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만남의 장
그 설레는 날, 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요즘 아이들은 이 노래를 알고 있을까?
어렸을 땐 이 노래를 부르며 설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는데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시대가 변하면서, 집안일에 부대껴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설 풍속도 점차 변하고 있다.
명절이면 고향을 찾아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지만 바쁜 자식들을 위해 부모님들이 역귀성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차례를 지내는 대신 가족들과 여행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시대의 흐름과 달리 설과 추석이 되면 지금도 변함없이 일가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못다 한 정을 나누는 집안이 있다.
지난 25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신동문(65·달성군 옥포읍 신당리) 씨 집에는 일가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대까지 모이는데 평균 50여 명이 된다. 이들은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눈 뒤 차례는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여 지내는데 손자손녀들은 제외된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한꺼번에 지내기엔 장소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두 줄, 세 줄로 겹겹이 서서 절을 하는데 앞사람의 엉덩이를 보고 절을 하는 격이 된다. 남자들이 지내고 나면 다음에는 며느리들인 여자들이 지낸다. 남자들의 제주는 집 주인인 신씨이고, 여자들의 경우에는 신씨의 아내인 박정희(62) 씨가 된다.
차례상을 물리면 여자들은 떡국, 고명, 김치, 부침개, 거실과 방으로 배달하는 등등. 각자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음식상을 차린다.
농촌에서는 겨울철이지만 수박을 재배하기 때문에 여간 바쁜 것이 아니다. 제주는 차례를 지낸 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고는 수박을 덮은 비닐을 벗기러 들로 나간다. 그러는 사이에 남은 친척들은 담소를 나누며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이런 바쁨을 감안해 제 식구들끼리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신씨 부부는“수박농사가 일 년 농사라 잠시도 소홀할 수 없지만 늘 해왔던 일이라 괜찮습니다. 기껏해야 설과 추석, 이 날이 아니면 언제 재종들까지 한 자리에 모이겠습니까? 이렇게 모이는 것도 우리 세대에서나 가능하지 촌수가 더 벌어지는 다음 세대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박씨의 재종 동서인 석애숙(57ㆍ달서구 상인동)씨는 “형님이라서 가능 하지 저는 이렇게 많은 친척들을 맞이할 자신이 없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종가 집에서도 간소하게, 간편하게 하자는 말이 나온다고들 하는데 형님과 아주버님처럼 사촌과 재종형제들까지 두루두루 챙기는 분은 아마 보기 드물 겁니다” 며 신씨 부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