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가정의 달과 효 문화
(11) 가정의 달과 효 문화
  • 김영조 기자
  • 승인 2019.05.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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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가정과 효를 다시 생각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이 어린이날, 8일이 어버이날, 20일이 성년의 날,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모두 가정과 관련된 날이다. 15일 스승의 날도 이에 준한다.

가정은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한 사회의 가장 기초적 조직이다. 어릴 때 가정에서 기본적인 인격 형성과 교육이 이루어진다.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졌을 때 개인은 훌륭한 인격자로 성숙해진다.

흔히 히틀러(Adolf Hitler)와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를 비교한다. 두 사람은 각각 1889년과 1890년에 태어났다.

히틀러의 아버지는 직계 조카뻘인 23세 연하 여자와 세 번째 결혼으로 히틀러를 낳았다. 세관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바람둥이 술주정뱅이에 억압적이고 흉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화가가 되려던 아들에게 공무원이 되라고 강권하였으며, 아들의 나태함과 예술가 기질을 못마땅하게 여겨 자주 폭행하는 등 부자지간에 갈등이 증폭했다.

히틀러는 자신의 꿈을 짓밟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반항으로 학업에 매우 불성실해졌다. 아버지가 죽은 후 16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하여 직업을 전전하며 겨우 생명을 부지하였다. 그의 난폭한 성격과 행동의 원인이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되는 부분이다.

그 후 군 입대, 정치 입문, 극렬행동 대원, 반란음모로 인한 투옥 등의 과정을 거쳐 독일 총통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하고 전 세계에 수많은 폐허와 후유증을 안긴 전쟁 원흉이 되었다.

아놀드 히틀러  위키백과
아놀드 히틀러 위키백과

 

이에 반해 아이젠하워는 신앙심이 깊은 부모의 사랑과 어머니의 철저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웨스트포인트 육국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승승장구하여 연합군사령관이 되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감행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1944년 히틀러와 아이젠하워는 서로 적이 되어 11개월간의 전투를 벌였다. 결국 히틀러는 패전하여 19454월 지하 방공 대피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자살 소식에 전 세계는 경멸과 환호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와 달리 19456월 개선장군이 되어 미국에 돌아온 아이젠하워는 세계적인 영웅이 되었다. 그는 참모총장, 컬럼비아대학교 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초대 최고사령관을 거쳐, 1952년 미국의 34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특히 그는 한국에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1953625 전쟁을 종식시키고 휴전 조약을 이끌어 냈다. 전쟁의 장기화를 막기 위하여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한국 방문을 약속했고 당선 직후 한국을 방문하였다. 1960년 다시 한국을 방문하였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방문이었다.

그는 1956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탁월한 지도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여러 정책을 자신이 주도적으로 실시하면서도 부하들에게 공로를 돌리는 등 따뜻한 배려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196980세의 나이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의 죽음에 전 세계가 존경과 애도의 뜻을 표했다.

아이젠하워     위키백과
아이젠하워 위키백과

 

여기서 가정과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가정은 삶의 안식처이자 교육과 인격 형성의 장이다. 부모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혈연공동체이자 정신적 지주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요인으로서 가족관계 및 효 문화의 발달을 거론하기도 한다. 노인복지를 비롯한 사회복지를 국가가 아닌 가족에 의해 해결하고 복지비용을 산업화에 투자한 결과라는 것이다.

가정이 원만하고 가족관계가 돈독할 때 개인은 훌륭한 인격체로 발달할 수 있고 우리 사회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예절이 바르고, 가정과 가족관계가 잘 유지되어 왔으며, 특히 효 문화가 발달하여 왔다.

 

1949년에 발표된 장편소설 ‘25의 작가 게오르규(Constantin Virgil Gheorghiu, 게오르기우로 읽기도 함)1984년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는 한국찬가(Korea anthem)’라는 책에서 한국을 애찬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노인이 대한민국에서처럼 존경받는 곳은 없다. 모든 문명화된 나라에서 노년은 혐오의 대상이기 때문에 늙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자동차 공장의 못쓰게 된 부속품처럼 사람들은 노인을 가려내는데 대한민국은 이와 반대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존경을 받는다. 노인은 머리에 왕관이라도 쓴 것처럼 존경을 받는다. 한국의 노인공경은 다른 문명국의 모범이 된다라고 하였다.

게오르규    위키백과
게오르규 위키백과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도 한국의 효 문화에 깊은 찬사를 보냈다. 그는 장차 한국이 인류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효 사상일 것이다. 만약 지구가 멸망해 인류가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면 꼭 가지고 가야 할 문화가 바로 한국의 효라고 극찬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효 문화와 경로사상, 가족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한국의 효 문화는 인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사상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서양에도 효 문화를 전파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어른 공경을 제일 덕목으로 여겼던 한국의 효 문화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효는 모든 덕행의 근본이며 또한 교화의 근원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효자는 부모를 모심에 있어 다섯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부모님께서) 기거하실 때에는 있는 힘을 다하여 공경하고,

봉양할 때에는 최선을 다하여 즐겁게 해드리며,

병이 드시면 온 마음으로 근심하고,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 그 슬픔을 다하며,

제사를 지낼 때에는 가장 엄숙하게 한다.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에는 효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가장 큰 효는 부모를 존경하는 것이다. 다음은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은 부모가 의식주에 궁하지 않게 봉양하는 일이다.

