월 만에 승하, 뒤를 이어 명종이 즉위하자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에 나서면서 전세가 역전되었다. 이때의 대윤과 소윤의 대립을 두고 역사학자들은 당파의 시작이라 보기도 한다. 이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궁핍해지고 조선 사회는 혼란을 겪는다.
두 번째는 광무 9년인 1905년 11월 17일 일본에 의해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 또는 을사보호조약이 그것이다. 명목상으로는 한국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삼는다지만 실질적인 것은 한국의 주권을 빼앗고 신민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핵심 내용은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내정 장악을 위해 통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어쨌든 을사늑약의 체결로 인해 일본은 한국에 대해 식민지에 준하는 통치와 수탈을 자행하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그로부터 5년 후, 1910년(경술년) 8월 29일(일요일),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의 일부로 흡수, 멸망하는 한일병합(韓日倂合) 또는 경술국치(庚戌國恥)의 사건이 일어난다. 한민족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가 된 사건이다. 이 조약으로 인하여 대한제국은 약 36년간 일제의 불법적인 강점을 받게 되었으며 일제가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서 무조건 항복하고 패망한 1945년 8월 15일에서야 광복을 맞는다.
민간신앙으로 을사년의 들 삼재로는 돼지띠, 토끼띠, 양띠가 이에 해당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다. 장님이 등불도 없이 밤길을 홀로 걷는 형국이다. 환율은 오르고 주식은 폭락 장세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만 같다. 불안에 떠는 서민들의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정치는 타협이다. 타협을 모르는 정치는 독재로 흘러갈 뿐이다. 힘의 비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이 모든 사태가 을사년에는 원만하게 해결, 잘 마무리되고 봉합되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