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과 넛지 효과
코로나 시대의 거버넌스를 위한 넛지
대구 수성못 유원지가 확 달라졌다. 일요일 오후(8월 2일)에 오랜만에 찾은 수성 호반에는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가운데도 편안한 복장으로 더위를 쫓고 있었다. 오리배들이 떠다니는 호수 한가운데 둥지섬 녹음에는 하얀 백로(白鷺)들이 구름처럼 모여 앉아 사람 구경을 즐기고, 구성진 트로트 가락이 어우러지는 산책로에는 나들이 가족들과 연인들이 줄지어 오가고 있었다.
산책로에는 마사토와 목재 데크, 흔들 벤치와 퍼걸러가 설치되어 편안하게 보행과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새로 단장한 ‘호텔 수성’과 컨벤션센터 주위에는 유럽풍의 상가들이 자리를 잡고 프랜차이즈 커피숍에는 선남선녀들이 줄서 있다. 밤이 되면 주변 아파트 신축 회사에서 제공하는 가로등과 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가운데 수상무대에서 다양한 뮤직 콘서트가 열린다.
수성유원지(대구시 수성구 두산동)는 용지봉(629m) 북서쪽 줄기 아래에 위치하여 경사가 완만하며 호수를 끼고 북쪽으로 시야가 넓게 트여 있어서 자연 경관이 수려하다. 수성못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수성들의 농작물 용수 공급을 위한 저수지로서 개발되었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 유원지 진입로가 확장되고 주변의 상가와 무허가건물들이 정비되었으며, 호수로 유입되는 빗물과 오수가 분리되고, 바닥이 준설되었다. 1990년 대에는 주위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산책로와 부대시설들이 새로 설치되고 현대식 상가들이 자리하면서 수성유원지는 안락하고 쾌적한 시민공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구도심의 명문 학교들이 이전하면서 수성구가 강남 제일 학군으로 부상하면서 휴식과 문화예술 공간으로 수성유원지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으로, 경제학에서는 당근이나 채찍질을 하지 않고 옆구리를 살짝 찌르는 것 같이 부드러운 권유로 사람들이 현명하게 선택하도록 이끄는 것을 말한다.
공익적인 목적으로 대중의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하여 넛지는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 옆의 계단을 이용하면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하여 에스컬레이터 소요 전력을 절약하거나,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모양을 그려 놓아 바깥으로 튀어 나가는 소변을 줄이는 효과들을 기대하는 것 등이다.
넛지 이론을 확립한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탈러 교수(Richard H. Thaler, 1945∼)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으며 그의 저서인 ‘넛지' (Nudge)는 국내에서 40만 부 이상이 팔려,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나라가 되었다.
수성랜드 쪽을 돌아서 ‘호텔 수성’ 방향의 최신 브랜드 양품점에서 눈요기를 하던 차에 아내가 양말을 권한다. 밴드가 헐거워져 양말이 자주 벗겨지던 터라서 몇 짝을 골랐는데, 만원이 채 안 된다. 저녁식사 장소를 찾다가 아내가 이끄는 양식당에 자리를 잡았는데, 메뉴에 코스 정식만 있어서 당황했다. 종업원들이 재바르게 물컵과 식사 도구를 챙겨주자, 계면쩍어진 아내는 식사비를 자기가 내겠다고 주문을 재촉한다. 최근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활동비로 마련한 비자금을 쓸 요량이었다. 과감하게 양해를 구하고 나는 아내와 딸애를 가까운 베트남 식당으로 인도하여, 우리는 제각기 다른 종류의 쌀국수를 주문하여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새 양말이 넛지가 되어 유발된 과감한 행동으로 아내가 비자금을 절약하게 된 것 같아서, 나는 실소를 머금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서 배려와 관심, 아프지 않을 정도의 자극이 되는 시니어들의 넛지가 국가와 지역 사회의 상생(相生)과 공존(共存)을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에 더욱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