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동촌 금호강 둔치에서는…
매주 토요일, 동촌 금호강 둔치에서는…
  • 김응환 기자
  • 승인 2019.06.11 13:5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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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마라톤대회
마라톤에 미친 사람들
전국에서 모인 마라톤 마니아들이 금호강마라톤대회 출발전 포즈를 취한 모습. 금호강마라톤대회 측 사진 제공

주말마다 열리는 마라톤 대회

매주 토요일 아침 동촌 금호강 둔치에 가면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기온이 30도가 오르내리는 5월 넷째 주 토요일 대회장을 찾았다. 연중무휴 이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향기부부(이태재, 송정숙)는 이날도 기록 체크, 급수, 간식 제공, 사진 촬영까지 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오늘은 10km 부에 단체로 참가한 K대 의대생들의 활기찬 모습도 보였다. 육상도시 대구에서 11년 5개월 동안 외부의 경비지원 없이 마스터스 마라톤 활성화에 힘쓰는 향기부부는 전국의 마라톤 마니아들에게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2011대구 세계육상 선수권 대회 성공 개최 붐 조성'을 위해 시작

금호강 마라톤 대회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개최 붐 조성'을 기치로 내걸고 2008년 1월 12일 첫 대회가 시작된 이래 오늘로써 788회째 맞이하고 있다. 물론 당초 목표한 2011대구세계선수권대회까지 184회 대회 개최 실적도 있다. 5km, 10km, 하프, 30km, 풀, 5종목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으나, 역시 마니아들이 많이 참여하는 대회라 풀코스 참가자가 가장 많다. 동촌유원지 해맞이 다리 위쪽 등나무 옆에서 출발하여 금호강변을 따라 5.274km 반환점을 4회 왕복하는 코스로 전국 어디에 비춰서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주로다. 마침 취재를 나간 날 풀코스를 완주하고 들어오는 대단한 마라톤 이력의 소지자를 대부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도로 위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영희 님
도로 위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영희 씨 주최 측 제공

 

마라톤에 미친 대단한 사람들

대구도시철도공사를 퇴직했다는 이영희(동구 효목동 62) 씨를 먼저 만났다. 겉으로 보기에도 풍기는 인상이 무척 강인해 보였다. 마라톤 경력은 15년으로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나, 풀코스 610회 그 중 금호강대회 466회를 완주했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철인3종경기 킹코스(수영 3.8km, 자전거 180km, 마라톤 42.195km)를 21회 완주했다고 하는데,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대단한 경기를 두 번 연거푸 계속하는 2013년 제1회 부산 더블철인대회(수영 7.6km, 자전거 360km, 마라톤 84.39km)에 참가하여 33시간 48분으로 완주, 당당히 1위에 입상했다고 자랑했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새삼 놀랍다. 함께 달리던 한 여성은 K대 의대 A모 교수로 요즘 마라톤에 푹빠져 매주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추어 마라톤계의 전설 강철훈(의사) 씨도 잠시 만났다. 초창기 우리나라 풀코스 최다 완주 타이틀을 한동안 갖고 있었던 분이다. 본인의 바쁜 다른 일정 때문에 자세한 취재는 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도중에 3~4년 쉬는 탓에 지금은 강철훈 씨보다 더 많이 완주한 사람이 몇 분 있다고 했다. 현재 1,000회 이상 완주기록을 갖고 있으며, 금호강대회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512회를 완주했다고 했다.

풀코스 1130회(금호강마라톤대회 531회 포함) 완주한 임철우(왼쪽)씨와 여성마라톤의 선두주자 철녀 박춘자(오른쪽)씨의 역주 모습. 금호강마라톤대회 측 사진 제공

