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푸시킨의 '삶'

2022-02-14     권정숙 기자
푸시킨과

 

 

삶 // 푸시킨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나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는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2020.3.23. 써네스트]

 

대구

 

누구나 한 두 번은 들어 봤을 詩이며 가끔은 한 구절씩 읊조리며 고달픈 현실을 잊거나 참아보려 노력도 했을 것이다. 첫 연만 봐도 얼마나 위로가 되고 희망적인가. 슬픔의 날을 견디면 멀지 않아 기쁨의 날이 온다고 단정적으로 말해주니 더더욱 위안이 되고 있다. 만약에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수도 있다고 뜨뜻미지근하게 썼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고 이 詩도 결코 유명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일은 단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첫 연에서 매료되고 위로를 받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연에서 살짝 여지를 주고 있다.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괴로운 것, 이 얼마나 절묘한 절창이든가. 모든 건 일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진다니 우리 모두가 겪고 느껴왔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詩는 공감이 되어야 감동이 오는 것 같다. 아무리 유명한 詩라도 내가 공감할 수 없다면 감동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짧은 詩에 삶의 진리를 담아낸 詩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을 견디기 힘 든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몸이 아파도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거나 가족 간에 갈등이 있어도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괴로워하고 있다. 현재에 만족할 수 없는 게 인간인가 보다. 어쩌다 지금 현재에 너무나 만족하고 사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된다. 그것이 허세나 위장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족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인 자신은 별로 행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러시아의 전통 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삶이 순탄치 못 했던 것 같다. 시인이며 소설가, 희곡작가로 활동한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아내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염문이 끊이지 않았고 연적과의 권총결투로 마침내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일설에 결투 장소에 아내가 있었는데 권총 발사 후 둘 다 쓰러졌다. 그런데 그의 아내가 울면서 달려간 곳은 시인이 아닌 연적이었다니 그 마음이 어땠을까. 또 결투 장소에서 바로 죽은 것이 아니라 집으로 옮겨져 이틀 후에 사망했다니 그 이틀 동안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고통이 죽음보다 더 깊고 참담했으리라. 우리에게 많은 위로와 희망을 주고 간 시인은 죽음 후 진정 편안한 안식을 얻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 이 시는 외국 詩이기 때문에 역자에 따라 번역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읽히는 것으로 채택하였으니 오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