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르포] 나이아가라 폭포
- 삼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폭포 - 새로운 감동 솟아나 - 캐나다쪽에서 보는 풍광이 더 장관 - 세계 3대 폭포 중에서 제일?
미국 뉴저지주 뉴왁에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일행들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했다. 30여 년전 기자의 유학시절에는 가족이 함께 차를 몰고 갔었지만, 이번에는 직접 운전을 하는 대신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여행 가이드인 L은 자신을 '가이사'로 불러달라 했다. '사'자가 듣고 싶은 것으로 생각됐다. 지루한 여행 속에 가이사의 유머스런 입담으로 흥겨움이 더해졌다. "여행은 감동을 먹기 위하여 간다"는 가이사의 말처럼 이번 여행을 통하여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은근히 생겨났다.
버스는 펜실바니아주 해리스버그(Harrisburg)를 지나고 있었다. 바로 전날 텍사스 휴스턴에서 뉴왁 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뉴왁 공항의 천둥 번개를 동반한 날씨 때문에 중간에 내렸던 그 공항이 아니던가! 이번 여행을 위해 전날 휴스턴에서 뉴왁 공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탔다. 예정대로라면 비행기는 뉴왁 공항에 오후 4시 경 도착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비행 항로는 펜실바니아 해리스버그를 지나기 전 하늘에서 빙빙도는 모습을 보였고 어느 공항에 도착했는데, 알고보니 목표 지점인 뉴왁 공항이 아닌 해리스버그라는 곳이었다. 뉴왁까지 차로는 두 시간 이상이 걸리는 이동 거리였다.
공항 활주로 한 켠에 서 있던 비행기 안에서 부기장의 안내 멘트는 비행기가 언제 다시 이륙할지 모른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무런 불평없이 마냥 기다렸다. 자세한 안내 방송도 없이 여행 스케줄이 어긋날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뉴왁 공항에서 픽업을 기다리던 가이드에게 연락을 취해 상황을 설명했다. 여행은 다음날 계획대로 실시된다는 것이고, 만일 비행기 사정으로 정해진 시간까지 팀에 합류하지 못하면 여행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길판이었다.
몇 시간 지나, 다행이 뉴왁 공항의 상황이 좋아져 비행기는 다시 이륙했고 삼십분 정도를 더 날아 원래 목표 지점인 뉴왁 공항에 밤늦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많은 항공 여행을 다녀보았지만 날씨탓으로 비행기가 다른 공항에 착륙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항공기 안전 규정이 강화되어 조금이라도 안전 운행에 위험이 예상되면 공항이 폐쇄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행 초반에 처음 맞닥뜨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출발한 여행의 즐거움은 더해졌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코닝 유리 그릇으로 유명한 코닝 시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뉴욕 버팔로 시 인근을 지나 나이아가라 폴스에 도착했다. 캐나다 국경에서 입국 심사를 하고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다가오니 저 멀리서 거대한 흰 연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였다. 폭포가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폭포는 어떻게 생겼나
나이아가라 폭포는 북미 대륙의 가장 유명한 자연경관 중 하나로, 미국 뉴욕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사이의 나이아가라 강에 위치해 있다. 나이아가라는 원주민 언어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기둥'이라는 뜻이라 한다. 오대호 중 이리호에서 내려온 강물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지나 온타리오호에 이른다.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뜻의 나이아가라 폴스(Niagara Falls) 이름의 도시가 미국 뉴욕주에도 있고, 캐나다에도 있다.
북미 대륙에서 가장 큰 폭포이며 남미의 이과수 폭포,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에 속한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두 개의 큰 폭포로 나뉜다. 캐나다 측의 호스슈 폭포(Horseshoe Falls)와 미국 측의 미국 폭포이다. 그런데 미국 측에는 브라이덜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라는 작은 규모의 폭포가 하나 더 있다. 신부가 쓴 면사포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 폭포와 캐나다 폭포 사이에는 염소 섬이라는 섬 하나가 중간에서 물길을 나누고 있다. 캐나다 폭포는 말 발굽 모양으로 휘어진 형태이고, 미국 폭포는 거의 직선에 가깝다. 아래 사진은 스카이론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폭포의 모습이다.
미국 폭포는 높이가 약 30 미터, 폭은 약 300 미터이다. 캐나다 폭포는 그 보다 더 높은 57 미터이고, 폭도 약 700 미터로 미국 폭포보다 훨씬 넓다. 90% 이상의 강물이 캐나다 폭포 쪽으로 흘러 엄청난 양의 방수량으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가히 장관이다.
폭포는 마지막 빙하기의 후퇴로 형성되었다. 약 2만 3천 년 전, 위스콘신 빙하가 이 지역을 덮었고, 빙하가 녹으면서 많은 호수와 하천이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나이아가라 절벽이 침식되어 현재의 지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대호도 그때 함께 만들어졌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30여 년 전 한 번 가본 곳이었다. 그때는 캐나다로 들어가지 않고 미국 측에서만 보았다. 물론 폭포 유람선을 타고 폭포 바로 앞까지 다가가 장엄하게 떨어지는 폭포수에 흠뻑 젖기도 했다. 다시 찾은 나이아가라가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까 궁금했다.
