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240) 사람은 홀로 살수 없다

2023-11-09     김교환 기자

 

화향백리(花香百里)라 하여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주향천리(酒香千里) 라 하여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인향만리(人香萬里)라 하여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중국 남북조 시대 송계아 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그가 고위 관리직에서 정년퇴직을 대비하여 자신이 노후에 살 집을 보러 다닌 이야기가 나오는데 천백만금을 주고 여승진이란 사람의 이웃집을 사서 이사를 한다. 백만금 밖에 안 되는 그 집값을 천백만금이나 주고 샀다는 말에 여승진이 그 이유를 물었다. 송계아의 대답은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하였고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되기 위한 프리미엄으로 지불한 것입니다.’ 좋은 이웃과 함께 하려고 집값의 10배를 더 지불한 송계아에게 여승진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원래 중국 사람들은 백만, 천만하는 숫자를 보통으로 쓰는 허풍이 대단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세상에 무엇도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사람도 당연히 혼자 살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함께 만들고 같이 살아간다. 건강할 때는 자칫 잊고 살지만 모자랄 때나 아플 때 비로소 절실하게 알게 된다.

예로부터 좋은 이웃, 좋은 친구와 함께 사는 것을 가장 행복한 일로 여겼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만나기 쉬운 것도 사람이고 잃기 쉬운 것도 사람이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대체도 가능할 수 있지만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똑같은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도 사람을 얻는 일. 그 일이 가장 중요하고 사람을 잃는 일이 최악의 실수라고 한다. 그런데 물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지듯이 사람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 ‘파리의 뒤를 쫒으면 변소 주위만 돌아다닐 것이고, 꿀벌의 뒤를 쫒으면 꽃밭을 함께 노닐게 될 것이다.’란 말도 있다. 누구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낫다. 그만큼 이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가지 일로 서로 자주 신세지고 진심으로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자세가 소중하다. 항상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서로 소통하며 카톡으로라도 자주 안부 나누면서 애정을 공유하자. 부모 자식관계도 그렇다. 아직도 늙으면 자식이 돌봐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제는 세월이 변했다. 부모 자식 간에도 기본은 자립이다. 또한 노년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과 소외감이다. 따라서 가장 큰 복은 만남의 복이다. 부부의 만남은 평생의 동반자요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다. 고통도 이야기할 수 있고 마음이 아플 때 의지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친구는 만드는 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가운데 생겨나는 것이다. 세월을 함께할 소중한 친구가 있어 자주 어울려야 덜 늙는다. 혼자서 한 시간 운동하는 것 보다 두세 명 모여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나누며 웃고 즐기는 것이 몸에 훨씬 좋다고 한다. 일주일에 몇 번씩이라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만들자. 함께 어울리고 함께 채워주고 함께 나눠주고 함께 위로하면서 함께 살아가자. 그래서 만나면 반갑고 함께 있으면 더 좋고, 헤어지면 그리운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