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그래도 우리에겐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

2020-04-17     김교환 기자

 

1368년 몽골족이 지배하던 원나라를 멸망시키고 명나라를 창건한 주원장이 하루는 부인 마 왕후와 개국공신이자 정승인 상우춘을 불러 주연을 베풀었다. 술에 취한 주원장이 “우리 셋은 이미 황제가 되고 황후가 되고 정승이 되었으니 이제 더 바랄 것 있겠나만 그래도 속마음에 무슨 욕망이라도 있다면 말해 보오. 만약 우리말에 거짓이 없다면 저 뜰의 뽕나무가 흔들거릴 테니 스스럼없이 이야기해보시오.”

이에 상우춘이 먼저 “저는 정승의 자리에 오르기는 했으나 송구스럽게도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자 뽕나무가 흔들렸다. 다음엔 마황후가 입을 열었다. “궁중에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 중 젊고 잘 생긴 신하와 하룻밤 함께 했으면 더 소원이 없겠습니다”하니 역시 뽕나무가 흔들렸다. 임금이 자신도 하루에 수 없이 드나드는 신하들 중에 선물을 가져다 바치는 신하가 좋더라는 말에 역시 뽕나무가 흔들렸다.

뽕나무가 세 번 흔들렸다고 상삼요(桑三搖)라고 하는데 여기 등장하는 주원장은 검소한 황제였고, 마황후 역시 현숙한 왕후였으며 상우춘은 개국공신이면서 당대의 충신으로 탐욕스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간은 누구나 권력욕과 성욕, 물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명심보감에도 “욕심은 절제로 다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심, 욕망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각종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 시험이 출셋길이다. 특별히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등 고시가 많은 사람들의 열망이지만, 이는 극소수의 타고난 두뇌 싸움이다. 이외에 또 하나의 출셋길이 바로 선출직이다. 그중에서도 국회의원이야말로 연봉 1억 이상의 보수에 엄청나게 많은 특권과 혜택이 따르고, 8명이나 되는 4급에서 9급까지의 보좌관과 비서가 연간 4억 이상의 국가 예산으로 한사람 국회의원의 모든 활동을 영역별로 맡아서 보좌해 준다. 이는 우리나라 민의의 탈을 쓴 권력이 국회의원에게 집중된 모습으로 후보자들에겐 너 죽고 나 살기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유치, ◯◯건설, ◯◯수당 지급, ◯◯복지 등 공약이 남발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고 보자는 급한 마음의 포플리즘(populism)은 아직까지도 과거의 고무신 선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정보화시대에 맞춰 시도 때도 없는 선거관련 문자, SNS의 기계음을 들어야 하는 시달림이 우리를 더욱 짜증스럽게 했다. 사사건건 상대방 말꼬리 잡고 헐뜯고 비난하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혼탁한 저질 막말의 선거판이 너무 살벌했지만 이제 끝났다. 지금은 선수든 응원군이든 우리 모두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서로 간 축하와 위로와 함께 빠른 시간에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한다.

잡고만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데 있다, 이제는 내편도 네 편도 없다. 다만 우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승자든 패자든 자기성찰이 필요한 때다. 그래도 내 나라, 그래도 내 고향, 그래도 대한민국이 우리 모두를 안아줄 것이다. 대한민국이 있는 한 우리에겐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