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기쁜 소식을 전할 것 같은 큰봄까치꽃
길가 좁은 곳에 둥지를 틀다
이제야 조금씩 꽃들이 움트고 있다. 양지바른 곳에는 제법 환하게 웃고 있는 꽃들도 있다. 요즘은 새로운 뭔가가 나오나 싶어 길가를 눈여겨보게 된다. 죽장 선바위작은도서관을 나와 복지관 센터를 도는데 파란 꽃잎을 수없이 달고 있는 풀이 눈에 들어온다. 벌써 이렇게 흐드러지게 핀 꽃이 뭘까 하며 들여다보니 큰봄까치꽃이 틀림없다. 콘크리트 바닥과 담 사이의 구석에 흙더미가 조금 있고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둥지를 틀었다. 아무리 많이 피어 있어도 무심코 지나치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꽃이다. 손톱만한 꽃이 파랑새 같은 모습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한참동안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어여쁘다.
본 이름은 ‘큰개불알풀’이다. 열매가 달리면 수컷 개의 생식기를 닮아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부르기에는 좀 민망하다. 아마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이 풀의 가장 큰 특징을 그렇게 본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예쁜 꽃에 이런 이상한 이름을 붙인 것은 조금 심한 것 같다. 하기야 옛날, 아들을 선호하던 어른들도 예쁜 딸들의 이름을 이상하게 지은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개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 꽃도 개명을 하였는데 봄을 미리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큰봄까치꽃'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그런데 큰봄까치꽃보다 큰개불알풀이 더 기억에 잘 남을 것 같다.
꽃 이름 앞에 '큰'이 붙으면 크다는 뜻이고, '선'이 붙으면, 줄기가 서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눈'이 붙으면 누워 있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큰봄까치꽃에 '큰'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지만 사실은 아무리 커도 1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꽃이다. 이 작은 꽃 앞에 '큰'자가 붙은 것은 같은 종류의 ‘개불알풀’과 ‘선개불알풀’의 꽃에 비해 엄청나게 큰 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면 보이는 것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는 사람도 있고,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도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가진 것에 만족해하지 않는 것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기 때문일 것이다.
봄까치꽃은 하루살이 꽃이다.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이 가고 해 질 무렵이 되면 꽃잎을 닫고 지게 되는데 한 번 닫힌 꽃잎은 다시 열리지 않고 고개를 떨어뜨리면서 하루 만에 생을 다한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새로운 꽃송이를 틔운다고 하니 이 꽃의 일생은 정말 일장춘몽인 것이다. 하지만 하늘빛을 머금은 채 짙은 줄무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앙증맞으면서도 예쁘다. 꽃말은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기쁜 소식’이다.
들에 핀 작은 야생화는 모두 참 아름답다. 누가 보든 말든, 때가 되면 홀로 알아서 싹을 틔우고 꽃대를 올리며 꽃을 피운다. 그리고 내일 필 새로운 꽃을 위해 조용히 사라져 준다. 그것이 자연이다. 오늘은 '큰봄까치꽃'의 꽃말처럼 기쁜 소식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