빨강 vs 파랑
웬 색깔 논쟁이라고? 나이아가라 폭포 유람선에 타는 미국과 캐나다 측의 관광객들은 각각 다른 색상의 우비를 입고 탄다. 미국 측은 파란색 우비를, 캐나다 측은 빨간색 우비를 입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색상의 차이는 유람선을 운영하는 각 회사의 브랜드 색상과 일치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파란색 우비는 미국 유람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서로 혼동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파란색 우비는 미국 M 유람선 회사의 브랜드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캐나다 측의 유람선은 H 회사가 운영한다. 이 유람선은 캐나다 측의 폭포인 호스슈 폭포와 주변 지역 중심으로 보여준다. 관광객들에게 빨간색 우비를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빨간색 우비는 이 회사의 브랜드 색상과 일치하며, 시각적으로 눈에 잘 띄어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색깔을 달리하여 구분하고 있다.
유람선을 타고 폭포에 다가갈 수록 물보라가 세게 몰아치며 천둥과 같은 굉음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선다. 폭포의 장엄함에 자연의 위대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미국 폭포의 하단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있어, 물이 떨어지면서 거칠고 강렬한 물살을 만들어 낸다. 이 바위들 덕분에 폭포 아래에서 더 가까이 관람이 가능하다. 미국 측에서는 '바람의 동굴' 투어를 이용하면, 폭포의 가까운 곳에서 물보라와 폭포의 하단을 더 잘 볼 수 있다. 폭포의 하단에서 직접 물보라를 맞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로 다른 색깔의 우비를 입고 있는 관광객들이 지나가면서 상대를 향해 손을 흔들어 환호성으로 답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 왔다.
캐나다 폭포
유람선이 미국 폭포를 지나 캐나다 폭포인 호스슈 폭포에 다가설 수록 폭포의 굉음은 더 커지고 물보라는 더 세게 몰아쳐 우비가 무용지물이 될 정도이다.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없이 물속 한 가운데 있는 듯 느껴졌다.
캐나다 폭포의 가장자리는 비교적 평탄하고 넓으며, 물이 떨어지는 경로가 더 곡선형을 이루고 있다. 물이 떨어지는 동안 큰 물보라를 형성하며,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캐나다 폭포를 더 가까이서 보려면 지하 38미터 폭포 아래까지 갈 수 있는 터널을 이용하면 된다. 터널 바깥으로 나가자 엄청난 양의 물보라가 태풍같이 몰아쳤다.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니 장엄함 그 자체였다.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나이아가라 폭포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씨닉 터널의 다른 쪽에 가면 떨어지는 폭포 뒤를 볼 수 있다. 폭포수가 그야말로 용솟음을 치고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야경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폭포에 조명이 비추어져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색상의 조명이 폭포를 물들여, 화려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야경은 폭포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하도록 했다.
하계 시즌에는 매주 특정 요일에 하는 폭죽 놀이를 볼 수 있다. 야간 조명과 어우러진 폭죽이 펼치는 화려한 불꽃은 관광객들에게 환호성을 지르게 했으며 인상적 경험을 만들어 주었다.
에디슨과 테슬라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에는 많은 송전탑이 보였다. 그것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물로 전기를 만드는 수력 발전소가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에디슨의 직류(DC)와 니콜라 테슬라의 교류(AC) 전기 발전 방식은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 발전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두 기술의 경쟁과 발전이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 발전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에디슨은 직류 전기 시스템을 옹호했다. 직류는 전기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며,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에서 효과적으로 전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압 강하가 크기 때문에, 전력 손실이 문제가 된다.
테슬라는 교류 전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교류는 전류의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뀌며, 높은 전압으로 장거리 전송이 가능하여 전력 손실이 적다. 전력 전송에 있어 훨씬 더 효율적이며, 장거리 전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1893년,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력 발전소가 개장하면서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이 채택되었다. 세계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대규모 전력망을 구축한 사례다. 이 시스템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생산된 전력을 20마일 이상 떨어진 도시인 버팔로까지 전달할 수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력 발전소는 테슬라의 교류 전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초기 사례 중 하나로, 이 발전소의 성공은 교류 전기가 직류 전기보다 장거리 전송에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로 인해 교류 시스템이 전력 전송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현대의 전력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에필로그
나이아가라 폭포는 계속 침하되고 있고 뒤로 물러나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는 사라질 것이다. 그걸 늦추기 위해 야간과 비시즌에는 강물의 유량을 줄인다고 한다.
세계 3대 폭포는 저 마다의 특색이 있다. 남미의 이과수 폭포를 보고 왔을 때는 '악마의 목구멍' 바로 옆에서 보았던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포수의 감동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이번 다시 찾은 나이아가라 폭포는 이과수와는 또 다른 폭포의 장엄함을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계 3대 폭포는 저 마다의 특색으로 조금은 다른 감동이 느껴질 수 있다. 그리하여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게 생각된다.
"여행은 감동을 먹기 위하여 간다"라는 말은 여행이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을 찾기 위한 과정임을 똣한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감동적이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 순간들을 발견하고, 삶의 다양한 측면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며 우리는 외쳤다.
"나이야 가라!"