그리고 시경(詩經)에도 다음과 같이 효를 강조하고 있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애달프다 부모님이여. 나를 낳아 고생도 많으셨도다. 그 은혜 보답하려니 하늘처럼 끝이 없구나.”

 

반포지효(反哺之孝)란 말이 있다. 까마귀는 새끼가 알에서 깨면 두 달 동안 먹이를 물어다 주며 기르는데, 다 자란 뒤에는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며 봉양하여 자신을 길러준 은혜에 보답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중국 진()나라의 이밀이 지은 진정표(陳情表)’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진의 무제(武帝)는 이밀에게 높은 관직을 내렸지만 그는 늙으신 할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관직을 사양하였다. 무제가 크게 화를 내자 이밀은 자신을 까마귀에 비유하면서 대답하였다.

"한낱 미물인 까마귀도 반포지효가 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제가 늙으신 할머니를 끝까지 봉양할 수 있도록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십시오." 효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통하는 진리이다.

까마귀             위키배ㅐㄱ과
까마귀 위키백과

 

유대교와 기독교의 10계명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효는 동서양을 막론한 인간이 지켜야 할 보편적 윤리이다.

예로부터 효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효도 10(十訓)이 전해지고 있다.

하나, 건강하라

옛말에 "신체발부(身體髮膚)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훼상하지 않은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하였다. 부모님이 주신 육신을 건강하게 보존해 나가는 것이 자식 된 도리의 시작이다.

, 부모를 공대하라

물질적인 봉양만이 효는 아니다. 공자는 "부모를 공대하지 아니하고 봉양만 하는 경우는 제 집에 키우는 가축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부모님을 공경하여 존댓말을 사용할 것이며,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는 행위를 말아야 한다.

, 출필곡 반필면(出必告 反必面) 즉 집을 드나들 때는 반드시 인사를 하라

집을 나갈 때는 어디에, , 언제까지 다녀오겠다고 아뢰고, 다녀와서는 잘 다녀왔다고 얼굴을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부모를 공대하는 것이요, 걱정을 덜어드리는 일이다.

, 밝은 얼굴과 공손한 말씨로 부모를 대하라

옛말에 색난(色難)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님 앞에서 얼굴색을 밝게 가꾸기란 쉽지 않지만, 아프고, 짜증나고, 화나고, 슬픈 얼굴로 부모님을 대하는 것은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는 일이다. 항시 맑고 밝으며 부드러운 얼굴과 말씨로 부모를 대하면 부모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다섯, 자기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자기 이름의 성은 조상에서 나온 것이며, 이름은 부모께서 주신 것이다. 자기 이름을 더럽히는 것을 부모와 조상님을 욕되게 하는 짓이라 불효 중에 불효이다. 이름을 떨쳐 부모를 영화롭게 못할망정 욕되게는 하지 마라.

여섯, 거짓말로 부모를 속이지 마라

거짓에서 불신이 생기면 이는 곧 가정불화의 시작이다. 거짓은 마약과 같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를 망치는 병으로 이끈다. 항시 진실을 가까이 하여 밝은 가정을 만드는데 힘써라. 옛말에 참되면 밝고, 밝으면 복되다(誠卽明, 明卽福)”고 하였다.

일곱, 집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부모의 수고를 덜어 드려라

건강한 육신을 갖고 부모에게서 얻어먹기만 할 것인가. 옛말에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를 마라(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말도 있듯이 제 방은 스스로 치울 것이며, 부모의 일도 거들어 도와 드려라.

여덟, 형제간에 결코 싸우지 말며 형을 공경하고 아우를 사랑하며 서로 화목하라

형제는 부모의 같은 배에서 나온 동포이다. 형을 공경하고 아우를 사랑하는 것은 곧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길이다. 또한 한 배에서 나온 형제끼리 싸우는 일은 부모께 큰 슬픔을 드리는 일이다. 부모를 슬프게 하는 자는 불효자이다. 옛말에 "사람의 죄는 3천여 가지이나 그 중 가장 큰 죄는 불효"라고 하였다. 상경하애(上敬下愛: 윗사람은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함)하여 부모님께 화목의 기쁨을 드려라.

아홉,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허물을 말하지 마라

옛말에 "아버지는 아들의 덕을 자랑하지 말 것이며, 자식은 어버이의 허물을 말하지 아니할지라"고 하였다. 자신의 처지를 부모 탓으로 돌리지 말 것이며, 비록 부모님의 허물이 있을지언정 원망하지 말며 공손히 아뢰고 남에게는 결코 말하지 마라.

, 자기 하는 일에 충실하여 부모를 기쁘게 하라

매사에 충실하면 이로써 출세할 것이다. 설령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치지는 못하더라도, 큰 효도가 될 것이다. 옛말에 "몸을 세워 이름을 떨치니 이로써 부모도 드러난다. 이것이 효의 마침이다"라고 하였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 팽배로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효 문화가 무너지고 있다. 가족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에 폭행, 살인, 성범죄 등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가정이 튼튼해야 사회와 국가도 튼튼해진다. 가정이 튼튼하려면 가족관계와 효 문화가 건전하게 정착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건전한 가족관계와 효 문화의 정착과 육성은 가족 중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 행위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 상호간의 사랑과 신뢰의 바탕위에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효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 자녀의 효 정신과 함께 부모의 내리사랑도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을 건전하게 육성하고 효 문화의 정착과 실천을 위하여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함과 동시에 함께 국가 사회적으로도 정책개발과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