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내려온 별 하나' 청년작가들의 열정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현수막 하나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센인들이 사는 마을 입구의 교회 쪽이었다. '별자리: 별이 남겨진 공간'이란 푸른 색깔의 커다란 고딕체가 봄 햇살에 일렁이고 있다. ‘뭐지? 제목이 특이하네'
빠르게 지나가는 와중에도 재빨리 현수막 내용을 스캔하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취재수첩을 챙겨서 다시 그곳으로 향하였다. 이유가 있었다. 평생 안동에 살면서 수백 번 이 길을 지나다녔지만 그곳은 나와는 관계없는 별개의 세상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곳 입구에 붙은 현수막과 최근에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어 가고 있는 그곳 풍경이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 개관하여 미처 홍보가 덜 된 까닭인지 한산하였지만 서너 명의 청년들이 주차장과 전시실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들이 나누어 준 유인물에 나온 내용의 일부이다.
'별자리: 별이 남겨진 공간은 지난 15년 간 시용하지 않고 있던 성좌원 교회 건물을 전시공간으로 꾸민 곳입니다. 성좌원에는 120여 명의 한센인들이 살고 계시고 그분들 평균 연령은 85세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분들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가지셨는지, 어떤 지독한 편견과 차별 속에 사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전시에 참여하는 청년 작가들은 성좌원 주민에게는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을, 관람하시는 분들에게는 편견과 차별 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낡고 오래된 교회건물이었지만 그 낡음조차 예술로 승화시킨 청년작가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밴 전시장이었다. 특히 나의 발걸음을 오래 머물게 한 곳, 별이 남겨진 공간의 뜻을 알게 한 그 전시물 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하였다.
성탄절이면 교회 첨탑을 장식하던 크고 아름다운 별이 지금은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벽 한쪽 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과거의 영화를 반추하고 있는 걸까. 전등알이 없는 수십 개의 검은 소켓들이 전등알 대신에 반짝거리고 있는 모습이 처연했다.
작가 성다솜의 ‘식물공동체’라는 제목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말하였다.
"내가 본 식물들은 평범한 듯 특별하게, 특별한 듯 평범하게 살아간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살아가고 있다. 공간 속에 있는 식물들은 옹기종기 붙어 있으며 서로를 보듬어 주기도 찌르기도 한다. 찔린 상처들은 서로의 위로와 공감으로 치유된다."
전시장을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니 오늘 따라 봄 햇살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잊혀진 공간, 소외된 공간을 찾아 특별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청년 작가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해 줄 아름답고 소박한 전시장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