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에 빨간 자켓, 부드러운 미소, 58년 개띠, 나 자신을 버리는 것이 봉사, 정년퇴임 후 매주 토요일 요양원, 노인복지센터 등 공연과 교도소, 축제, 마을경로잔치 등에서 요청이 오면 평일에도 휴가를 내어 달려가는 색소폰 연주가 심업 씨.
심씨의 연주 모습을 처음 본 것은 5년 전 대구 동구 망우당(망우)공원 한 무료급식소였다. 오전부터 500여 명의 어르신이 식사 전부터 끝날 때까지 가수들과 함께 색소폰 연주와 음악으로 흥겨움을 선사했다.
야외공연이라 많은 장비에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만날 수 있었던 그였지만 3년 전부터 그곳에서 만날 수 없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수소문 끝에 그를 만나 음악과 봉사 등 궁금증을 풀어봤다.
중학교때 악대부 가입, 2006년 색소폰 시작 음악으로 봉사결심
-음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야구선수이며 감독이었던 이만수 씨와 대구중학교 동기로 악대부에 들어가 작은북을 연주했고, 2006년 3월 음악학원에 등록하여 색소폰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색소폰 음악학원에 가는 어느 토요일, 두류공원 한쪽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 어르신들을 보고 그때부터 더 열심히 배워서 연주를 통해 사회에 봉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연주할 때 처음엔 두려움도 있었을 텐데 그때의 심정은
▶전 직장(KT)에 안전관리자로 근무하며 전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강사 입장이라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미안하지만 연주할 때도 떨리거나 두려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연주할 때 특별히 신경이 써야할 때가 있을 텐데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악보를 안보고도 연주를 잘 하는데, 다만 교도소 내 재소자들 앞에서 연주할 때 특히 노래 곡목 선정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재소자들에게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되새겨 반성하는 계기가 되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불효자는 웁니다’ ‘비내리는 고모령’ 등을 주로 연주합니다.
봉사가 생활화 된 사람들과 힘을 합쳐 무궁화봉사단 구성
-연주할 때보면 가수 등 혼자가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데 어떤 관계인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봉사가 생활화 된 사람들, 다 고마운 분들이죠.
-봉사단이면 구성하게 된 계기와 이름은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함께 하면 음악의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봉사란 “나 자신을 버리는 것” 이라는 생각이 통했나 봅니다. 이름은 ‘무궁화 음악봉사단’이고 구성원들은 가수들 포함 5명입니다.
-봉사단을 운영하면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예술의 세계는 죽을 때 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우는 것이라고 봐요. 초창기 봉사단원으로 활동을 원하던 일부 색소폰 연주자들이 노래 몇 곡 연주할 줄 알면 본인이 최고이고 본인이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제일 안타깝고 겸손의 미덕은 보이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어려운 점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래서 색소폰 연주는 혼자이고, 가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요양원, 노인복지센터등 평일 휴가 내어 공연
-공연 스케줄은 어떤지
▶매주 토요일에는 요양원, 노인복지센터 등에서 봉사공연을 하고 있고 경북북부(청송)교도소, 대구교도소, 마을경로잔치, 축제 등에서 요청이 오면 평일에는 휴가를 내어 봉사하고 있습니다.
-야외 공연과 실내공연이 있을 텐데
▶아무래도 야외공연은 많은 장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실내공연보다 넓어서 옆으로 뒤로 펼쳐진 자리배치로 웅장함이 있다고 볼 수 있죠.
-망우공원에서 오랜 기간 야외공연을 했는데 갑자기 못한 이유라도
▶ 2016년으로 기억이 됩니다. 여러 단체에서 공연을 서로 하겠다고 했고, 특정 종교 단체에서 대규모 합창단 등 그날 급식하시는 어르신 보다 더 많은 인원이 오는 바람에 엉망이 되어 행정기관에 민원이 제기되어 공연이 중단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떤 음악활동도 못하게 합니다.