대전에서 매주 참가하고 있다는 임철우(57) 씨도 만났다. 현직으로 한전기술에 근무하고 있으며, 금호강마라톤대회 최다완주(531회) 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전체 풀코스 완주 횟수는 1,130회라고 했으며, 이 기록은 우리나라 풀코스 최다완주 4위 정도의 기록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풀코스 1,000회 이상 완주자는 대략 10명 정도 된다고 알려줬다. 대전에서 참가하고 있으니 참가비보다 차비가 훨씬 많이 든다면서, 처음에는 매주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아내와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내가 포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회 참가자 중 눈에 띄는 여성 마라토너 한 분도 만났다. 마라톤계에서는 많이 알려진 박춘자(수성구 신매동) 씨다. 조선족 출신으로 축구를 하다 2004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는 그는 풀코스 487회, 금호강마라톤대회는 280회 완주했다고 했다. 여성으로는 풀코스 완주 500회를 넘는 분이 한 분 있고 자기가 두 번째 최다완주자일 거라고 했다. 최고기록은 2016년도 경주동아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여자 3위에 입상한 3:25:03이라고 알려줬다. 주변에서 철녀로 통하는 박춘자 씨는 나이로 보나 열정으로 보아 앞으로 우리나라 여성 마라톤의 풀코스 최다 완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 풀코스 최다 완주자에 대하여도 알아봤다. 일본의 경우 2018년 12월 말 현재 와타나베 도시코(渡邊敏子 70)라는 여성은 1726회 완주 이 부분 최다완주 기록을 갖고 있으며, 이는 세계 7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부부가 아닌 이름이 비슷한 남자 최다 완주자는 와타나베 도미오(渡辺富夫 74)라는 사람으로 1317회 완주했다고 한다. 참고로 마라톤 완주자 수에 있어서 일본은 세계 최다기록(2015년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연간 완주자 수가 58만명(한사람이 여러 번 완주해도 한명으로 계산)으로 미국의 53만명을 앞서며, 한국은 아직 5만명 정도의 10위 이내에도 들지 못한다고 한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1,000회란?

우리나라 마라톤 붐이 일어나던 초창기에는 풀코스 완주 100회만 해도 매스컴도 타고 환영식도 성대하게 하는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몇백 회 완주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마라톤 풀코스 1,000회 완주는 과연 어느 정도 거리이고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금방 가늠이 잘 안 되지만 지구 한 바퀴가 40,000km라고 하니, 연습 거리를 뺀 대회 참가 거리만 해도 지구 한 바퀴를 넘는 거리로, 그야말로 달려서 지구 한 바퀴 이다. 일부에서는 기록보다 너무 완주 횟수에 집착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그 꾸준함이나 도전정신은 대단함을 인정해야 한다.

금호강 마라톤 대회의 매력은?

금호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마라토너들에게 왜 이 대회에 참가하는지 물어봤다. 우선 이 대회에 참가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출발 시각의 선택,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정보공유 등 좋은 점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금호강마라톤대회를 벤치마킹하여 지금은 다른 지방에도 비슷한 대회가 많이 생겼다고 했다. 서울 공원사랑 마라톤 대회, 부산 갈매기 마라톤 대회, 나주 영산강 마라톤 대회 등이 그것이다.

대회 종료 후 인근식당에서 점심식사 중 취재시간을 가짐. 우측이 이태제 금호강마라톤대회 대회장, 왼쪽 뒤는 임철우씨 그리고 김응환 기자

금호강 마라톤 대회 대회장에게 들어 본다

이태재 금호강 마라톤 대회 대회장은 지금까지 11년 5개월 동안 788회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기간에 비해 대회 횟수가 많은 것은 추석 5연풀대회, 2day 4full(이틀간 하루 두번 풀)대회 등 특색있는 대회를 많이 개최했기 때문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같은 대회개최 실적은 기네스북에 올려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대략 지금까지 참가한 연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니, 1회에 평균 40명으로 잡아도 3만명 이상 참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초창기에는 우리나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내로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금호강대회를 거쳐 갔다고 했다. 그리고 2017년 가을부터 요즘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전국의 유명 트레일런(산악마라톤)대회를 벌써 41회나 개최했다고 했다. 토요일은 마라톤대회, 일요일은 명품트레일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트레일런대회는 대구 성암산, 비슬산대회, 서울 관악산대회, 수원 광교산대회, 대전 계룡산대회, 광주 무등산대회, 울산 영남알프스대회, 부산 금정산성대회 등이며, 지금도 새로운 코스를 개척 중에 있다. 대부분 거리가 20km 전후인 산악마라톤인데 그중 영남알프스대회는 30km나 된다고 했다. 매주 토·일요일 대회개최로 주말에는 꼼짝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이태재씨는, 2011년도에는 모친상을 당해서도 대회개최를 했으며, 2013년 태풍 때는 대회장에 물이 들어와 강둑으로 코스를 급 변경하여 대회를 개최한 일도 있었다며 지난 일을 회상했다. 진정 그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증권회사에 다니다 퇴직하고 시작한 마라톤대회 개최, 앞으로도 힘자라는 데까지 계속할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운명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