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엘렌 랭어 '늙는다는 착각'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

2022-07-03     김대영 기자

저자 엘렌 랭어(Ellen J. Langer)는 뉴욕 대학교에서 심리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74년 예일 대학교에서 사회 및 임상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에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노화와 인간의 한계, 고정관념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하여 심리학계의 일약 스타로 떠오르며 세계적인 심리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1981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종신 교수직에 임용됐다. 역자 변용란은 건국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은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와 저자의 광범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어떻게 건강하고 지혜롭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노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관에 인식의 전환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는 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고방식과 마음가짐이므로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게 살면 실제로 신체적인 노화도 지연된다고 주장한다.

목차는 ‘1장-20년 젊어진 사람들, 2장-건강한 삶에 관하여, 3장-모든 것은 변한다, 4장-무엇이 우리를 병들게 만드는가, 5장-하루를 살아도 온전하게 살 권리, 6장-말이 정신을 지배한다, 7장-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까?, 8장-어쩌면 가장 무책임한 사람들, 9장-늙는다는 착각, 10장-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한 사람’으로 되어 있다. 1장과 9장, 10장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소개한다.

1. 20년 젊어진 사람들

저자는 1979년에 외딴 시골 수도원에서 75세~89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을 했다. 수도원 환경을 1959년의 상황과 똑같이 만들고, 노인들에게 20년 전의 본인으로 돌아가 생활해 달라고 주문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주일이 다 지나기도 전에 노인들의 행동은 물론 태도까지 변했다. 면접을 보러 처음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를 찾았을 때는 데려다 준 친지들에게 극단적으로 의존하던 노인들이 수도원에 도착한 직후부터 모두 독립적으로 행동했다. 일주일 후에는 모두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되었다. 대부분 좋은 의미로 체중이 평균 1.5킬로그램 늘어났으며 악력도 현저히 향상되었다. 관절 유연성과 손가락 길이, 손놀림이 월등히 나아졌다.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다.

저자는 이 연구의 목적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주일이 끝나갈 때 참가자들이 찍은 사진과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찍은 사진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다. 객관적인 입장의 관찰자들은 실험 참가자 전원이 연구 말미에 훨씬 더 젊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는 이후 수십 년간 노화에 관한 시각뿐만 아니라 한계에 대한 견해까지 전반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니다. 신체적인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다. 일군의 노인들이 각자의 인생에 그토록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

우리는 건강에 관해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고, 좀 더 의식적으로 집중해 건강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건강과 행복에 대해 스스로 설정한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져, 몸소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수호자가 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15~40쪽)

2. 늙는다는 착각

(1) 노년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

노년에 대한 보편적이고 부정적인 편견은 최소한 서양에서는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노인들은 건망증이 있고, 행동이 굼뜨며, 약하고, 소심하며, 자기 방식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종종 그들을 판단하는 사람들과 동일한 가치관과 기준을 지녔으리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판단된다. 누구든 자신의 발달 수준을 넘어서는 시각을 갖지 못한다는 점과 함께 관찰자가 자기 입장에서 가장 의미 깊은 방식으로 행동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노인의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확하지만 상투적으로 일관된 편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 관념은 통제력 상실을 악화시킴으로써 노인들에게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사회 심리적인 불안감을 키운다. 통제력의 발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이든 아니든 주어진 상황에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환경의 제한이나 신체적인 한계로 통제력을 발휘할 기회가 박탈되면 우리는 일종의 ‘학습된 무기력감’을 경험한다.

60세가 넘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건강과 관련한 결정에 통제력이 주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주어지는 정보가 적은 것을 선호하며 건강 관리 전문가가 대신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통제력에 대한 욕망 감소와 나이의 관계는 자신감 인식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통제력에 대한 욕망도 적다는 의미다.