-아쉬운 점이 많겠다. 기다리는 어르신을 위해 계획은
▶지금이라도 망우공원 무료급식소 관계자분들이 행정기관과 협의하여 불러 주신다면 언제든지 어르신들을 위해 달려가 공연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봉사하면서 에피소드나 힘들었던 시간은
▶어떤 어르신께서 수고한다며 집에서 시원한 식혜(일명: 단술, 감주)를 직접 담아 전해 줄 때 정말로 마음에서 따뜻한 고마움과 보람을 느꼈으며, 사우나에 갔을 때 저를 알아보시는 어르신께서 인사를 건넬 때 정말 가슴 뿌듯합니다. 힘든 점은 노래 한곡 하겠다며 무작정 마이크를 달라고 할 때는 참 난감합니다.
-봉사는 언제까지
▶칠십이든 팔십이든 저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을 때까지,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는 배에 힘이 있을 때 까지 봉사를 할 겁니다.
-연주 실력이 대단한데 시작할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처음 시작 할 때는 멋모르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귀가 뚫렸다고 할까요? 아무튼 음악의 리듬을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주자에 따라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색소폰 종류가 다양하다. 실력이나 경륜에 따라 연주하는 악기도 다를 텐데
▶제가 가지고 있는 악기가 소프라노 색소폰(야나기사와 991), 테너색소폰(셀마 리프런스 54) 둘 다 기본음이 Bb이므로 노래에 따라서 악기를 선택합니다. 1절은 소프라노, 2절은 테너로 연주 할 때도 있습니다.
-색소폰 종류가 연주 실력과 관계되는지
▶아무래도 소프라노는 적어도 5년 이상 연주 경력이 있어야 고운 소리를 낼 수가 있지요. 끊임없는 연습만이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연주기념 음반발매, 장비·악기 구입가격 비밀, 영원한 봉사맨으로
-음반도 취입했는데
▶색소폰 연주 시작한지 10년 되는 해에 CD를 만들었어요. 많은 관중들 앞에서 연주할 때 보다 100배는 더 힘듭니다. 왜냐하면 실수를 하면 그대로 녹음이 되니까 긴장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늘 배우고 봉사하는데 금전적 어려운 점?
▶처음 장비를 구입 할 때 전 직장(KT)에서 보너스를 받을 때 집사람에게 거짓말을 했고요. 점차 금액이 커지면서는 이실직고를 했지요. 이제는 집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밀어 줍니다. 지금은 국민연금으로 조금씩 충당하고 있습니다.
-현직에 근무하면서 휴식도 필요할 텐데 건강은 지장이 없는지
▶봉사연주는 주로 토요일에 많이 합니다. 일요일에는 푹 쉬는 편입니다.
-가족과의 시간이 부족할 텐데 불만은 없으신지
▶그래서 쉬는 날이면 집안 청소담당입니다. 화장실 청소도 같이 해주면서 집사람 비위를 잘 맞춥니다.
-봉사할 때보면 각종 장비가 많은데 종류와 금액으로는
▶종류는 믹스기-베링거(독일), 스피커-JBL(미국), 앰프-2.4k(한국), 색소폰용 핀 마이크-슈어(미국)등, 장비를 이동할 때 지금은 QM5 승용차를 화물칸을 눕혀서 이동하고 있는데, 스타렉스 3밴을 바꾸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구입 금액으로 보면 수천만 원이라고 해둡시다.
-앞으로의 계획은
▶소외되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에게 아주 작은 나의 음악적인 재주를 통해 잠시나마 음악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보람이며 봉사라고 생각하며 언제나 어디서나 부르시면 찾아가면서 봉사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심업 무궁화봉사단 단장은 1958년 4월생(62· 진갑)으로 KT에서 35년간 재직 정년퇴직 후 현재는 동우씨엠(주) 기전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음악을 늘 가까이 하다보면 늙을 시간이 없고, 복식호흡을 통해 오장육부가 튼튼해져 왕성한 소화력과 회춘을 경험 할 수 있다고 했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음악의 아름다움이 있을 수 없기에 늘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다보니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나이는 정말로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며 "먼저 人間이 되자"는 가훈을 항상 가슴 깊이 새기며 오늘도 인생 2막의 긍정의 아름다운 선율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