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예쁘게 화장한 기생초의 아름다움

화려함 뒤에 보이는 쓸쓸함

2021-08-26     장성희 기자

뜨거웠던 8월도 이젠 그 끝을 향해가고 있다. 원 없이 더워도 봤고, 가뭄을 잊을 정도의 비도 내렸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감도니 8월은 참 변화무쌍한 달이다. 꽃밭에서 가장 잘 어울렸던 화려하고 강렬했던 기생초도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기생초는 조선시대 기생들이 나들이를 갈 때 쓴 모자를 닮아서 기생초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고, 꽃 모양이 진하게 화장을 한 고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데서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혹적인

무엇이든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을 좋아한다. 꽃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기생초는 샛노란 꽃부리를 펼치고 그 내부는 밤색으로 치장하여 강렬한 색의 대비를 보여주기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꽃은 작지만 눈에 쉽게 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저마다의 모양과 색깔로 자신의 가치를 내보이려고 한다. 봄에는 연하고 부드러운 색이 많고, 여름에는 진하고 강렬한 색을 가지고 계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다가온다. 기생초는 여름 꽃 중에서도 화려함과 강렬함이 어느 꽃에도 뒤지지 않는다. 가녀린 여인처럼 가느다란 줄기 끝에 피고 가운데 동그란 무늬가 예쁜 꽃이다.

합덕에 있는 에코팜에 교육을 갔다가 처음 보고 반해서 모종을 얻어와 심어 놓은 것이다. 한 포기에서 얼마나 많은 꽃이 피고 지는지 여름 내내 기생초가 꽃밭을 장식한다. 그 많은 꽃이 씨앗을 맺고 떨어져서 또 싹을 틔운다. 이제는 키울 모종만 남겨 두고 잡초처럼 뽑아주어야 할 정도이다. 그만큼 번식력이 대단한 화초이다.

기생초가

처음에는 이름도 생소했는데 자꾸 보니 정이 가는 꽃이다.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눈과 마음이 다르겠지만 조금은 애달프고 슬프다는 생각도 든다. 기생들의 화려함 뒤에 있는 쓸쓸함이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사연과 추억을 남기고 쓸쓸히 떠나가는 기생들처럼 마지막 꽃잎에도 한껏 화장을 한 모습이다. 여름의 끝자락에 바라본 저녁노을이 너무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