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에 대학 졸업장을 받은 만학도가 있어 화제다. 지난 2월 경산의 호산대학교를 졸업한 성영희씨(80)가 그 주인공이다. 그를 본 첫인상은 세상풍파에 달관한 듯 온화한 표정이다.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품새도 순종형이다.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학 설립이래 최고령 졸업생인 성씨는 올해 사회복지과를 졸업했으며 재학중 전학년 장학금을 타기도 한 모범학생으로 대학과정을 마쳤다고 전했다. 또 평소 차분한 성격과 끈기 있는 학구열로 동료 젊은 학생들과도 깊은 유대의식을 가지고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평했다. 만학도들이 자칫 얻기 쉬운 학업의 지속성에 대한 갈등이나 수업결손이 생겨 뒤처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마친 성씨는 1940년생으로서 전환기를 고스란히 이겨낸 정신력을 바탕으로 대학과정을 버텼다고 술회했다.
"뒤늦은 대학 생활에서 어려움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밝힌 성씨는 손자 또래의 학생들과 어울려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 나섰으며 나름 나이 먹은 인기도 있었다고 자랑했다. 육남매 맏이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5학년때 동생들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집안일과 사회에 뛰어들어 학업에 대한 희망을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대상황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여학생들이 대다수였으며 그렇지 않고 제 나이에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경우가 오히려 드물었다며 보편적 현상임을 담담하게 진술했다. 늦었지만 검정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졸업장을 거머쥔 것도 사실상 세상이 그만큼 좋아진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졸업 이후 대구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주강 박기옥)에 등록한 성씨는 자신의 생을 스스로 적어 책을 엮는 것이 목표임을 밝힌다. 남은 여생동안 공부에 대한 더 이상의 미련이 생겨나지 않을 때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머지않아 그가 쓴 자서전을 받아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 어떤 위인전 못지않게 훌륭한 자서전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