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드리는 福~ 지게... 지게 만들기 인생 26년 이수영씨

후계자, 재료 구하기 힘들지만 평생과업이라 여겨 우리 지게 지킴이 자처

2019-03-04     권오섭기자
작업장에서

대구 동구 파계사에서 동명방향을 따라 200여 m를 내려가면 팔공산 자락에 '복바지게 판매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작업장에 진열된 지게 10여 개가 눈길을 끈다.

싸리나무로 만든 바지게를 걸친 채 진열되어 있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예전에 대표적인 운반기구로 유용하게 사용되던 운반용과 장식용 지게 10여 개가 싸리나무로 만든 바지게를 걸친 채 지겟작대기에 세워져 나란히 서있다.

예전에 운반기구로 사용되던 제자리지게(가지가 자연히 뻗어 나간 나무로 만든 지게)를 만드는 주인공은 이수영(76· 대구 동구 송정동) 씨. 이 씨는 지난 1993년부터 말 수레와 지게를 시작으로 지금은 운반용과 장식용 지게를 26년간 만들고 있다.

건설업을 하던 이 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을 접게 되었다. 당시 다른 일을 찾던 이 씨는 간벌작업을 하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던 중 우연히 눈에 띈 지게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하루종일 지게 생각에 여념이 없던 그는 본격적으로 지게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나의 지게가 탄생하는 과정은 얼핏 보면 간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게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손길을 거쳐야만 된다. 우선 간벌작업으로 구한 나무를 깎고 자르고 다듬은 뼈대에 4개의 세장(일명:가로쇠)을 끼운다. 위 아래를 조정해 균형을 잡고, 짚으로 등태(일명:등받이)와 멜빵(일명:미끈)을 엮어 부착하면 기본적인 공정은 끝나는 셈. 여기에 곡식이나 거름 등을 져 나르기 위해 만든 촘촘히 만든 싸리나무 바지게를 얹게 되고 지겟작대기로 세우면 모든 작업 과정이 끝난다. 10㎏ 전후 무게가 나가는 일반용 지게를 완성하는 데는 4, 5일이 걸린다. 장식용 꼬마 지게는 제작 기간이 조금 더 짧다. 이 씨가 만든 지게에는 인두를 이용해 지게 틀 오른쪽 측면에는 복(福)자를 새기고, 왼쪽에는 이 씨의 사인을 담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런 공정을 거친 지게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가정, 점포 등의 장식을 위한 인테리어용이나 차량이 들어가지 않는 사찰 등에서 운반용으로 쓰인다. 보통 지게에 바지게를 부착한 대형 지게는 22만 원. 작은 지게는 2~3만 원에 거래된다.

"지게를 구입하려는 사람도 적지만 일감이 있어도 인건비도 건지지 못해요. 더구나 지게를 배우려는 사람도, 같이 일할 사람도 없어 가장 힘듭니다.“

이 씨가 이곳으로 작업장을 옮긴 것은 5년 전이다. 대구 동구 연경동 동화천변에 작업장에서 처음 지게를 만들었으나 이 일대가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되면서 보상금을 합쳐 야산 1천여 평을 구입하여 자리를 잡았다.

"남들이 뭐라 하든지 지게를 계속 만들 겁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신 분들과 구입하러 먼 곳까지 찾아오시는 분들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그의 지게 사랑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지게 구입 또는 견학 등 문의: 010-8570-1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