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류시화의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2024-04-17     권정숙 기자
사진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의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2022년 수오서재]

 

류시화 시인은 195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詩부문 ‘아침’으로 등단했다. 1980년~1982년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 2012년 제25회 경희문학상을 받았다. 2009년 제3회 한국저축은행 제비꽃 시인상도 받았다.

그의 본명은 안재찬이며 1988년부터 류시화라는 이름으로 외국 명상서적을 번역하면서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이나 詩는 심오하고 철학적인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쉼표를 넣는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시로 납치하다’ ‘지구별 여행자’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등이 있다.

이 詩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무척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詩로 느껴진다. 꽃이 꽃샘바람에 흔들릴 때 얼마나 춥고 힘들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꽃에게는 모가지지가 꺾여 죽는 일 만큼이나 힘든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꽃이라서 바람이 시샘해서 흔드는 거라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꽃나무들이 자신의 봄을 만들기 위해 힘들게 봉오리를 열어 홀로 봄앓이를 하는 겨울,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라함은 홀로 하기엔 너무나 힘이 드니 서로 도우라는 뜻이리라. 여기에서 줄탁동시란 말이 생각난다.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서는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힘들게 꽃을 피우지만 누구보다 꽃을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이라며 넌지시 위로해 주고 있다. 마지막 연에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라는 확신에 찬 격려에 꽃나무도 한번 힘을 내 견뎌내고 마침내 환하게 꽃망울 터트릴 것 같다.

꽃나무에 대한 위로와 격려가 어찌 우리네 인생에도 적용되지 않으랴. 우리도 주변에 시샘과 질투로 인해 힘들 때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곤경에 처할 때도 있으니 힘내고 견디라는 뜻으로 읽힌다. 어려울 때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서로 도우라는 교훈까지 내포 되어 있고 결국 이겨내고 나면 모든 영화는 너의 몫이 될 것이라고 격려해 주는 것 같은 아주 좋은 詩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