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히가시노 게이고 '아들 도키오'
23살 아버지, 19살 아들. 기적 같은 시간 여행!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아들 도키오’는 식물인간이 된 ‘도키오’의 영혼이 과거로 날아가 젊은 시절의 아버지 ‘다쿠미’의 인생을 바꾸는 이야기다.
미야모토 다쿠미는 숙박 할인권을 사기 판매하는 나카니시의 부하로 있다가 일을 그만 둔 날 아사쿠사 하나야시키 놀이공원에서 도키오을 만난다. 다쿠미는 애인인 지즈루가 부탁한 경비회사 면접을 보지 않고, 지즈루가 준 돈을 모두 써버린다. 다쿠미에게 실망한 지즈루는 오카베라는 회사원과 함께 사라진다.
지즈루를 찾아나선 다쿠미는 도키오의 강요에 의해 생모인 도조 스미코를 만나고, 스미코가 남긴 편지를 통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다쿠미의 아버지는 하반신이 마비된 만화가인데 화재로 사망한다. 스미코는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와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다짐한다. 다쿠미는 미야모토 부부에게 입양되어 키워진다. 도키오는 미래에 다쿠미와 결혼하게 될 레이코를 터널 화재에서 구하고, 다쿠미에게서 사라진다.
레이코와 결혼한 후 낳은 아들이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으로 식물인간이 된 병실에서 다쿠미는 레이코에게 20년 전에 도키오를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도키오에게 "아사쿠사 하나야시키 공원에서 기다릴게!"라고 말한다.
‘아들 도키오’는 타임슬립이라는 SF적 발상에서부터, 실종과 추적을 넘나드는 스릴과 미스터리, 삶에 대한 긍정과 부자간의 사랑이라는 뭉클한 감동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매력이 한 권에 압축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살아 있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 죽음 직전까지도 꿈을 꿀 수 있다는 말이라고. 당신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미래였어. 인간은 어떤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 아무리 짧은 인생이어도, 설령 한순간이라 해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미래는 있어. 잘 들어.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 그건 마음속에 있어.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 그걸 알았기에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낳은 거야. 그런데 당신은 뭐야. 불평불만하고, 스스로 무엇 하나 쟁취하려 하지도 않아. 당신이 미래를 느끼지 못하는 건 누구의 탓도 아냐. 당신 탓이야. 당신이 바보라서.” 다쿠미는 필사적으로 말하는 도키오의 얼굴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도키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몸에 쇠사슬처럼 휘감겨 꼼짝 못 하게 했다.(3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