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 줄을 놓지 말자.
- 신중하게 생각하자.
작은 주의로 큰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아내가 겪은 경험을 올린다.
아침 설거지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휴대폰에 띵~똥 하는 소리가 난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구입하지도 않은 세탁기 대금 637,000원이 결제된다는 문자다. 너무 놀라고 황당해서 발신지로 확인했더니 아마도 정보가 도용되어 불법카드로 사용되고 있나봅니다. “빨리 신고 하세요 ” 한다. “지금 수사과로 바로 연결 도와드릴까요?”하기에 나도 모르게 “예”라고 했다. 잠시 전화를 끊고 기다리라고 하더니 1~2분 뒤에 전화가 왔다. 마포 사이버수사팀 김×× 형사라고 하면서 “침착하게 잘 들으세요. 요즘 이런 사건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어떤 어머니도 이런 일로 인해 옥살이를 하고 있다며 빨리 조사해서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금융기관에 보완장치요청을 해야 된다고 한다. 정보를 조회 하려면 '앱'을 깔아야 하니 할 줄 아는가 묻는다. 모른다고 했더니 시키는 대로 따라하라고 했다. 두렵고 급한 마음에 의심 없이 따라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서울 명동지점 국민은행에서 작년 8월에 내 이름으로된 카드가 도박 사이트에서 8억이라는 금액이 쓰인 것이 확인 되어 고소를 당한 상태라고 한다. 피해자 증명이 안되면 그 책임이 내게 있어 내 명의로 된 재산은 모두 압류하고 심지어 징역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지체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통화내용이 다 녹음이 되니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답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 정보가 도용된 것이 아니라 내가 대포통장으로 팔았는지도 모를 일이니 피해를 면하려면 폰뱅킹을 해야한다고 한다. 방법을 모른다고 했더니 알려 준다기에 싫다고 했다. 이 방법이 아니면 도와 줄 수가 없다고 하며 서울까지 오지 않고 빨리 처리를 해 주려고 하는데 지금 협조해 주지 않으면 당장 서울에 와서 조사를 받을 거냐고 협박을 했다.
아무래도 좀 느낌이 이상해서 “보이스피싱 아닌가요?" 했더니 못 믿겠으면 옆에 보안과 검사님과 통화를 해보라며 수화기를 넘겼다. “000보안과 검사입니다.” 여자 목소리였다. “이런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보안과, 금융감독원, 사이버수사팀이 합동으로 수사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한다. “그러면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고 하니 은행이 근처에 있는지 가는데 소요시간을 묻는다. 은행에 가는 동안 주변을 잘 살피면서 은행직원에게도 이 통화 내용은 절대 말하지 말고 폰뱅킹을 신청하고 보완카드는 분실하면 위험하니 OTP 한도액 1억~1억5천을 신청하라고 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진땀이 나고 말할 기운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남편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안된다. 불안한 마음에 죽을 것 같았다. 무서웠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문득 경찰서가 생각이 났다. 전화를 했다. “경찰서입니까? 경찰서 맞죠?” 다급하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제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보이스피싱 같아요.” “어떤 내용입니까?” “제 정보가 도용이 되어 카드가 발급이 되어서 도박에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 이름으로 불법 도용되어 고소당한 상태라고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조회를 해 보겠습니다. 혹시 사건번호를 아십니까?” “네. 2018형사 ××××이라고 합니다.” 조금전 메모해 두었던 것을 불러 주었다. “잠시만요” 하더니 “네 맞습니다. 모든 것이 다 맞습니다.” 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내 정신이 아니다. 또 김×× 형사 전화다. " 다른데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전화했느냐며 이러시면 도움이 안됩니다." 하면서 화를 낸다. “우리도 너무 바쁜데 의심하지 말고 빨리 보완접수를 하라며 이후에 피해 보상은 국가에서 책임져 주니 안심하고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02-112로 전화하라 한다. 112가 무슨 전화인줄은 아시죠?”한다. 은행에 갈 준비는 하고 있는지 또 묻는다. “알았어요.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했다. 모자를 쓰고 일어섰다. 거실을 왔다갔다 자꾸만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 같다. 멍하니 창밖을 봤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뉴스에서 봤던 보이스피싱 사기수법들이 기억났다. 그때는 그 뉴스를 보면서 왜 저렇게 어리석게 당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쯧쯧 비웃었다. 나도 똑 같이 당하고 있다.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속 전화벨이 울린다. 무심결에 받았다. 왜 전화를 끊었냐고 소리를 지른다. 나는 전화를 또 끊었다.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는 조카가 생각이 나서 시누이에게 전화를 했다. 보이스피싱이 맞다고 했다. 불법 “앱”을 제거하고 휴대폰은 정상복귀 되었다. 나의 작은 실수 때문에 내 모든 삶을 송두리째 빼앗길 뻔 했던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다행히 정신을 차렸으니 천만다행이다. 나는 절대 속지 않을 줄 알았다. 보이스피싱과의 끔찍한 하루를 생각하면 아직도 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무서운 세상. 지금도 세상 어느 구석에선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나고 있겠지.
어리석고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다른 모든이들에게 경각심이 되었으면 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심합시다.
이 사건이 있은 직후 KT100번에서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왔다.
'【wed발신】【보이스피싱 경보】매일 130명, 10억 원 피해발생! 의심하고! 전화 끊고! 확인 하고!' 라고
이 기사를 읽는 모든 분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