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72)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이 있어야
프랑스작가 알베르 까뮈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의미로 ‘눈물 나도록 살아라’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별 생각 없이 하루를 맞이할 경우가 많다. 어제가 오늘이요 오늘이 내일이 되어 하루하루를 대충 그냥 흘려보내고 만다. 할 일도 없고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남는 게 시간이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같은 일만 되풀이 된다면 이야말로 자기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생을 삶의 과정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방법으로 인생 3막이라 하여 90년을 한 평생으로 해서 삼분 하는 경우도 있다. 제1막 인생은 부모 보호 아래 자라고 공부하고 직장을 구할 때까지의 30년, 제2막 인생은 결혼해서 가정을 갖고 자식 키우고 부모 봉양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30년, 제3막 인생은 60세를 전후로 하는 은퇴 후 마지막 30년이 된다. 1~2막 인생은 전반기 인생이라 하여 대체로 부모의 보호 아래 성장해서 가정을 갖고 무거운 책임이 지워지는 참으로 바쁘고 힘든 길이지만 보통 사람들이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자기 일을 갖고 살아가는 이미 잘 닦여진 인생길이다.
그러나 제3막 인생인 60세 이후의 후반기 30년 인생이야말로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 자기만의 인생이다. 이렇게 소중한 자기 인생을 하는 일 없이 허송세월로 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일이 있어야 한다. 인생에서 일은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일이라고 하면 우선 돈이나 보상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일이 소중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은 적다. 실제로 일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게 하고, 사회인으로서의 관계유지와, 신체 및 정신건강과 함께 여가활동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매우 소중한 것이다.
김형석 교수도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에서 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일을 준비하는 사람은 적다고 하면서 노후에 일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은 누가 만들어 줄 수도 없지만 만들어 주어서도 안 된다.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자기 인생을 만들어 가야하기 때문이다. 노후에 독서 등을 통한 공부를 하는 일, 자기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계속하는 일,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 참여 하는 일 등 그것이 무엇이든 자기만의 정신을 쏟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후반기 인생에서는 일과 노는 것에 대한 구분도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잘 노는 것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늙어가면서 잘 논다는 것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은퇴를 하면 꼭 해야 할 일보다 안 해도 될 일이 더 많고 남의 간섭도 적게 받게 되고 내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그래서 남는 게 시간뿐이라고들 하지만 남은 인생에서의 시간은 정말 아깝고 소중한 것이다. 또한 노후는 신체적 노화로 아플 일이 많은 시기다. 따라서 병과 함께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남은 인생, 병을 다독이며 살아가야 한다. 취미활동이나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이나 봉사활동 등은 모두가 노후의 좋은 일거리이면서 건강관리를 위해서도 좋다. 이제 세상은 날로 변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 배우자.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걸 누가 채워 주기를 바라지 말자. 이제는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없는 건 없는 대로 긍정적 삶의 자세로 스스로 소일거리를 만들어가며 홀로 서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