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네잎클로버, 행운을 찾아서
늘 함께하는 행복도 좋아
비 온 뒤의 시골풍경은 맑고 깨끗하다. 모처럼 마을을 구경하고 싶어 남편과 마실을 나갔다. 이제 막 열 맞추어 모심기를 한 논에는 기계가 빠뜨린 자리에 농부가 다시 들어가 보식을 하고 있다. 송이골 가는 밭가에는 하얀 찔레꽃이 제철을 맞아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보랏빛 엉겅퀴도 가시를 드러낸 채 아름답게 피어 있다. 이에 뒤질세라 노란 애기똥풀과 분홍빛의 쥐오줌풀도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꽃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쥐오줌풀일까.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쥐 오줌 냄새가 난다. 이름도 모르고 꽃만 보았으면 환상을 가질 수 있는 꽃이지만 가까이 가면 꿈이 깨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길에 산비둘기들이 ‘구구구’ 노래 부르고 딱따구리가 장단을 맞추는 소리도 들린다. 참 한가한 산골의 오후다.
잡초들이 자리 잡은 길가의 클로버 이파리 속에서 하얀 꽃들이 조르르 나와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포근하고 푹신한 클로버 잎들 사이에 활짝 피어난 꽃을 보니 행운을 쫓았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클로버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세잎클로버가 가득한 풀밭에서 사막속의 오아시스를 찾듯이 언젠가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며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그리고 기어코 찾은 네잎클로버를 코팅하여 책갈피에 넣고 다니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까지 삶에서 별다른 큰 행운은 없었던 것 같다. 이미 행운이 왔는데 알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말은 나폴레옹의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다. 나폴레옹이 우연히 발견한 네잎클로버를 보려고 고개를 숙이던 순간에 총알이 머리 위로 지나가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후부터 사람들은 네잎클로버에 행운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클로버 잎은 보통 세 개가 정상이지만 간혹 그 이상의 잎을 가진 것도 있다. 그것은 유전되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그 잎에서 끝나는 개체변이로, 후대로 전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네잎클로버는 10,000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날 만큼 흔하지 않은 것이다. 다섯 장의 잎도 있는데 이것은 금전상의 행운을, 여섯 장은 지위·명성을 손에 넣는 행운을, 일곱 장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는 최대의 행운을 의미한다고 한다.
클로버는 토끼가 잘 먹는다고 하여 ‘토끼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클로버 꽃 두 송이를 따서 남편의 손목에 묶어주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많이 해보았던 놀이다.
“손가락에는 한 송이로 만든 반지, 손목에는 팔찌. 오늘 꽃팔찌를 선물한 거야. 어때, 마음에 들어?”
“허허, 예쁘네.”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는 흔치 않은 행운을 찾으려고 애쓰면서 늘 곁에 있는 행복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행운은 평생 살면서 한번 오기가 쉽지 않지만 행복은 마음만 고쳐먹으면 언제든지 찾아온다.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산길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