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앞으로 세 걸음, 뒤로 세 걸음

2019-09-29     김교환 기자

어느 상인이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선비를 만나서 길동무가 되었다. 상인은 모처럼 선비를 만났으니 인생살이에서 꼭 필요한 지혜 한 가지만 알려 달라고 부탁을 한다.

잠시 생각하던 선비는 살다가 보면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화나는 일이 일어났을 때 행동에 앞서서 내가 하는 말을 꼭 생각하라면서

“앞으로 세 걸음 뒤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한 다음 행하시오” 하였다.

마침 그날 상인이 집에 도착하니 깊은 밤중이었고 방문 앞에 신발 두 켤레가 놓여있었는데 하나는 마누라 신발이고 다른 하나는 낯선 남자 신발이었다. 문구멍으로 들여다보니 아내가 까까머리 중을 꼭 껴안은 채 잠을 자고 있었다.

화가 난 상인은 부엌으로 들어가 식칼을 들고 나오면서 마침 선비 생각이 나서 뒤로 세 걸음 물러서는데 그때 잠에서 깬 부인이 “여보!” 하며 달려 나오고 뒤따라 나오던 젊은 중이

“형부 ! 오랜만이네요”하고 반긴다.

선비의 가르침에 따라 순간을 잘 참아서 큰 화를 면하게 된 것이다.

우리 속담으로 쥐 잡으려다가 장독 깨고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도 있다. 쥐와 빈대가 얼마나 미웠으면 또한 얼마나 화가 났으면 순간의 평정심을 잃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까지 일어났을까?

결국 “성나 바위 차기”가 되고 말았다,

한자 성어에 인지위덕(忍之爲德)이란 말이 있다.

쉽게 말해서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란 뜻이다.

근간에 매우 어수선하고 날카로운 감정대립으로만 치닫고 있는 정치꾼들 사이에서도 서로 간의 이해 충돌에 의한 생각 없는 막말 파동으로 시끄러운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흐트러진 민심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오죽하면 어느 당 대표가 삼사일언(三思一言) 이라고 하여 3번 신중하게 생각하고 한번 조심스럽게 말하자고 당원들을 향해 당부를 해야만 했을까. 사전에서 인내는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디다’ 로 되어 있다. 결국 인내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유대인들의 정신적지도서인 ‘탈무드’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인내가 자기관리요 자신을 이기는 극기력임을 표현한 것이다.

15년 동안 기관차 개량에 매달려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차를 만들어낸 스티븐슨 또한 자신의 성취 역시 불굴의 인내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연설할 때마다 “저처럼 하십시오. 인내하시란 말입니다”라고 짧고 강력하게 충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에게 비춰지는 우리 노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대부분 어른들이 참을성 없이 고집스럽고 걸핏하면 언성을 높이고 억지를 부리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기피하려는 모습을 흔히 본다.

이제 세상이 변했다. 젊은이들의 언행이 내 맘에 안 든다고 내 기준에 맞춰서 함부로 나무랄 일이 아니다.

지금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들이 상충하는 다원주의사회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 가는 데는 무엇보다 인내하는 마음가짐으로 주위를 살펴보고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