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28) 나이 먹는 것과 늙는 건 다르다

2023-08-14     김교환 기자

 

나이가 80,90,100세가 되어도 청년처럼 사는 어르신이 늘어난다. 이런 어른들을 ‘청어’라고 하여 ‘청년처럼 사는 어르신’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생겼다. 우리 주변에는 90 노인도 자기 몸 관리를 잘해서 아주 젊게 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60 나이에도 노화현상이 뚜렷한 사람을 흔히 본다. 이는 나이 드는 것이 반드시 늙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머릿속에는 노화에 대한 편견이 있다. 백발의 젊은이는 실제보다 훨씬 나이가 많게 느껴진다. 겉보기 나이와 실제나이의 상관관계는 가공의 관계 때문에 다를 수 있다.

같은 변화를 놓고도 젊은 사람들에겐 변화로 노년에겐 노화로 표현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월의 흐름 즉 시간이 지나감에 따르는 것이기에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늙는다는 것은 생각 즉 느낌이나 감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 65세만 되면 노인이란 그물 속에 자신을 밀어 넣어서 보호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출생연도만 덮어두면 인간의 나이는 상대적으로 바뀌며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노인이란 이름표가 붙고 나면 사회 망이 좁아지고 고립을 자초하게 되면서 가족 간에도 부양과 공경 문제로 심리적인 갈등과 충돌이 생긴다. 여행을 나서도 신분증부터 제시해야하는가 하면 어딜 가든 ‘주민등록증 앞 번호 적어주세요’ 은행 보건소, 병원 등, 심지어 유원지 고궁 박물관에서도 내가 먼저 노인임을 증명해줘야 한다. 어디서나 보호받고 우대받는 나약한 존재로 자신을 더욱 초라하고 약하게 만든다. 따라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고, 활동적인 운동은 자제해야 하고, 주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숨이 차고 허리가 아프다면 무조건 나이든 증거인 것처럼 스스로 만들어 낸 올가미로 걸음까지 느려지게 하여서 나이와 육체적인 쇠약을 연결시켜 버리는 것이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들은 노인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으로 지나친 도움을 주어서 개개인에게 스스로의 무기력과 무능을 인정토록 해버린다. 국가사회의 복지정책도 마찬가지다. 65세만 되면 보호 대상자로 각종 노인복지혜택을 받게 된다. 많은 노인이 무심한 일상이 반복되는 보호시설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나이 들수록 노화에 대한 편견은 노년의 자립 의지를 잃어버리게 하고, 점점 의존성과 통제력 상실감이 깊어지고, 급기야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도 해내지 못하게 하는 노인이 되게 한다.

이와 같이 개인차가 무시되는 부정적 고정관념의 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년세대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또한 늙었다는 말을 자주 반복하는 것은 노화의 부정적인 사고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체적 능력에 한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과거에 매여 있는 사람은 이미 죽어있는 사람이요 희망을 품고 미래를 향해 떠날 용기가 있는 사람은 언제나 늙지 않는 청년이라고 했다. 스스로 끊임없이 삶의 가능성을 실천하는 노인이야말로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다. 노화가 쇠락이 아닌 변화라는 사실로 받아들이자. 노년의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