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음악에 취하다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 달성 기념음악회

2020-07-31     우남희

코로나의 장기적인 여파로 문화예술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구시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 달성 기념음악회를 개최했다.

‘트리플 크라운’이란 야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세 부분에서 타이틀을 차지했다는 뜻인데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은 세 분야에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음을 말한다.

비에

그 한 분야가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된 것이다. 2015년 통영에 이어 2017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선정되었는데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1회차 음악회를 개최했다.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음악적 자산이 많다. 1900년, 선교사 사이드보탐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가 낙동강 사문진을 통해 들어왔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2012년부터 매년 100대의 피아노 콘서트가 사문진에서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클레멘타인’, ‘스와니강’, ‘켄터키 옛집’ 등을 번안한 박태원, ‘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 최초로 오페라를 작곡한 현제명이 대구출신이며, 최초로 독창회를 개최한 권태호도 대구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최초의 클래식 음악감상실인 녹향, 6.25 전쟁의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음악감상실 르네상스, 국제오페라축제를 비롯하여 음악회,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오페라 예술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오페라하우스도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되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되었다.

노래하는

2회차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이 2017년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렸다.

1907년에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은 김광제·서상돈 선생이 주축이 되어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갚자는 운동이다.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위한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제국에 막대한 차관도입을 강요해 생긴 것으로 그 당시 대한제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이었다.

2천만 동포가 석 달 동안 금연하여 나라 빚을 갚자고 시작한 이 운동은 고종임금뿐만 아니라 부녀자, 어린아이, 걸인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이 동참하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되었는데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전국민 금모으기 운동도 여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3회차는 지난 7월 29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동서원 은행나무 아래서 개최되었다. 1605년에 건립된 도동서원은 한훤당 김굉필 선생과 그의 외증손인 한강 정구선생을 배향하고 있는 서원으로 보물 350호, 사적 488호로 지정되었으며 2019년 7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소수서원(1543년), 남계서원(1552), 옥산서원(1573), 도산서원(1574), 필암서원(1590), 병산서원(1613), 무성서원(1615), 돈암서원(1634)과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도동서원은 원래 비슬산 자락인 쌍계리에 쌍계서원으로 1568년에 건립되어 사액 받았지만 정유재란 때 화재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처음엔 보로동서원이라 하다가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뜻에서 ‘도동’이라는 이름을 사액 받아 지금에 이른다.

도동서원의 수문장 격인 은행나무 옆에서 음악회가 개최되었다.

열연하는

노래하는 가야금 5인조의 ‘산조를 그리다’, ‘눈물’, ‘심봉사 심청이를 보다’ ‘낭만유랑기’ 연주와 CM 챔버 오케스트라의 ‘Arrival of the Oueen of sheba’, 관현악 모음 3번 ‘G선상의 아리아’,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을 연주했으며 배진형과 구본광 성악가가 ‘아름다운 나라’, ‘마중’, ‘첫사랑’ 등을 열창했다.

음악회를 보러온 정정희(63. 달성군 화원읍)씨는 “비가 오기에 반신반의 하며 왔지만 막상 무대를 보니 이 비에 어떻게 공연할지 제가 다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거짓말같이 행사 직전에 비가 그쳤고 공연도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멋졌습니다”고 했다.

분위기에

도동서원에서는 지난 7월 11일 유네스코 등재 1주년 기념행사로 외국인 과거제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