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이심전심

2020-10-26     김교환 기자

 

옛날 글을 배우지 못한 한 여자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시집을 갔다. 해가 갈수록 고향 생각이 간절했지만 시부모를 도와 농사를 짓고 살림을 꾸리느라 고향에 다녀올 엄두조차 못 냈다. 하루는 고향의 친정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할 요량으로 종이를 펼쳤다. 그러나 글을 모르니 한 자도 쓸 수 없었다. 고민하던 여자는 글 대신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완성된 그림은 간단했다,

커다란 굴뚝과 훨훨 나는 새 한 마리가 전부였다. 며칠 뒤 고향에 편지가 도착했다. 마을 사람들은 글도 모르는데 어떻게 편지를 보냈을까? 하고 의아해 하면서 편지를 뜯었다. 굴뚝과 새 그림을 본 마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해석하지 못했다. 그때 친정어머니가 밭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사람들은 편지를 내밀며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편지를 본 친정어머니가 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향에 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새(여가)가 없다는 말입니다.

위의 글은 지난 10월 19일 대한노인회 회장에 당선된 김호일 회장이 카톡에 올린 글이다. 김 회장은 이 글을 올리면서 "단번에 딸의 그림을 보고 그 마음을 읽은 어머니처럼 서로를 깊이 생각하는 마음은 천리 길도 잇는다"며, "서로가 생각이 같으면 말없이도 소통이 되는 것이니 여러 시군지회장님들과 중앙회장인 본인과는 이심전심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김 회장은 고려대학교 총 학생회장출신으로 마산에서 국회의원 3선 경력을 가졌으며 특히 이번 대한노인회장 출마가 3번째 도전이었다. 7년 동안 쉬지 않고 전국 245개 지회를 방문하며 지회장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문제점과 애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써왔다. 눈으로 살피고 발로 뛰면서 만들어 내놓은 공약으로 눈에 띄는 것들 몇 가지만 들어본다면, 먼저 대한노인회를 사단법인체에서 법정법인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연합회와 시군지회에 노인 문화 건강증진센터를 건립하고 노인행복부를 신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훤칠한 외모에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풍기는 인상은 한마디로 믿음직스러운 분이다.

멀지 않아 노인인구 1천만을 바라보는 때이지만 아직도 사단법인체로 입회원서와 함께 경로당에 가입해야 회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현재 회원은 전체노인의 50%도 안 된다. 이런 이유로 특히 노인회의 발전을 위해 절대로 필요한 60~70대의 젊은 노년층, 고학력자, 생활에 여유가 있는 노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자동회원이 되어서, 노인관련 제반사업도 노인들의 손에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인구의 20%인 노인을 대변할 노인행복부의 설치 등은 시니어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이 공약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당선자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 시니어들의 단합된 마음가짐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대한노인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지금까지 움츠러들었던 우리 노인회가 이제 새롭게 기지개를 켜고 웅비하기를 기대한다. 새 회장의 말처럼 깜짝 놀랄 정도로 대한노인회가 확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당선자의 공약들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우리 시니어들 모두가 이심전심으로 힘을 보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