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글로리아 마크 '집중의 재발견'

몰입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집중에 도달하는 법

2024-07-07     김대영 기자

저자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석좌교수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2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멀티태스킹과 방해 요소, 기술 사용자의 생산성과 기분에 관해 20년 넘게 연구해왔다. 해당 주제에 관한 논문을 200편 이상 발표했으며 2017년에는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의 리더를 공인하는 ACM SIGCHI 아카데미에 입회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디 애틀랜틱>, NPR, BBC 등 유명 미디어에서 저자의 연구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책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주의집중을 관리하며,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목차는 ‘1부 주의집중의 해부학 1장 인지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2장 주의집중을 사수하기 위한 전투, 3장 주의집중의 유형, 4장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왜, 어떻게, 얼마나 많이 하는가, 5장 쉴 새 없이 방해받으면 벌어지는 일, 2부 우리는 왜 이토록 산만해졌는가 6장 인터넷의 부상과 집중력의 쇠락, 7장 AI와 알고리즘이 우리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8장 디지털 소셜 월드, 9장 성격을 고치면 집중력이 높아질까, 10장 몰입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기, 11장 미디어가 우리의 주의집중을 길들이는 방식, 3부 집중력, 리듬, 균형 12장 자유의지로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13장 균형잡힌 일상을 위한 주의집중 관리법, 14장 주의집중의 미래’로 되어 있다. 이하에서는 13장의 내용을 중심으로 주의집중 리듬 찾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 생산성 제고가 아닌 행복한 인생을 위한 주의집중 리듬 찾기

컴퓨터는 우리의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주의집중을 통제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루 종일 마라톤을 뛸 수 없듯이, 장시간 주의집중을 유지해야 하는 고도의 정신적 부담은 업무 능력 저하와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생산성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장시간 지속적인 집중을 강요하는 대신, 어려운 과제를 할 때도 있고 쉽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도 있는, 다양한 종류의 주의집중을 사용하는 리듬을 찾아야 한다. 인지 자원의 현명한 사용을 중심으로 하루를 설계하고 자신의 웰빙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무심한 활동은 어렵지 않고 때로는 긴장을 풀어주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한 걸음 물러나 인지적 자원을 보충하게 돕는 등 우리 삶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정원 가꾸기와 뜨개질은 무심한 활동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세상에서도 긴장을 풀고 재충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 같은 보상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더 큰 업무와 정서적 목표를 지원하는 행위의 일환으로 무심한 활동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휴식은 일어나서 움직이기다(단, 스마트폰을 확인하여서는 안 된다). 쉬운 일을 하면서 짧은 휴식을 취하면(그리고 너무 길을 잃지 않도록 메타인지를 활용하면) 부족한 인지 자원이 보충되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원이 확보되어 주의집중력이 향상되고, 자기통제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긍정적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389~390쪽)

2. 일할 때는 휴대폰을 다른 방으로 치워버리기

스스로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루틴(매일 반복하는 특정한 행동)을 설계할 수 있다. 충동성이 강해 휴대폰을 보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라면, 개인에 적합한 루틴을 설계해 휴대폰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지려 할 때 마찰을 일으켜보자. 일하려고 자리에 앉을 때는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거나 서랍에 넣고 잠그자.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자극을 방지하기 위해 루틴에 마찰을 더 많이 만들수록 외부적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해당 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기대치가 수정되기 때문에 방해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옆에 잡지가 있으면 잡지를 집어 들고 읽을 가능성이 높다. 잡지가 다른 방에 있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고, 생각은 했지만 잡지를 가지러 다른 방으로 걸어가야 한다면 아마 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컴퓨터, 휴대폰, 물리적 환경에서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자극을 눈에 보이지 않게, 즉 마음에서 멀어지게 하자.(372~373쪽)

3. 출퇴근 지하철에서만 게임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하기

주의집중을 통제한다고 해서 소셜 미디어 사용이나 웹 서핑, 뉴스 읽기를 완전히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샴페인 마개를 버리며 샴페인도 함께 버리는 것과 같다. 사회적 혜택을 유지하면서 주의집중을 통제하기 위해 디지털 세상에 내가 ‘훅(hook, 갈고리)’이라고 부르는 장치를 어떻게 하면 설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훅은 주의집중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다. 소셜 미디어에 접속하거나 뉴스를 읽기 전에 능동적으로 자신을 끌어낼 수 있는 훅을 설계하자. 가령 예정된 전화 통화 10분 전에 소셜 미디어 휴식 시간을 계획할 수 있다. 약속이 훅이 되어 소셜 미디어 검색을 중단하고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는 게임 플레이에 몰두하는 행위를 출퇴근 시간으로 미뤄두는 것이다. 정류장에 도착하면 훅이 생성된다. 병원 대기실 같은 곳에 있을 때를 위해 소셜 미디어 사용을 미뤄두었다가 이름이 불릴 때 사용자를 끌어내는 훅이 생성되면 빠져나올 수 있다.

