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합니다

5년후 임기를 마치는 날 "참 수고 많았습니다. 편히 쉬세요"라는 칭송 받기를

2022-05-09     석종출 기자

새 지도자의 정부가 출범한다.

원하고 바라건대 번성하고 화평하며 자유로운 세상이 유지되기를 염원한다.

왕조시대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새 임금이 즉위할 때 관대한 법을 포시(布施)하여 큰 기쁨의 경사를 만백성들과 같이 나누었다고 한다. 조선 세조실록의 한 부분을 옮겨본다.

“나는 덕이 박한 사람으로 상왕(단종)께서 부여해 주신 중책을 받고 조종의 큰 대업을 이어 받아 옛 법도에 따라 친히 태묘에 강신(降神)하니 욕례(縟禮:번거롭고 까다로운 예절)를 이미 이루었으므로 이 큰 경사를 만민과 더불어 같이할 것이니 경태(景泰) 6년 7월 초4일 [교서반포한날] 이전에 있었던 대역 모반과 자손으로 부모와 조부모를 모살하거나 구매(歐罵:때리고 욕하는 것)한 자, 처첩으로서 지아비를 모살한 자, 노비로서 주인을 모살한 자, 모고 살인, 고독(蠱毒:독이든 음식을 먹이는 것), 강도와 절도를 범한 자를 제외하고 이미 사실이 발각되었거나 발각되지 않았거나 모두 용서하여 그 죄를 면제하니 감히 유지(宥旨:너그러운 용서) 이전의 일을 가지고 서로 고하여 말하는 자는 그 죄로써 죄를 물을 것이다. 이제 조종의 복을 받아 이 비상한 전례를 거행하고 백성에게 은혜를 이루어 막대한 인애를 널리 펴는 바이다.”

오백년 이조 역사에 한분 임금의 사례이고 작금의 시대에는 언감생심 꿈에도 상상못할 일이지만 때로는 이와 같이 한번쯤 매듭을 지어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산만 할 것이 아니라 알고도 모르게, 억지로 파헤쳐 밝혀내지 말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흠집 있는 자의 과거를 묻어주고 용서할 수 있는 허물을 덮어주는 관용과 은덕의 시혜를 베풀 수는 없을까. 흠결 있는 자들이 오히려 부끄럽고 민망하여 스스로 천선할 수 있도록 뒷길을 열어주는 아량을 펼쳐 보이면 어떨까.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있었던 국회(입법부)의 사태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한번 매듭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한다. 매듭을 짓는다는 것이 연속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갈래를 분명하게 하는 것뿐이고 흐름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사회 조직의 변화, 시스템 운영의 방식, 다른 국가들과의 연관성,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 자연의 이변, 나라 간의 전쟁 등 지구상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예측은 가능하겠지만)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인정하기 싫은 아이러니의 상황을 이어가는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유엔에 가입된 200여 국가들 중에 경제력 기준으로 10위 내외에 있는 참 대단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치유될 수 없는 어두운 구석은 존재하며 불공정은 공공연하게 용인되고 있고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 믿는 사람은 여전히 행복할 것이고 좋은 이웃이 그렇지 않은 이웃보다 차고 넘치며 이웃을 내 몸처럼 돌봐 주는 천사들이 여전히 우리들의 존재가치를 더해주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바란다. 새 지도자의 등장으로 부디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화평하게 번창하여라. 5년 후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날 그 지도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정말 수고했노라고, 편히 쉬어도 된다.”고 칭송받는 날이 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