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석달] 현장을 지키는 사람-간호사 혜정 씨

2020-04-10     이수이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을 휩쓸고 있다. 그 질병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병마와 싸우는 현장에도 사람들이 있다. 환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진 의료진이다. 

기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대구의 코로나 전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50대 간호사이다. 그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일선 현장을 지키다 최근 자신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두 달 동안 그의 사투를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해 본다. 주인공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혜정'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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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쉰을 넘기면서 선ㆍ후배, 친구 8명이 만든 여행모임에서 제주여행을 다녀온 날이었다.
“낼 하루는 푹 쉬고 모레 출근할 거야.”
혜정이는 20대에 첫 사회생활을 간호사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천직이 되었다.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인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혜정아, 느그 병원으로 가제? 니는 괜찮겠나? 조심해래이.”
“나는 괜찮아요. 그쪽 부서가 아닌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지금 병원 전 직원이 비상이라예. 혹시나 그쪽으로 지원을 가야 하면 당연히 가야지예.”

그녀는 그렇게 통화를 한 후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잘 되지 않았고, 핸드폰 단체톡방에는 혜정이를 응원하는 글, 염려하는 글들이 쌓여갔으나 그녀가 확인을 못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덜컥 겁이 났고, 대구에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격하게 늘어가는 며칠 동안은 무서웠다.

간호사

그 사이 혜정은 방호복 입은 사진 한 장을 보내 주었다. 그녀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성격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지라 그녀의 선택에 응원을 하는 수밖에......

대구지역 의료기관에 체온계를 우선 공급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동참을 좀 해달라는 문자도 함께 왔다. 마스크를 구하는 것보다 체온계 구하기가 더 어렵다며 체온계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국에 병원에 체온계가 모자란다는 말에 기가 막힌다는 생각을 하면서 국민청원에 동참했다.

“저는 괜찮아예. 간호사들도 방호복을 다 입고, 다리가 터져나가는 것 같아도,  N95 마스크에 코가 눌리다 못해 상처가 나도 지금은 아픈 줄도 잘 몰라예. 저희는 대구의 모든 시민들이 좀 덜 아프고 꼭 다들 완치 했으면 좋겠어예. 환자들이 온몸이 아파서 죽고 싶다고 할 때 몸부림칠 때 너무 맘이 아프고 눈물이 나지만 그분들이 꼭 이겨 내시길 그 맘으로 지금 견디고 있어예.”

“오늘도 양성판정 받은 20대 청년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숨이 가쁘다는데, 참 이 병이 뭐라고 젊은 청년을 저렇게 힘들게 하나 싶고... 현장에서 지켜보는 맘을 말로 표현도 못해예.”

그랬다. 눈물 많은 혜정이는 울음조차도 참고 있는 것이다.
혜정의 두 아들은 엄마는 말려도 당연히 먼저 지원할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아무 탈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거라고 했단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대신 해줄 수만 있다면 내가 가서 밥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어떡하겠냐고, 지금은 가족들이라도 건강히 잘 있어주는 게 도움되는 거라며 기도만 열심히 할 거라 하셨단다.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커피 한 잔, 초콜릿 하나 사 먹을 여유도 없다는 그녀에게 커피, 드링크, 달달한 과자 등을 모바일쿠폰으로 보내는 응원이 시작되었고, 병원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즈음 전국에서 구호물품들이 대구의 병원들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녀도 이제는 뭘 좀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만 할 뿐...... 혜정이는 더 이상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 친구들도 이럴 땐 가만히 있어주자며 우리라도 신경 쓰이지 않게 잘 버텨주자 했다.

4월, 확진자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전국에서 의료봉사를 왔던 많은 의료인들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혜정이는 간간히 소식을 준다. 

꽉 조이는 마스크와 방호복, 보호경으로 무장하듯 챙겨 입으면 땀과 그 열기로 눈 앞에는 습기가 꽉 끼어 보이지도 않는단다. 한 달 이상을 똑같은 복장으로 있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생각보다 더 얼굴을 조이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불편함과 답답함은 두통과 호흡곤란 같은 증세로 돌아온단다. 아무리 건강에 자신 있고 젊은 친구들이라 하더라도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녀 역시 나이가 쉰이 넘다 보니 하루에도 휙 벗어던지고 싶은 맘이 순간순간 수도 없이 든다고 했다. 

2시간 근무하고 돌아와 다음 교대까지 쉬는 동안은 그냥 쓰러져버린다고 했다. 침대가 아니라 차가운 땅바닥이건 어디건 그냥 누울 자리만 생기면 누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잠시의 쉼에도 서서히 지쳐가다가도 시민들이 보낸 준 구호물품 중에 어린 아이의 메모 한 장이 다시 힘을 내게 한단다.

 

다시 마스크, 방호복, 보호경을 착용하면서 한 번 더 꾹 누르고 조인다. 혹시라도 자신의 부주의로 감염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코로나19를 퍼뜨리게 될까 무척 긴장도 하면서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한 숨을 돌려도 되지 않느냐 하니 아직은 안심하면 안 된다고, 정말 큰일 난다고 하며 오히려 걱정을 해준다.

그러던 그녀가 지난 4월 3일. 머리가 좀 아프고 몸살이 오려는지 몸이 천근만근이라며 오늘은 하루 쉴 거라 했다. 하루쯤 푹 깊은 잠을 자고 나면 괜찮을 거라 했다. 

그런데 6일이었다. 그녀가 자신도 확진자가 되었다며 이제 또 며칠 동안 전화 못한다 했다. 그렇게 조심하고 건강을 자신했던 그녀였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염이 되었나 보다.

그냥 눈물이 났다. 어떡하지? 우리 혜정이 어떡하지...
“언니, 친구, 그리고 동생들, 걱정마예. 저는 괜찮아예. 금방 완치되어 나갈 테니까 걱정 말고 아직은 조심하이소. 절대 안 집니더. 그러니까 걱정 말고 다음 여행갈 준비 잘 해놓으이소.”

지금 혜정이는 열심히 치료 잘 받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쉽게 쓰러지지 않을 그녀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녀는 다시 건강하게 일어날 것이다. 파아란 청보리 밭에 나폴나폴 하얀색 드레스 입고 꽃 화관 쓰고 사진 찍으러 가자던 약속을 그녀는 반드시 지킬 것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우리가 해보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을 함께 가자던 혜정이. 그녀는 꼭 약속을 지킬 것이다.

“혜정아, 니는 진짜 우리의 영웅이고, 나이팅게일이야. 알지? 우린 니가 골라 준 커피를 마셔야 하니까 치료 잘 받고 반드시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