외부 상황에 의존해 행동을 멈추면 주체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탈출구를 만들 방법을 사전에 전략적으로 계획한 것이다.(373~374쪽)

4. 나를 유혹하는 유튜브 사이트로 화면 전환하지 않기

초콜릿케이크가 접시 위에 놓여 있다면 먹지 않기가 어렵다. 내면의 충동을 따라 다른 화면으로 전환하면 원래 화면과 원래 작업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 배로 어렵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화면을 유튜브로 전환하는 것은 접시에 가득 담긴 초콜릿케이크로 시야를 채우는 것과 같다. 어떻게 안 먹을 수가 있겠는가? 애초에 쳐다보지 않았다면 유튜브 시청의 토끼굴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욕망에는 자유의지가 없을지 몰라도 행동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따라서 소셜 미디어 사이트를 방문하고 싶을 때, 화면을 전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일단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접속한 뒤 소셜 미디어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는 화면을 전환하지 않는 게 더 쉽다.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덜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하다. 심호흡을 하거나 잠시 창밖을 바라보고, 아니면 잠깐 산책을 한 다음 같은 화면에서 중단했던 부분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374~375쪽)

5. 친구 네트워크를 의미 있게 활용하기

페이스북에서 무심히 게시물을 스크롤하는 것은 멀티태스킹과 같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주제에서 주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게시물은 거의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일부는 약간 흥미롭거나 슬프기도 하고, 가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처럼 행복하거나 화나거나 슬프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토리나 동영상 같은 마음에 드는 게시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인기 콘텐츠를 찾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시간, 주의집중,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모든 소셜 미디어는 깊은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친구 네트워크가 수백, 수천 명으로 늘어나면 관계를 유지한다는 개념조차 무의미해진다.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150명이라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를 생각해보자(깊은 관계의 경우 다섯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네트워크에 있는 수백, 수천 명을 훑어보며 추상적인 인맥을 쌓기보다는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에게 시간을 쓰고 주의를 기울이자. 원하는 상호작용을 시각화하여 그것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자.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작성하자. 물론 전화를 걸어 상대방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만나기로 약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대화를 시작하면 마찰이 훨씬 적다는 것이 웹 연결의 큰 장점이다. 멋진 메시지를 보냈다면 이제 소셜 미디어를 떠나 업무 목표에 집중할 시간이다.(375~377쪽)

6. 스스로의 리듬을 파악하여 자원 재활용하기

업무가 인지 자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며 하루를 계획하자. 업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어려운 작업을 연이어 수행해 주의집중을 과도하게 소모하지 않도록, 여러 작업이 퍼즐처럼 서로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고려하자.

장시간 주의집중을 유지했을 때 지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어떤 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가? 많은 사람들이 힘든 업무에 뛰어들기 전 스스로를 준비시키려고 단순한 작업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를 선호한다.

회의를 생각해보자. 가능하면 한 회의가 끝나고 바로 다른 회의를 잡지 말자. 피곤함을 느끼는 확실한 방법이다. 줌 회의의 문제점은 회의를 연달아 예약하는 경향이 있고 중간에 초기화할 틈이 없다는 점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긴 회의 전에 쉽고 긍정적인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한 다음, 회의가 끝난 후에는 사회적 교류, 무심한 활동 또는 가장 좋은 방법인 산책으로 자원을 보충하자. 당신에게는 여러 활동에 분배해야 할 소중한 정신에너지가 있다. 아직 남은 하루가 있는데 오전 11시에 지쳐서는 안 된다.

자신의 주의집중 리듬에 따라 하루를 설계하고,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대가 있음을 인지해 필요한 작업에 활용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전 11시와 정오에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오전 11시보다 이른 시간대에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늦게, 혹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할 수도 있다.

가장 많은 노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작업은 주의집중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대에 하자. 그 시간대에는 이메일을 보내지 말자. 다른 업무에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귀중한 자원을 소모하게 된다. 이메일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므로 업무량이 가장 많지 않을 때, 가령 아침에 업무를 시작할 때나 일과를 마무리할 무렵에 하는 게 좋다. 이메일 내용은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업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메일을 확인하면 이미 많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이메일을 확인하지 말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379~381쪽)

7. 힘든 일 다음에는 여백의 미 확보하기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를 포함해 하루를 설계하자, 예술에서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이미지 주변 영역을 의미하는 작품의 일부다. 일본 디자인에서 ‘여백의 미(余白の美)’는 그림이나 정원 디자인에서 대상 주변의 아름답고 역동적인 빈 공간을 의미한다. 음악에서 활동적인 침묵과 같으며 구성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일과 중에 힘든 일 근처에 휴식 시간을 따로 마련해 주의집중을 재설정하고 강화할 때 사용하기 좋은 은유다.

메타인지를 사용해 인지 자원이 부족한지 평가하자. 인지 자원이 떨어졌다면 인지 자원에 부담을 주지 않는, 무심하고 수월하며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고 보상을 가져다주는 일을 하도록 스스로 권한을 부여하자.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업무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382~383쪽)

8. 버겁고 하기 싫은 일들만 연달아 하지 않게 일정 관리하기

디지털 세상의 활동에서는, 얼마나 많은 주의집중 용량이 필요한지뿐만 아니라 그것의 감정적 유인가, 즉 해당 활동과 관련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쉽고 단순한 활동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또한 이메일 처리는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긍정적 감정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루를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나는 조깅을 하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조깅을 한다.

안타깝게도 하루 종일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점심 식사 직전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때(화면 앞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다면) 까다로운 사람과 회의를 잡으면 그로 인해 느낄 법한 부정적 감정의 영향을 줄일 수는 있다. 또는 받은 편지함을 검토하는 시간을 정하고 이메일 확인을 하루에 한두 번으로 제한하여 이메일 확인 같은 불쾌한 작업을 관리할 수 있다.

어려운 과제는 다른 사람과 공동 작업을 통해 부담을 덜 수도 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작업의 경우,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면 점심 식사 전 등으로 작업 시간을 변경하자.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업들 사이에 배치하거나, 작업을 수행한 후 재설정하고 보충하는 일정도 좋다. 달리 말해 하루 일정을 짤 때는 내가 하는 일이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383~384쪽)

이 책은 집중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이유, 쉽게 산만해지고 스스로 방해를 받는 이유, 기기를 사용할 때 주의집중이 많이 전환되는 이유를 의식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진정한 변화는 자각에서 시작되며, 주의집중을 통제할 수 있도록 주체성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 행동의 이유를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방향을 조절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