(3) 지나친 배려가 노인들의 삶을 악화시킨다

50세 이상의 미국과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한 어느 조사에서는 건강 관리를 책임진 의료진이 질병의 원인을 단순히 환자들의 나이 탓이라거나 ‘너무 늙어서’ 어떠한 활동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0퍼센트 이상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의료 관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을 방해하며 치료에 대한 선택권을 감소시킴으로써 잠재적으로 건강 관리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노인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다수의 관리 체계는 의존성과 통제력 상실의 느낌을 지속시킨다. 요양원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지나친 도움’은 개개인에게 스스로의 무기력함과 무능함을 암시함으로써 이전에는 해낼 수 있던 과제의 성취도마저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4) 세상과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라

의식을 집중해 세상을 바라보면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차별을 늘임으로써 편견과 고정 관념을 줄일 수 있다. 특정 개개인을 적극적으로 구별함으로써 얻어지는 의식의 집중은 한 가지 특징만으로 상대를 정의하는 잘못을 막아 준다.

‘톰과 조운은 늙었다’ 같은 포괄적인 특징은 ‘톰은 백발이고 휘파람을 분다. 조운은 손톱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칠했고 지팡이를 짚고 걷는다’ 같은 식으로 보다 차별화되어 그 사람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가 아니라 개인의 개성으로 인식될 수 있다.

노화가 쇠락이 아닌 변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자율성을 부추기고, 적극적으로 분별력을 키우며, 자신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렇게 나이를 근거로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는 편이 훨씬 낫다.(269~307쪽)

3.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한 사람

(1)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보라

죽음은 피할 수 없고 이후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분명 죽음 이전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사들도 어느 정도까지만 알 수 있으므로 의학 자료는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다. 의료계의 언어에 우리의 선택권을 박탈해 버리는 결정이 숨어 있고, 불치라는 말은 사실 불확실하다는 의미이다.

제임스 펜베이커(James Pennebaker)는 의식을 집중해 글을 쓰면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빈도수가 줄어들고 면역 체계 기능 향상, 혈압 강하, 폐 기능 향상, 간 기능 향상, 병원 입원 기간 단축, 기분 및 감정 향상, 정신적인 행복감 증가, 시험 전 우울증 감소를 포함해 다방면으로 건강이 향상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2) 의식을 집중해 살아간다는 것

의식의 집중은 피곤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이는 우리가 완전히 몰입했을 때 느끼는 방식이다. 건강을 더욱 잘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에 의식을 집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명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조명한 새로운 연구 결과도 우리에게 그렇게 하기를 권한다.

의식을 집중하며 건강을 지키는 것은 질병이 심각해지기 이전에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 심각한 우울증이나 이미 주요 장기까지 퍼져버린 암, 또는 극단적인 ADHD 상황에서도 의식을 집중해 건강을 대하는 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의 목표는 더 젊고 혈기왕성했을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마지막 날까지 의식을 집중한 상태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인생의 매 순간을 완전히 의식하며 사는 삶, 그것은 분명 추구할 가치가 있으면서 실제로 이룰 수도 있는 목표다.

(3) 가능성을 향한 열린 마음

과거는 우리의 현재를 결정하며 달라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똑같다. 하지만 매사가 변하며 현재 우리가 겪는 ‘사실’이 불변이 아님을 인정할 때, 가능성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대신 이룰 방법을 묻는다면, 우리는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그 첫걸음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다시 하나로 합치는 것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몸과 마음을 별개로 볼 때 몸의 중요성은 종종 마음의 중요성보다 우위를 차지한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건강을 위해 건배하고 그다음에 행복을 위해 마신다. 우리의 태도와 생각, 믿음은 적어도 식이 요법이나 주치의만큼이나 건강에 중요하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려 드는 사람들에게 격렬히 반대하는 사이, 우리는 몸에 대한 통제력을 너무 쉽게 쉽사리 포기한다. 이제는 통제력을 되찾고 의식을 집중해서 우리의 몸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도 그처럼 똑같이 행동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때다.(311~3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