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만 「대구 시민의 노래」
백기만 「대구 시민의 노래」
팔공산 줄기마다 힘이 맺히고
낙동강 굽이돌아 보담아주는
질펀한 백리벌은 이름난 복지
그 복판 터를 열어 이룩한 도읍
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
들어라 드높으게 희망의 불꽃
지세도 아름답고 역사도 길어
인심이 순후하고 물화도 많다
끝없이 뻗어나간 양양한 모습
삼남의 제일웅도 나라의 심장
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
돌려라 우렁차게 건설의 바퀴
세계에 자랑하던 신라의 문화
온전히 이어받은 우리의 향토
그 문화 새로 한번 빛이 날 때에
정녕코 온 누리가 찬란하리라
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
솟아라 치솟아라 이상의 날개
지방자치제 시행기념 가사 공모 당선작 (1955)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특히 대구는 소리 없는 전쟁 중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전염병이 처음 방송에 나올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줄은 미처 몰랐다. 초기에 대구는 조용했다. 조용함이 태풍 전야였음을 어찌 알았으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에 가슴이 덜컹거린다. 타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은 우리가 마치 가택 연금이라도 당한 듯 먹거리를 걱정한다. 코로나19 관련뉴스 헤드라인에 대구가 오르내리기 때문인지 동생들은 물론 지인들까지 안부를 묻는다. 유채꽃을 지나온 나비처럼 따뜻하고 고맙다. 이것이 절망 속에 피는 희망이 아닌가 싶다.
‘대구 시민의 노래’는 위에 언급한 출처에서 보듯이 1955년 지방자치제 시행기념 가사공모 당선작이다. 지방자치제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친다. 그러다가 1995년 4대 지방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새로운 출발을 맞는다. ‘대구 시민의 노래’는 비영리 순수시가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목적을 전제한 노랫말 즉 목적시라 할 수 있다. ‘들어라 드높으게 희망의 불꽃', '솟아라 치솟아라 이상의 날개’, 이상은 ‘날개’의 작가로든 이상(理想)의 동음이의어로든 해석은 자유롭다. 어쨌든 지금은 코로나19 이 악몽의 끝을 기다린다. 공포의 수렁에서 헤매는 국민들이 날개를 펼쳐 다시 날아오를 그날을 학수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