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귀향

오미크론이 주도하는 코로나 시대의 캄캄한 터널을 통과해서 옛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2022-01-28     정신교 기자

오미크론 변이주의 확산세가 급증함에 따라 확진자 수가 일만 명을 넘어서고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국민들의 설 명절 귀성을 만류하고 있다.

귀성(歸省)은 객지에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며, 귀향(歸鄕)은 어떤 목적으로 떠나온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설 연휴 동안 인구 이동량이 작년보다 17% 증가하여 2천8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해마다 귀성 인구는 늘어가고 있다. 열차가 주된 교통수단이었던 6, 70년대에는 명절 귀성 차표 예매를 위해 서울역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완행열차의 좌석 확보 경쟁으로 승객들이 플랫폼에서 압사하는 사고도 있었다. 고속도로가 생기고 경제 성장과 국민소득의 증가로 마이카 시대가 되면서 매년 명절을 전후해서 민족의 대이동으로 전국의 도로들이 몸살을 하게 됐다. 회사와 직장에서는 귀성용 전세버스를 운행했으며, 수도권 대학들도 덩달아서 지역별로 학생용 귀성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향의 부모들이 자식들과 같이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 상경하는 역귀성 문화도 생겨났다.

우리와 같은 음력 문화권인 중국의 춘절(春節) 귀성과 대이동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심지어는 아이들을 고향의 할아버지에게 택배로 보내는 일도 있다고 한다.

올해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춘제 기간과 겹쳐져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국민들의 귀성과 이동을 억제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며 해가 바뀌는 세밑일수록 그 심정은 더하다.

넓은 벌과 실개천에 졸음에 겨운 아버지와 사철 발 벗은 아내, 귀밑머리 날리는 누이가 등장하는 정지용 시인(鄭芝溶, 1902∽1950)의 시 향수(鄕愁)는 작곡가 김희갑 씨가 곡을 붙이고 대중가수 이동원(李東源, 1951∽2021)씨와 성악가 박인수 씨가 듀엣으로 노래해서 범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부산 출생의 가수 이동원은 부모가 월남한 실향민이었으며 식도암과 투병 생활을 하던 중 안타깝게도 지난해 남원에서 별세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애창되고 있는 존 덴버(1943∽1997)의 팝송, ‘Take me home, country road’는 천국처럼 아름다운 웨스트버지니아의 산과 강을 노래한 팝송으로 주 의회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주가(州歌)로 제정됐다. 정작 존 덴버는 뉴멕시코 출신이며 자가용 비행기로 미국 서태평양 연안을 여행하다가 몬테레이의 수려한 경관에 도취 되어 추락사했다.

내일은 국민가수 오디션에서 7세의 최연소 참가자인 김유하(2015∽)가 ‘아, 옛날이여’를 열창해서 화제가 됐다. 유하는 “동무들과 맘껏 뛰놀던 코로나 이전 …”이 바로 옛날이라고 밝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시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인권운동가로 거듭난 헬렌 켈러 여사(Helen Adams Keller, 1880∽1968)는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기적, 그리고 친한 사람들이 오가는 동네를 보고 싶다.’ 했다.

지금 우리는 야간열차를 타고 오미크론이 주도하는 코로나 시대의 마지막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어둠이 깊으면 그만큼 아침이 가까워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동안 잊고 지내던 마스크를 벗은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의 밝은 진면목(眞面目)을 이제 곧 다시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