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내용을 엮은 책으로 베스트셀러 <책은 도끼다> 의 저자 박웅현의 후속작이다. <다시, 책은 도끼다> 에서 저자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책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천천히' 일 것이다.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는 '천천히' 의 단어를 여러 번 강조하는데 즉 글에 감정을 들이밀어 보는 일, 밑줄을 긋고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일, 화자의 상황에 나를 적극적으로 대입시켜 보는 일 등 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천천히, 제대로 읽다 보면 그 안에서 다양한 사례를 만나고 지혜를 얻어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면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요즘 같이 빠른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무엇을 하든 천천히 하려는 자세가 아닐까? 책 읽기도 예외가 아니다. 속도와 성취만을 중시하는 우리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도 한다.
"우리는 멈출 줄 모르는 속도와 낮출 줄 모르는 성장에 갇혀 '정신없이' 세상을 살아간다" 이 문구에서 바로 폭풍 공감과 자신을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던가?
이 책에서 또 하나 반가운 가르침이 있다. 바로 오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한다. 여행에서의 경험이 다 다르듯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 오독들이 하나로 모여 참된 답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므로, 많이 읽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소화를 잘 시켜 얼마만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포인트를 두라는 데서 안도를 했다. 실은 마음에 드는 문장만 골똘해 하는 습관과 일부분만의 지식이 필요해서 읽은 적이 많았다. 그래서 짧은 시간을 들여 후다닥 읽고 써먹곤 했다. 이렇게 급하게 소화도 시키지 못했고 책 속의 진짜 진주를 놓치기도 했을 것이다. 책, 여행, 그리고 생각도 천천히 나의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저자의 조언처럼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더 깊이있게 읽고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다. 또 앞으로는 다독 강박과 속독보다는 깊게, 나만의 울림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자세도 차분하고 겸허해져야 마음의 문이 열리고 감정이입도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책 읽기를 통해 나날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해졌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가 행복해지는 내용들이 듬뿍 담겨있다. <책은 도끼다> 에서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 의 말을 빌어 ''책이 우리 마음속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 라고 표현했다. 좋은 책은 그야말로 얼어 붙은 정신과 감성을 깨는 도끼가 되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도끼일 수 밖 에 없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것이 바로 창의성의 씨앗''이며, 자기를 존중하는 책 읽기를 권하는 데서 절로 박수가 나왔다. 이런 일상의 주목과 인문학에서 캐낸 창의적인 시선이 또한 대한민국 대표광고인으로 만든 역량이 아닐까? 그래서 더 끌리고 자신의 삶을 살게 하는 책이다.
박웅현 작가는 젊은 사람이 열광하고 그의 책을 즐겨 읽는다는데, 책 읽기를 주저하는 사람들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글 잘 쓰는 사람의 습관이 메모인 것처럼 책 사이사이에 붙어있는 메모가 정겹고 또 맘에 들어 더욱 도끼로 자리잡게 된 책 같다.
각 챕터마다 예제나 정리한 내용을 쉽게 이해되도록 이끌어주었고 필자 역시 강의에도 자주 애용하는 기가 막힐 멋진 문구들을 소개 해본다.
-꽃을 보려면 시간이 걸려,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말이지.
-지식은 밖에서 들어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우러나온다.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
-이 세상 어느 것도 있어온 것은 없다, 사랑도 행복도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스키 묘비명)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성의 시간이다.
이밖에도 톨스토이가 알려주는 삶의 지혜들,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로 넘어간 시대를 훔친 미술과 인쇄술이 예술에 영향을 미친 종교개혁까지 문장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감각이 확장되지 않을 수 없음을 느낀다.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 < 파우스트> 등 시, 소설, 에세이는 물론이고 예술과 역사를 다룬 인문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의 책들을 푹 스며들게 세밀히 풀어냈다.
밑줄 치며 건져 올린 문장들을 다시 눈을 감고 음미해 본다. 천천히 물들 때까지...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됨을 느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